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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7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대안공간 충정각 ALTERNATIVE SPACE CHENGJEONGGAK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360-22번지 Tel. +82.2.363.2093 www.chungjeonggak.com
MEMENTO ● 삶, 죽음, 사랑, 피,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으로 만들어지고 귀결되는 행위의 본질이자 주체이다. 그와 동시에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되며 탐구와 동경의 대상으로 숭고하게 다뤄져야 할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대중은 자기보존에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을 더 이상 신성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선택과 기득권을 쥐고 휘두르게 되었다. 존재로부터 연유하는 이 숭고한 이념들이 현시대에선 갖가지 사회문화적 문제를 야기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모순적인 배경의 발단은 어디서부터일까. 개인적인 주체가 객체화 또는 집단화되어 사회적 노출을 감행할 때 벌어지는 이타적인 감정과 거기에 쏟아지는 타인의 노골적인 관심 그리고 발생하는 잡음들-분노, 쾌락, 허무, 부조리를 양산하는 위험한 사회의 행보를 기발한 풍자가 돋보이는 사진 작업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이로써 카메라와 기술적 테크닉에 의해 조작되어 드러난 현상은 실제로 곳곳에서 통용되고 있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들을 집합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일말의 동질성을 부여하고, 까발려진 숭고함으로 인하여 발생된 근본적인 죄의식을 희석시킨다.『MEMENTO』展은 사진작가 윤현선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본 전시에서 윤현선 작가는 다양한 군중을 설정된 장소에 섞어 놓고 흑백 또는 컬러 프린트 한 「MATRIX」, 「MEMENTO」, 「BE MY HERO」 의 세 가지 시리즈 작업을 통해 위에 열거한 주제들에 대한 작가의 감성과 고찰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설정된 장소에서 불안하면서도 위험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군중 모습을 통해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문제점과 이에 대처하는 동시대인의 해결법을 꼬집은 흑백사진 시리즈 「MEMENTO」. 진정한 감시가 개인적으로, 또 서로에게 매순간 퍼져있다. 사적으로 다뤄져야 할 개인의 죽음조차 사회에 부각되고 다시금 파헤쳐지고, 국민은 알권리를 운운하며 속사정을 캐묻는 중첩된 감시를 서로에게 행하고 있다. 거대한 사회적 판옵티콘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국민보호자여야 할 사회와 경찰은 우리와 사회를 돌보고 보듬겠다는 약속 대신 대중 스스로 전쟁과 자살을 감행하게끔 한다. 이에 현대인들은 환락과 쾌락, 이승에 대한 모호한 동경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확인시킴과 동시에 지우려 한다.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매스컴에 호도된 미디어홀릭(media-holic)들은 높은 이상 현실의 벽과 그 기대치를 향해 올라가고 있고, 막다른 골목에서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분열된 자아를 투신한다. 어린 아기부터 어른까지 환영 속에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이고, 그 몸동작은 어색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것이 현사회의 부조리이다. 이러한 이중적 사회의 모순을 비틀은 사진 작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흡사 플래시몹을 연상시키듯 공공의 장소에서 집단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개인적인 목적 하에 뛰거나, 뛰어내리거나 혹은 사랑을 나누는 등의 지극히 사적인 움직임을 꾀한다. 골프 클럽, 아파트 등 많은 대중이 어울리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의식을 배제한 이런 은밀한 사적 행동과 반사회적이고 원시적인 몸놀림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사한다.
「MATRIX」 시리즈의 탄생은 고기, 소금, 상추, 오이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잘게 부수고 확대하여 새롭게 구성된 재료가 작업의 배경이 되면서 부터이다. 각 재료의 고유한 물성과 작가만의 상상력이 겹치면서 마이크로 특성을 지닌 물체가 거시안적 시각에서 바라봐질 때 창조된 제 3의 자연 세계에서 다양한 군중들의 향락적이고도 오락적인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비비드한 컬러사진으로 표현된 작업은 음식 재료의 색감을 살려주고 초현실적인 장소의 느낌을 부여하며 욕망과 욕구와 같은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담아내기 위한 시각적 장치의 역할을 하였다.
술에 취한 원더우먼, 삶에 찌든 슈퍼맨, 야동 보는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BE MY HERO」 시리즈는 영화나 만화 속에서 만났던 히어로들의 그 화려한 뒷모습을 그려본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 그들은 다르다. 그들은 영웅일 때 빛을 발한다.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약하고 인간적인 군상으로 그려진 히어로들의 모습들은 낯설면서도 왠지 모를 연민과 씁쓸함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우리와 비슷함에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대중은 이내 조롱을 던지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어야만 하니까. 대중이 슈퍼맨을 안쓰러워하고 사람과 동일시하게 되는 그 순간, 슈퍼맨은 연민이 아닌 몽정만도 못한 패배감만을 맛보게 될 것이다. ● 이처럼 진중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 속에서도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고 여유 있는 태도로 현상을 관찰한다. 세 시리즈 작품 곳곳에서 작가의 재치 넘치는 위트와 풍자로 강약을 주며 사회적 경종과 상징성을 발현시키고자 하였다.
위대한 본능의 모태인 만큼 도덕적이어야 하고, 그러하기에 폭발적인 위력으로 인간을 더할 나위 없이 나약하면서도 독하게 만드는 요소들. 이를 조롱하듯 현대인들은 왜 하지 않으면 안 될 바로 그 필연적인 짧은 찰나에 분출되는 광적인 쾌락과 안락함, 그리고 이어지는 극도의 허무감을 통해 해결을 원할 수밖에 없는 지 그 정신의 궤적을 추적 해보며 이 시대를 진단하여 보고자 한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사회문화적 폐해가 어떤 신종 가치관과 정신적 규율을 생산하고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지를 예술 사진으로 승화한 작품들로 채워진 『MEMENTO』展.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가벼운 듯 허를 찌르는 작가의 블랙 유머 코드가 녹아있는 사진 작품에 때로는 낯간지러움을 느끼고 실소를 하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안나경
Vol.20100721d | 윤현선展 / YOONHYUNSUN / 尹鉉善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