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th photo festival「PHOS+GRAPHOS」

배병우_김인숙_백승우展   2010_0730 ▶ 2010_08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대인 5,000원 / 소인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제3전시장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지난 150여 년간 사진의 역사 속에서 리얼리티(reality)에 관한 논의는 매체가 지니는 기계적 속성, 곧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사진=기록','사진=진실'이라는 신화를 중심으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미지의 조작과 합성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기술은 사진이 현실의 직접적 기록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며, 사진과 리얼리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정립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사실 예술에서의 리얼리티는 단순히 대상에 대한 충실한 모사(模寫)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을 포함하는 정황(context)에 대한 감각과 인식 전부를 아우르는 총체화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 사실 사진(Photography)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로 'Phos (빛)'와 'Graphos'(묘사하기, 그리기)에서 유래하였는데, 여기에는 자연적이며 문화적인 속성을 가진 이항대립적인 의미의 두 단어가 결합되어 있다. 곧 사진의 리얼리티는 현상의 외관을 그대로 담은 스트레이트 이미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보다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가해진 다양한 인위적 개입과 사진이 유발시키는 경험, 기억 등의 연상적 확장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에『제10회 포토페스티벌: Phos+Graphos(Photo+Graphy)』에서는 한국현대사진계를 대표하는 배병우, 김인숙, 백승우,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대상의 리얼리티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쓰기(graphos)의 기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순수한 기록의 결과물로서 사진이 지닌 매체의 한계성을 분명히 넘어서서, 보다 다양한 해석 가운데 존재하는 오늘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배병우_plt2b-001_C 프린트_120×140cm_2003
배병우_sea1a-054h_C 프린트_100×200cm_1999
배병우_sea1a-055h_C 프린트_100×200cm_2000

배병우는 자연, 특히 소나무를 수묵화 느낌으로 표현하여 자연의 신비함에 남성적 생명력을 결합시킨 흑백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배병우는 풍(風), 수(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안에서 물과 바람의 흔적은 빛과 어둠의 조화가운데 아스라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 아득함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거리감은 자연의 초월적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이미 기술만능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초월적 우월함을 못 느끼고 있다. 문명에 가려진 근원적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 작업의 목적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자연에 대한 그의 탐구는 자신이 실제로 바라본 풍경을 그대로 사진에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들의 마음 속에 자연에 대한 자신의 정서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는 동양화에서의 자연관과 닮아 있다. ●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가 그의 미학이론에서 '자연은 그 자체 이상의 것을 말하는 듯해 보임으로써 미를 지닌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작품 속에 나타난 바람과 물의 흔적은 단순히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 낸 사진이라는 매체의 능력, 즉 외부 현실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자연의 장대함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마치 형상 너머의 정신과 뜻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수많은 훈련과 습작이 만든 순간의 필력에 의해 동양화가 완성되는 것처럼, 배병우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예술의 순간성보다는 자연의 본질이 가장 심도 있게 드러나는 순간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집요하게 기다려서 포착하는 그 과정에 있다.

김인숙_Folkwang Museum_C 프린트_2004
김인숙_Heroin_C 프린트_136×180cm_2008
김인숙_One Ten Third Street_C 프린트_242×180cm_2009

한편 김인숙은 여성의 집단적이며 개인적인 정체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탐욕적인 시선, 그리고 여성성을 통해 연명하는 경제구조를 마치 판타스마고리아 (phantasmagoria)를 펼치듯 작가 특유의 드라마틱한 연출로 보여준다. 「Drug Store」 시리즈는 20여 개 마약성 물질들을 제목으로 하여, 현대소비사회의 구조 속에서 여성의 성(sexuality)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을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거울' 혹은 '투명한 유리 창' 너머의 광경을 통해, 인간의 성적 본능과 육체를 상품화하는 소비사회의 메커니즘 속에서 여성 또한 자신 스스로 성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높이고자 관음주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한번 맛을 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든 마약과도 같은 것임을 이야기한다. ● 달콤한 환각을 불러일으키던 욕망의 환등상은 최근 뉴욕에서 작업한 「Inside Out」시리즈에서도 이어진다. 유리창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축물은 그것이 지닌 본래 공간의 기능과 역할을 지워버리고, 건축 내부공간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서 투명한 창은 우리가 현실 공간에서 직접 대면하기 불편한 진실이나 현대사회의 과열된 욕망을 노출시킨다.

백승우_Blow Up-005_디지털 프린트_90×90cm_2010
백승우_Blow Up-042_디지털 프린트_80×115cm_2010
백승우_Utopia-17_디지털 프린트_180×210cm_2010

백승우는 북한을 소재로, 눈에 보이는 현실 이면에, 현실과 뒤엉켜 있는 비현실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작업인 「Utopia」, 「Blow Up」 시리즈를 선보인다.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현실의 구조적 조건으로부터의 해방과 초월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가공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듯이, 그는 「Utopia」 연작에서 북한정부에서 대외홍보용으로 찍은 광장, 시설물, 건축물들의 사진을 더욱 극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하고, 바탕에 다채로운 색을 입힌다. 이로써 북한이 외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적 측면을 더욱 극대화시킴으로써, 그들이 보여주는 사회상이 허구임을 드러낸다. ● 반면 「Blow Up」시리즈는 정치 권력에 의해 통제된 북한의 현실 가운데서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제목이 나타내듯 「Blow up」은 일차적으로 찍힌 원본 사진의 일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작가는 북한 당국에 의해 검열되고 잘려나간 필름들 사이에서 그들이 숨기고 싶어했던 진짜 현실의 모습을 발견해낸다. 백승우는 북한 체류에 대한 경험을 영화 트루먼 쇼에 비유한다. 그가 느낀 북한은 자국의 모습을 외부에 이상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구획하고 배치해놓은 비현실적인 곳이었으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고정된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허구적 인물과도 같았다는 것이다. ● 이러한 비현실적인 북한의 실체를 노출시키는 그의 작업은 사진이 눈 앞에 있는 현실을 그대로 기록한다는 재현의 특수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하며, 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대상에 대한 진실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을 말하는 사진의 한계성은 지금껏 다른 예술장르가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해온 현상 너머의 본질적인 것, 혹은 관념적이며 형이상학적 주제로의 접근을 어렵게 해왔다. '예술이란 우리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짓'이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사실 사진이 보장하는 객관적 증거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지 진실 자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스가 가능케 한 다양한 서술방식은 사진이 표피적인 현실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삶의 리얼리티를 보다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 어느덧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이번 포토페스티벌은 지난 10여년간 한국현대사진계의 흔적과 그 성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병우, 김인숙, 백승우 3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 준 다양한 형태의 시각이미지와 표현효과는 사진이 담아낼 수 있는 의미와 영역 또한 확장시키며, 제2의 낭만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 ■ 김현경

Vol.20100730d | the 10th photo festival「PHOS+GRAPHO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