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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723_금요일_06:00pm
2010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_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Tel. +82.2.546.0853 www.artcompanyh.com
의미 없음과 있음- 텍스트, 오브제, 그럼에도불구하고 ● 텍스트 말, 언어, 글. 사회적 의미를 띄며 약속된 일종의 약속이다. 그럼에도 이 약속을 전제로 한 언표와 음성 속에는 이미 약속의 파열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언어가 일상세계에 안착하는 순간, 그것이 놓이게 되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작용하기도하고 약속이 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성지의 작업에는 이처럼 언어가 등장하되, 언어가 지닌 기호의 기능을 교란시킨다. 이번 전시의 제목 '나는설탕에있습니다'는 띄어쓰기도, 어법도 맞지 않는 문장이다. 사실 문장일 수도, 단어일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문자이다. 문자이기도 하고, 말로하면 언어이기도 하고, 단순히 아무 의미 없는 시각기호일수도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문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인가 기존의 '나, 설탕, 있다'와 같은 기존 단어들의 보편적 의미와 띄어쓰기로 구분되어왔던 기존 질서 체계 사이에서 갈등하며 기존의 약속된 의미와 무의식적인 연상 작용이 충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문자는 사회적 약속을 조금씩 위반하며 그것의 틈을 벌어지게 하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이 작가가 언어에 부여한 새로운 의미이다. 언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문법이 맞지 않는 문장을 늘어놓고, 맥락과 의미를 박탈하는 것이다. 작가는 언어의 틈바구니와 그 행간을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수술대 위에서의 우산과 재봉틀의 만남처럼 전혀 관계없는 오브제와 단어를 조합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기도 한다. 여기서 의미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논리적 의미가 아닌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상황과 단어를 말하며, 이것이 놓이게 되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곳의 의미와 기능,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과 사람, 또 다른 사물과 만나 새로운 상황이 된다.
오브제 ● 윤성지의 작업에서 오브제는 기능은 상실되었지만, 기능을 가진 특정 오브제에서 기능만 삭제하거나, 특정 오브제와 닮아 있어,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그 뿐 아니라, 오브제가 놓인 장소로 인해 새로운 기능을 유추하게 되거나 오브제가 놓인 방식에 따라 기념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소파, 선물상자, 자동차 바퀴, 알 수 없는 상자가 그것인데 색칠하거나, 분리, 조합 또는 삽입하는 식으로 기능이 제거된 것들이다. 작가가 조금씩 변형하거나 덧붙여 만든 이 오브제들은 텍스트와 만나 또 다른 의미를 찾도록 하며 보는 이를 당황시킨다. 유독 오브제에 덧붙여진 단어나 제목들 중에 'LIE'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lie'의 여러 가지 뜻을 떠오르게도 하고, 오브제가 닮아있는 카트의 기능과 연관시켜 무엇인가 의미를 찾아내려는 습성을 떨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같은 의문과 뭔가 텍스트와 이미지, 오브제, 장소가 혼합되어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를 불식시키며 실마리를 찾아준 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소설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것은 아니나 어느 문학잡지에 소개된 그녀의 소설로, 그것은 일반적인 문자도 텍스트도 아닌 낙서처럼 보이지만 뭔가 규칙이 있는 것 같기도 한 모호한 드로잉들이었다. 작가는 그것을 소설로 명명하고, 문학지에 실었던 것이다. 「That very moment」도 이같은 무의식적이고도 자의적인 언어체계를 드러낸 작업으로, 글자인지 드로잉인지 알아볼 수 없고, 어떤 의미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여기서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 유의미와 무의미의 행간과 사이를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한 것임이 드러난다. 결국,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재료들은 큰 카테고리에서 글과 오브제, 그리고 공간으로 축약될 수 있다. 글이 오브제, 혹은 장소와 만나 이루어내는 상황 그 자체가 작가의 작업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윤성지는 하찮은 의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상정한다. 그가 보여주었던 자신만의 소설이 그렇고, 「YouDiedLastnight」 등의 작업이 그렇다. 작가는 이미 자신의 뇌리 속에 각인된 사회적 약속과 무의식 속의 낙서본능 혹은 반복적 낙서 속의 미세한 차이들을 발견하며, 그것이 소설을 이룬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같은 무심한 듯한 태도, 그러나 자신만의 소통 어법이 근본적인 작품 그 자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일상의 유의미성과 무의미성을 뒤집어 놓으며, 그것이 놓인 문맥과 장소에 따라 관람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판을 벌이는 것이다. 일견 난해해 보이는 윤성지의 작업은 오히려 철저한 계산이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의도적임과 무의식적임 그 어딘가에 존재한 것들이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개인의 경험적 사고와 사회적 약속이나 기호의 어긋남에 그의 작업은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간극이 이같은 새로운 어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능이 상실되거나 삭제된 오브제들과 문자, 공간이 만나 벌이는 일종의 퍼즐게임은 작가 자신이 늘어놓은 '의미있음과의미없음의어딘가에존재하게된다.' ■ 김우임
■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10 SeMA 신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100720c | 윤성지展 / YUNSUNGJI / 尹誠智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