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속의 또 다른 세상

박향미展 / PARKHYANGMI / 朴香美 / painting   2010_0728 ▶ 2010_0825 / 공휴일 휴관

박향미_재미있니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52×7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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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728_수요일_05:00pm

전시 오프닝 축하연주_옥상달빛

2010 여성작가날개달기프로젝트展

주최_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 휴관

갤러리 이레 GALLERY JIREH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12 (법흥리 1652-405번지) Tel. +82.(0)31.941.4115 www.galleryjireh.com

작가가 투사한 세계, 작가가 매개된 일상 ●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매년 공모제로 실행하고 있는 '2010 여성작가 날개달기' 프로젝트가 박향미의『일상생활속의 또 다른 세상』로 시작된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작가 박향미의 이력은 작업의 특성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여상(女商)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한 후 30대 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학을 들어가기까지 작가는 10여 년간 지점토를 이용한 공예강사로 직업을 삼았었다. 수공예품이 생활 장식적인 용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아름다운 외관을 드러내 줄 디자인이었다. 거친 것을 덮어 버리고, 이상향 이미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 적합한 디자인적 방식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짧은 강습기간동안 완성되어야 하는 공예품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나 실험보다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선호되었을 것이다. 반복과 복제를 통해 익숙해진 박향미 작가의 디자인적 감각은 한편에서는 사물을 공간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더욱 가까이 접근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적인 편향이 응결된 형식으로 드러나면서 그 형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격정을 억누르고 있다.

박향미_엄마는 어디있지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53×61cm_2010
박향미_난 몰라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53×80cm_2010
박향미_밥먹고하자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2010

이번 전시, 『일상생활 속의 또다른 세상』의 작업들은 전반적으로 디자인된 사물로서의 이미지 또는 대중적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흐르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옳건 그르건 간에 사물의 본성을 감추거나 바꾸면서 현실 감각에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적 능력이 작가에게 축적되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런 숙련성은 작가가 여러 개의 작품 구상을 끝낸 후 밑그림의 형태를 따라 합판을 오리고(합판이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 화면 뒤에 두꺼운 각목을 대 마치 무대장치처럼 제작된다) 잇대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제작과정에도 녹아있다. 작업공정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작업과정을 단계적으로 분화시키고 단계 내에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시킴으로써 작품의 일회성을 벗어나고 작업의 진척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 작가는 그리기 전에 나무 패널의 경계를 확정한다. 경계의 확정은 각 작품에 등장하는 개개의 존재들에게 각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설정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작가는 개개 존재들이 평온함과 안정감을 획득하는데 갈등과 마찰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평온과 안정 속에서 현실의 무거운 짐을 온전히 견뎌낼 수 없는 작가가 비현실적인 환상의 영역으로 도피하려는 비시각적인 강렬한 욕망을 동시에 읽게 된다. 질서잡힌 화면은 무질서한 격정을 힘겹게 억누르고 있어서 주름잡힌 꿈과 환상의 실재를 통해 행동과 고통의 실재가 새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향미의 현재 작업들은 삶에 직접 참여하려는 충동, 삶에 대한 느낌 보다는 고양된 삶의 이미지에 깊숙이 관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박향미_바나나 여기있어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137×172cm_2010
박향미_내가 받을께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70×144cm_2010
박향미_야! 우리놀자_나무판넬에 아크릴채색_2010

오려진 나무 판재에는 무심한 풍경이나 애매모호한 상황 대신 작가가 의식을 갖고 선택한 매우 구체적인 공간이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런 표현은 작가가 사물 혹은 상황에서 한 발 물러서 단순한 관람자로서 바라보고 있지 않음을, 사물 혹은 상황과 '더불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과 사물 사이에 이원론을 정립함으로써 주위세계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그 세계를 자신과 완전히 구분된 객체로 바라보게 된 근대적 시선과는 전혀 다른 시선, 사물과의 관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시선을 통해 작가는 주관적으로 투사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그래서 작가가 매개된 일상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얼핏 매우 부드럽고 따스하며 위험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을 스쳐 지나가지 않고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들여다 보게 만든다. ■ 임정희

Vol.20100727c | 박향미展 / PARKHYANGMI / 朴香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