이지현展 / LEEJIHYUN / 李支鉉 / installation   2010_0731 ▶ 2010_0915 / 월요일 휴관

이지현_dreaming book-hero story(英雄)_책-뜯다_24×46×2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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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0_0731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베이징_SPACEⅡ GALLERY ARTSIDE Beijing_SPACEⅡ C area, 798-DaShanZi Art District No. 4 Jiuxiangqiao Road Chaoyang District, Beijing P.O. Box 8503 P. R. CHINA Tel. +86.10.8459.9335 www.artside.org

파편의 집적 accumulation of fragments-이지현의 실험적 실존 ● 이지현은 한국 미술계에서 책을 뜯는 작가로 간파된다. 조각 조각 뜯고 해체시켜 다시 조립한다. 책이라는 대상이 이지현에 의해 해체되면서 임사 체험을 한 후 새로운 에너지와 존재 양태로 되살아난다. 비단 그의 책만이 아니다. 포스터나 사진 역시 갈기갈기 뜯긴 후 다시 조립되어 새로운 존재의 낯선 이름을 부여 받는다.

이지현_dreaming book-幸福_책-뜯다_41×58×15cm_2010

이지현의 해체 후 재조립이라는 과정의 설치미술은 관객으로 하여금 몇 가지 유혹적 기폭을 일으키는데 첫째 대상, 즉 어느 존재가 형질변경(形質變更, metamorphosis)되면서 일으키는 강렬한 에너지의 파장이다. 책이라는 대상은 정보의 축적물이다. 그 내용이 여가를 위한 것이든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것이든지, 아니면 정서적 표현의 것이든지 그것은 정보의 축적물임에 틀림없다. 즉 책이란 의미의 전달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機制, mechanism)다. 이러한 책은 이지현의 노동집약적 숭고에 의해 미적 형식으로 형질변경된다. 이때 이지현의 작품은 더 이상 정보 전달의 매개체로서의 책이 아니라, 예술계의 형식적 존재가 된다.

이지현_dreaming book-gogh_책-뜯다_41×50×15cm_2010

형식적 존재는 사용(use)의 영역을 초월한다. 일상생활계에서 무가치(useless)로 변모한다. 다만 예술계라는 초월계에서 존재이유를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이지현이 목도하는 예술은 이러한 존재의 역전에서 오는 극화된 카타르시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지현의 예술은 시대에 관한 것이다. 하나의 시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의 폭풍에 밀려 좌초되게끔 마련이다. 이 폭풍은 흔히 진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습기(習氣)에 젖은 상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그 대가 역시 뚜렷이 각인한다. 따라서 진보의 바람을 우리는 순행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그 바람은 때때로 과거에 겪었던 체험의 정서와 기억마저 파편화시킨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지현의 뜯는 행위는 진보, 혹은 시간의 진행으로부터 야기되는 과거의 좌초를 막는 액막이의 행위와도 같다는 사실이다. 시대의 좌초를 막는 숭고는 노동의 몸부림이다. 그것도 노동, 즉 무언가를 사용하고 획득하려는 수단적 노동이 아니라, 형질변경이라는 마법을 통해서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존재(timeless being)를 이 세계에 등극시키려는 노력이다.

이지현_dreaming china-紫禁城(자금성)_책-뜯다_33×45×22cm_2010

이지현은 어린 날 아버지의 서재에서 소중한 경험을 한다. 오래된 서적의 검누런 빛깔, 또 책 썩는 서향(書香), 고요한 서재의 분위기는 평생 말씀 없으셨던 아버지를 이지현에게 대신 표현해주었던 중요한 분신체였다. 즉 그는 이러한 간접적 대상들로부터 더욱 극명하게 아버지를 느낀 것이다. 그리고 책이란 정보이며 시대를 반영하기에 새로운 시대에 밀려나는 유한성의 존재다. 그러나 개인적인 내밀한 체험이 예술계로 이식되어 의미 승격될 때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주관성은 허물어지지 않는 독립된 개체로 보장받을 수 있다.

이지현_dreamiang books-something story_책-뜯다_29×77×10.5cm_2010

성경, 역사서, 위인의 어록과 같은 고전의 선택은 위에서 말했듯이 시간을 구애 받지 않는 존재를 창조하려는 작가의 의도와 맥을 함께한다. 더구나 마오(Mao)나 마를린(Marilyn)과 같은 보편적 인간형상은 자신의 체험을 여러 다층적 군상과 대중에 의해 공유되기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리라.

이지현_dreaming china-mao_모택동 어록-뜯다_61×77×20cm_2010

벤야민(Walter Benjamin)이 20년간 소장하면서 명상했던 클레(Paul Klee)의 「새로운 천사(Angelus Novus)」는 벤야민에게 과거를 파편으로 파쇄시키면서 하늘 높이 쌓아버리는 진보의 폭풍에 경악하는 역사라는 이름의 천사 초상이다. 경악한 채 열린 눈과 입은 그를 빈사의 상태로 몰고 가는 저 어지러운 파편더미를 대신해서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상상하도록 유도하며, 파편을 재건하기 위해 손쓰려는 천사에게 진보는 폭풍을 휘몰아 지상으로 내려가려는 손쓸 틈도 주지 않은 채 날갯짓만을 영원토록 거듭하게 한다.

이지현_dreaming book-bible(yohans)_성경책-뜯다_22×33×13cm_2010

우리는 이지현이 일단 모든 것을 파편화시킨 후 다시 재건시키는 이유를 벤야민의 명찰에서 엿볼 수 있다. 사실 시간의 흐름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살아남으려는 날갯짓 말고는. 다만 상징적 저항을 할 수는 있다. 그 상징적 저항이 이지현이 가는 예술세계이며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수레바퀴가 이끄는 역사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연출해서 가시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지현 예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 이진명

Vol.20100731d | 이지현展 / LEEJIHYUN / 李支鉉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