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_2010_0716_금요일_07:00pm
경기도 대안공간 교류기획展
주최_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협력_대안공간 눈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경기문화재단_안양시
총괄기획_조두호 연출/진행_강수민_유미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눈 ALTERNATIVE SPACE NOON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보시동 3길 15) 2전시실 Tel. +82.31.244.4519 www.galleryartnet.com
경기도 대안공간 교류전 ●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가 위치한 석수시장의 국내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요원, 서유리의 개인전이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수원시에 위치한 대안공간 '눈'에서 열린다. 경기도에 소재한 6개의 대안공간 중 대안공간 '눈'은 수원시에 위치해 지역작가 발굴, 전시지원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의 대안공간 네트워크의 교류전으로 스톤앤워터에서 기획되었으며 간헐적으로 각 대안공간별 작가들의 교류 기획전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유자적 ● 서유리는 동시대 미술작가 중 독특하게 서예, 문인화, 전각 등의 동양 전통 시각예술을 베이스로 한다. 현대미술의 지형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전통 시각매체를 다루는 그는 대학에서 불과 수년전 생겨난 서예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의 화단에서 나름 전통매체를 다루는 동양화 혹은 한국화라 불리는 평면회화의 경우 해방기 이후 양지 바른 제도권에 편입되어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면, 전통매체 분야의 경우 도자, 가구 등 공예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인이나 지역의 명사들에 의해 계승, 발전 되었다. 특히, 서예의 경우 "순수 시각예술이냐, 인문학에 근거한 문자학이냐."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 풀리지는 않는다. 현재 몇몇 대학에서 서예가 예술학부에 속해있는 것을 보면 기호적 차원에서의 문자학으로써가 아닌 글씨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조형성을 두고 서예를 순수예술의 한 범주로 부를 수 있다고 추측한다. ● 보편적으로 동양 전통예술 분야는 수년간의 고루한 답습과 인내를 통해 만들어진다. 도자기 하나를 굽기 위해 수십, 수백의 파본을 깨뜨려 하나의 원작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어느 찰나에 만들어진 천재적 재능은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 서예는 선인들의 글을 수년간 임모(臨摸), 임서(臨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요 지역의 비석들을 탁본하는가하면 자신의 낙관에 세길 전각을 수없이 파내려가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극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필요이상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전통예술은 예술적 제안만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앤디워홀(Andy Warhol, 1928~87)의 말과는 정반대로 동시대의 미술과 상반되는 지점에 놓인다.
전통예술분야에서도 서예는 상당한 시간과 긴 호흡을 요구로 한다. 지난한 인내의 과정은 기본으로 정제된 삶과 바른 정신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을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서예는 과거부터 양반이나 선비들처럼 지위계층에서 즐겨했던 예술이며 일반인들은 접근이 힘든 유교나 성리학에 근거한 고급예술로 발전했다. 다양한 아시아의 한자문화권 나라에서 서예의 현대화는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각기 다양한 조형성을 개척하며 동시대 미술에 부합하는 서예가 펼쳐지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서예는 과거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에 대한 그릇됨이 아니라 동시대 시각예술에 필요한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유교의 본고장인 중국의 서예가 전통의 틀을 깨고 신선하고 독특한 조형언어를 발현하고 있다면 한국의 서예가 그들이 버린 과거를 쫓는게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국 근현대회화에서 점이나 선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조형성을 캔버스에 구성하던 모노크롬회화 작가들 중 일부는 서예를 연마했던 이들이 있었다고 추측되지만 제도권 아카데미로 들어 온지 수년밖에 안되는 서예전공의 예술가를 전통 서예판이 아닌 동시대 미술지형도 안에서 찾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서유리는 전통서예를 기반으로 과거와 동시대 미술과의 접점을 두고 그만의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작가이다. 전통의 틀을 탈피해 글씨를 이용한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는가 하면 돌이나 나무를 파내려가는 전각에도 능하다. 생활 속의 예술을 구현하고자 하는 그는 과거 양반님들이나 행하던 고귀한 예술을 시장 한가운데서 써내려간다. 곰살맞은 손으로 손도장을 파고 부채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서유리는 지역주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여주기만 하는 시각예술을 함께하는 능동적 행위로 진화시켜간다.
서유리는 주로 손글씨를 매개로 평면을 구성한다. 최근 그가 주목한 것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활자들의 관계함이다. 도시를 수놓고 있는 간판들. 개인이나 단체의 이데올로기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옷갖 선전문구들. 그리고 이들로 빽빽히 들어찬 도시의 간판들을 예술이라는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작가가 찾은 대상은 석수시장이라는 낙후된 도시의 간판이었고 이들의 변환을 통해 생활 속의 예술의 자리함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미 컴퓨터에 입력된 수많은 폰트(글씨체)의 사용이 일반화된 현대사회에서 손글씨의 무작위성과 자유분방함을 통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만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 조두호
석수시장 입주작가 ● 요즘은 달필(達筆)과 악필(惡筆)을 구분할 수 없다. 모두가 연필을 내려놓고 컴퓨터 타자치기가 익숙해진 지금 나는 시대로부터 逆行하고 있다. 강의시간에서조차 필기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고, 스마트폰으로 원격수업을 듣는 현대 사회 속에서, 화선지에 먹물로 글씨를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먹의 번짐을 이용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표현하는 아날로그 식 작업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성을 자극하는 코드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 나는 시조를 외우고, 법첩을 임서하기를 수백번 수천번... 전통 서예를 통해 옛 문화를 학습해가며 화선지와 묵향에 빠져 살았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게 더 이상 전통에만 국한된 서예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서예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찾는 것이 일종의 사명감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획일화 된 간판 서체와 그 안에 영어의 남용을 줄이고저 순한글을 이용한 손글씨 간판작업은 심미성과 더불어 한글의 가치를 더해준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전각도 마찬가지다. 도장가게에서 기계로 새기는 똑같은 나무 도장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독특한 서체로 자신만의 도장을 새겨주는 것은 기성품을 넘어서 작품으로서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화선지에 박혀있던 검은 글씨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소재의 변형을 통해 1차원적인 글씨가 아닌 조형적이고 입체적인 글씨! 色과 글씨체가 함께 융합되어 대중에게 보다 가깝고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 전시했었던 경기도의 힘展에서는 숯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흰 종이에 검은 글씨가 아닌 검은 숯 위에 금이나 청동과 같은 색을 이용해 손글씨를 써 본 작업이었다. 불필요해진 나무가 다시 숯으로 탄생된 그 소재위에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작가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전통서예와 동시대의 순수예술을 끊임없이 충돌시키고 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서예술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나의 목표다. ■ 서유리
Vol.20100716d | 서유리展 / SEOYOOREE / 徐유리 / calli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