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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7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_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살아있는 정물화를 위한 도전 ● 자연을 해석하는데 있어 동양과 서양은 근본부터 차이가 있었다. 동양이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자연 중심의 생각을 만들어온 데 비해 서양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키워왔던 것이다. ● 인간 중심의 생각에서는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따라 서양 미술은 보이는 세계를 실감나게 재현해내는데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노력의 결과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원근법의 발견'이었다. 원근법은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합리적 방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양 미술은 원근법 덕분에 자연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보이는 세계를 친숙하게 해준 서양 미술은 순탄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동양에서는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 만물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연결돼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바라본다는 생각이었다. 즉 나무나 강, 바람이나 돌 같은 생물이 아닌 것도 인간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존재감'이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 이런 방식의 생각에서 나온 미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원근법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양 미술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러 개의 시점을 가진 미술이 만들어졌다. 즉 사람의 정상적 눈높이에서 보는 것(평원시), 새가 보는 것처럼 위에서 내려다본 것(심원시),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미물의 눈으로 보듯 올려다 본 것(고원시), 그림 속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것처럼 보는 방법(역원근법)이 그것이었다. 이렇듯 여러 개 시점을 집어 넣어 그린 그림은 보이는 세계를 재현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동시에 보이게끔 함으로써 서양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다.
민화의 어긋나 보이는 사물표현방법 ● 그런 그림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조선시대 말기에 나타난 민화다. 민화의 어긋나 보이는 사물 표현 방법은 20세기 피카소 같은 작가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 이처럼 장황한 설명을 앞세운 이유는 곽현정의 정물화가 전통 민화의 다시점 화법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불편함이다. 원근법에 의해 사물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눈높이로 보이는 컵의 측면과 위에서 내려다 본 입구가 붙어있거나, 평면으로 보이는 식탁에 옆에서 본 그릇 같은 것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다가 그의 그림에는 다시점 화법 외에 뚜렷한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화면은 평면적으로 보이며, 구도도 단순하다. 선택한 정물의 성격이나 크기도 고만 고만하다. 채색화 기법으로 처리한 화면은 색채마저 두드러지지 않는다. 민화적 구성의 다시점 화법만이 돋보이는 그림인 것이다. ● 이렇게 불편해 보이는 다시점 화법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작가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통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그것의 올바른 현대화를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작가들이 정체성 있는 우리 그림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시도하는 것은 전통 소재의 차용이다.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소재가 바로 민화다. 민화의 강한 표현력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민화에 등장하는 기물을 빌어와 전통의 현대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재는 생각을 드러내는 소도구 같은 것이다. 서양의 작가들도 우리 민화의 소재를 실감나게 그려낼 수가 있다. 그렇다고 이런 작품을 두고 한국의 정체성 있는 그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순 구도에 입히는 다시점의 옷 ● 그러나 화면을 구성하는 골격인 조형 어법은 생각 자체를 담아내는 그릇 같은 것이다. 한국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인 다시점 화법이 대표적인 것이다. 따라서 전통의 접근은 이런 것의 정확한 해석과 그것의 응용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 곽현정이 현대적 기물의 단순한 구도 속에다 다시점 화법의 옷을 입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젊은 작가치고는 전통으로의 접근에 정확한 맥을 짚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현대 정물화에다 접합해보려는 시도 또한 신선한 실험으로 보인다. ● 정물은 말 그대로 정지되어 생명력이 없는 물건이다. 사물을 정확하게 그려내기 위해 변하지 않는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물의 개념에 곽현정은 동양의 만물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담아 새로운 정물화의 개념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도구가 민화의 다시점 화법인 것이다. ■ 전준엽
Vol.20100721c | 곽현정展 / KWAKHYUNJUNG / 郭峴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