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이-cross linkⅡ

김하린_송원진_이주은展   2010_0708 ▶ 2010_0718 / 월요일 휴관

김하린_노인들의 부피_베개, 와이어, 깃털, 솜_가변크기_2009

초대일시_2010_0708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_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번지 Tel. 070.7723.0584 space15th.org

스페이스 15번지에서는 조금 앞서 시작한 선배 작가와 이제 발을 내딛는 젊은 작가가 함께 하는『Cross-Link』展을 시작합니다. 상대방에게 가교제(架橋劑 ; Cross-Linker)의 역할뿐만 아니라 함께 나누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서로가 발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김하린, 송원진, 이주은의 3인전『일상의 사이』를 선보입니다. 일상의 이면을 발견하고, 사물의 변환을 상상하는 세작가의 작품을 통하여 일상의 중심에서 사이를 바라보며, 사물의 중심에서 사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함께 공유해가는 과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space 15th

김하린_엄마_뜨개질 실, 우산 살_106×106×88cm_2009
김하린_견고하지 않은 벽돌_머리카락, 밀랍, 파라핀_ 각 6×19×8cm_2009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나물 반찬에 밥을 먹다가 어머니가 가꾼 거실을 바라보며 문득 다짐을 한다. 이젠 나와, 나의 일상과 화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이 어제와 다를 수밖에 없고 내일이 결코 오늘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왔던 시간들과 함께 비롯된 기억들, 감상들이 마치 어머니가 매일매일 부지런하게 가꾸시는 거실처럼 소중하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한동안 버려진 가구가 되어버렸던 나의 기억(감상)들을 끄집어내어 이것들을 물질적으로 가시화시키기로 했다. ● 허공에서 부유하던 부재된 기억들 혹은 증발되어 버린 기억들을 더듬고 만지며 뜨개질을 해나간다. 코가 하나씩 늘어날 때 마다 새로운 기억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생각났던 기억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떠오르는 기억들과 사라지는 기억들, 혹은 그 기억들 사이에서 생산되는 거짓된 기억들, 엉클어진 기억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들은 '오늘도 마지막이 시작되는 삶'을 지탱시켜 줄 수 있는 힘이 된다. 반복되는 일상은 불안함을 숨죽이고 있는 사물처럼 담담할 뿐이다. 매일매일 기억들과 싸우며 사물을 만들고 나도 사물이 된다. ■ 김하린

송원진_시간이 오래 걸리는 농담 It will take a long time to understand_버려진 의자, 실, 가변설치_2010
송원진_가치에 대한 연구 A research on the value_책, 실,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0
송원진_주목 받지 않는 편지 Unnoticed letters_나무가지, 실, 프레임_각 110×90cm_2009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서(아니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관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단절에의 고립감은 삶의 양면처럼 함께하는 것이다.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나의 고민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삶의 이면처럼 느껴진다. ● 실을 옮겨 감는 행위는 어떠한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경화되지도 않고 실이 천을 꿰매 연결하지도 않으며, 천에 박혀서 자수가 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아갈 뿐이며 그러기 위해서 나는 그것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단순하고 반복된 행위만을 하게 된다. 이렇듯 목적이 없으며 나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행위는 흘러가는 시간과 자신이 존재하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온전히 개인만이 느낄 수 있는 무력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내가 실을 옮겨 놓기 위해서는 나의 팔을 휘저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란 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기 위해서 절대적이며 유용하다. 실은 단단한 덩어리에서 풀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내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지나 다른 곳으로 다시 모인다. 나의 의식은 실이 지나가는 움직임처럼 타인과 나의 시간을 지나간다. ■ 송원진

이주은_다락방 선반 위에 올려놓다_디지털 프린트, 레진, 나무, 가변설치_가변크기_2008~10
이주은_다락방 선반 위에 올려놓다_디지털 프린트, 레진, 나무, 가변설치_가변크기_2008~10
이주은_다락방 선반 위에 올려놓다_디지털 프린트, 레진, 나무, 가변설치_가변크기_2008~10

일상 속에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무수한 시선이 있다. 그러나 익숙함 때문에, 이미 고정되어 있는 시선 때문에 ,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심장이 있어도 느끼지 못한다. 바라보는 시선이 사물에 온전히 접촉하기도 전에 우리는 보이도록 주어진 것에 따라 사물을 인지한다. 사물은 각기 지닌 기능을 연상하게 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사물에게 주어진 기능을 잃었을 때 그것은 이미 관심에 대상에서 한참을 멀리 물러나게 된다. ● 기능을 잃은 사물은 바라봄의 일상을 벗어났을 때 그 형태를 더 온전히 드러내며, 그 순간 잠시나마 낯설음을 가져다준다. 언제나 배경으로 존재하던 사물이 전경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잘생겼건 못생겼건 예상치 못한 진솔함을 드러낸다. 일상의 중심에서 사이를 바라본다. 사물의 중심에서 사이를 바라본다. 일상의 사이에서 경이로운 풍경에 주목한다. 경이로운 풍경은 사소한 사물에서 시작되며, 사소한 사물은 일상 속에서 함께한 사물이다. 축적된 일상의 체험이 담긴 사물이다. ■ 이주은

Vol.20100710g | 일상의 사이-cross linkⅡ-김하린_송원진_이주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