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729_목요일_07:00pm
참여작가 곽이브_김선하_박광수_박경민_심래정_안민정_오선아_황수연
관람시간 / 화~토_10:00am~07:00pm / 일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2_GALLERY 2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315호 Tel. +82.2.3448.2112 www.gallery2.co.kr
플랫폼은 어둡고 싸늘해서 나는 서둘러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객차 안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나를 포함해 7명 정도 되는 인원이다. 다들 티켓을 들고 부산스럽게 움직였지만 결국은 지정석에 앉는 사람도 있었고 내키는 자리에 적당히 앉는 사람도 있는 듯했다. 나 역시 구석 창가 쪽에 적당히 앉았다. 바깥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창문에 야경 사진을 붙여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창문을 만져 보았다. 손에 한기가 몰려와 창문에서 손을 떼고 다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객차 안으로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마치 무슨 신호처럼 그가 좌석에 앉고 한 숨 들이쉬자 안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종착역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몇 개 정거장을 지나게 된다고 했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하고 8명의 승객은 각자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서로 목적지도 모르고 뭘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도 없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피곤해진 탓에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잠들다 깨고를 반복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 와! 북극성이다! 부스스 잠이 깬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어두워서인지 북극성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말고도 모두 별 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다른 느낌의 정적이 흘렀다. 곧 첫 번째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모두 짐을 싸기 시작했다. ■ 김선하
황수연 ● all[전부. 모두]= 1 , '전부' 라는 거창한 허구, 기대치와 물리적인 사실의 간극 , 해찰 곽이브 ● 여기에는 두 개의 입방체가 있다. 하나는 바닥이 없고, 하나는 천장이 없다. 그 위로 실제 같은 돌가루가 쌓이게 되면, 한 면이 더 생긴다. 비로소 완전한 입방체가 된다. 이것은 플랫한 현실에서 입체를 보는 방법, 입체가 되는 방법, 입체적이 되는 방법이다.
김선하 ● 박스에 건물들을 하나하나 넣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화도 나고 우울해져 박스 안에 머리를 박고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 우는 소리, 박스에 눈물 떨어지는 소리가 뒤섞여 세계는 정신이 없었다. 곧 울음을 멈추고 박스를 두고 일어났다. 세계는 다시 고요해지겠지
박광수 ●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새벽길 위에 있다. 인적 없는 딱딱한 아스팔트 차도 위를 추위와 피곤함 때문에 힘겹게 걷는다. 그 순간 어찌나 외로운지 몸이 밤에 묻혀 버린 듯하다. 내가 밤인지 밤이 나인지 모를 이 애매한 상태에 눈을 부릅뜬다. 이렇게라도 해야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집까지 갈수 있지 않은가? 눈은 나의 전조등이 되어 어두운 새벽길을 인도한다. 검정색과 노란색플라스틱 장난감파편으로 「새벽」을 만든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힘없이 걷고 있지만 눈에서 나오는 빛으로 그 앞길을 밝힌다. 「새벽」은 눈빛으로 숲속 길을 잃고 헤매다 잠든 청년을 가로등처럼 비춰주거나 누군가에게 그림자놀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박경민 ● 모든 상황에는 불안이 잠재되어있다_공중에 매달린 전등이 바닥에 채워진 물에 닿을 듯 말듯하며 시계추처럼 흔들린다. 긴장과 불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멈춰져가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못한다. 불안이 스스로 강약을 조절하여 나름의 안정감 있는 밸런스를 이룬다. 일상에 내재되어있는 불안요소들도 상황을 극단으로만 이끌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들은 우리가 어떤 조취를 취하지 않아도 스스로 불안과 안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반복된다.
심래정 ● 침팬지 목욕법을 개발한 연구원은 목욕물을 데우는 일을 사람에게 시킨다. 목욕물을 데우는 사람이 그 과정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에 흥미로워 하던 그는 고통을 유발시키는 장치를 개발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통증과 고통에 대해 연구한다.
오선아 ● 웹상에서 떠돌고 있는 이미 현실계를 떠난 미술계의 청렴한 별, 그리고 대중문화를 연구하고 비주류 미술을 주창했던 '박이소 작가'의 드로잉 "열심히 노력하여 문화의 꽃을 피우자" 라는 작품을 내 작품의 지침서로 차용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처음 접했던 나름의 낯선 환경이란 바닥에 장판이 깔려있는 내 방이었다. 외부사회와의 관계가 뜸했던 당시의 내게는 마치 그 노란 장판이 나와 사회를 구분하고 있는 벽면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벽돌과 꼭 같은 크기로 장판벽돌을 성실하게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작업실 문을 막을 정도의 규모로 만들어졌다. 지금 그 성실의 결과물들은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의 거침없는 발걸음을 머뭇거림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민정 ● 이천십년 유월 이일, 미간사이에 난 두개의 뾰루지는 그간 수고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겉보기엔 피부트러블 중의 하나로 보이지만 이것이 4개가 더 모일 때에는 엄청남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자유롭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으로 증명 할 수 없는) 나의 상상, 혹은 진실들을 화폭에 담기 위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호를 사용하거나 과학적 증명방식 또는 종교나 미신 등에서 볼 수 있는 그림방식을 차용한다. 그리고 나의 화폭에는 오로지 보이지 않는 것의 증명을 위한 해법들만 남는다.
『음?』은 미술대학원을 갓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젊은 작가 8명으로 이루어진 기획전이다. 의구심, 놀라움, 감탄의 의미를 내포한 전시 타이틀이 말해주듯, 이들은 불안하고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이제 막 미술계로 발돋움을 하는, 그러나 한편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롭기만 한 처녀지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조심스럽지만 또한 과감하게 그들의 영토를 타진한다. ● 건축공간의 구축을 통해 삶의 방식을 얘기하는 곽이브 ● 겹겹이 쌓인 무의식의 층위를 끊임없이 기술하고 그려내는 김선하 ● 일상에서 발견된 이미지를 환상문학적으로 변용하는 박광수 ● 느리고 침착하게 시선의 조건을 탐구하는 박경민 ● 이미지 드로잉으로 끊임없이 페이소스를 배설하는 심래정 ● 의사과학적 방식을 통해 일상의 심리를 우회적으로 노출하는 안민정 ● 사물이 갖는 고유의 의미를 해체하고 그 시적 영역을 새롭게 구축하는 오선아 ● 물질의 완성본 없는 퍼즐 놀이를 통해 순수한 집중의 상태를 꿈꾸는 황수연 ● 오늘날 미술이 보여주고 있는 거대하고도 현란한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적 지표를 찾아 방황한다. 그들은 결국 개인의 소박한 진실에 주목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삶과 예술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이번 정거장에서 이 여덟 개의 물음들이 각자 어떤 응답으로 보여질지, 그리고 그러한 응답들은 또한 어떤 새로운 물음들을 낳을지 지켜보고 싶다. ■
Vol.20100729b | 음? um?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