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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展 / LEEWOOCHANG / 李宇昌 / painting   2010_0710 ▶ 2010_0729 / 월요일 휴관

이우창_874-702_캔버스에 유채_60×9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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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710_토요일_05:00pm

기획_아트팩토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팩토리_ART FACTO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4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57.1054 www.artfactory4u.com www.heyri.net

이우창의 그림에는 친숙하고 소소한 일상의 단편들을 볼 수 있다. 덩그러니 비워진 지하 창고, 테이블 위의 사과, 포장을 뜯지 않은 정물 등 주변의 사사로운 대상 모두가 그에게 작업의 소재가 된다. 사진을 찍어내듯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진 그의 그림은 단조로운 일상의 한 장면, 한 장면을 통해서 실제 현실에 반(反)하며, 이미지를 탐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우창_874-171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면밀히 그려낸 그의 그림은 현대미술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수 많은 알레고리와 연상법을 피해 순수하게 대상을 재현하듯 가장하고 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림 속의 대상들은 원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작가에 의해 선택되고 연출된 모양이다. 작가 혹은 작가이외의 사람이든, 타의적인 손길이 역력한 공간을 작가는 과거를 회상하듯 아득한 분위기로 그려낸다. 일상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작가는 그를 둘러싼 주변의 무의미한 작은 대상들까지 오래된 모습으로 하나, 하나 이미지화하고 있다.

이우창_874-570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이우창_874-531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작가는 일상을 이야기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눈앞에 실제 대상을 마주하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일상의 모습은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상태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최소한의 색채로 그려진 일상의 모습은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가 일상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찾고, 생산하는 것은 결국 오래된 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鄕愁)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1901-1983)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 특징인 일상에서 양식(樣式)의 부재와 향수(nostalgia)를 언급한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소비에 대한 욕망과 다양성으로 가득차서 과거의 양식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부재되어 버린 양식에 대해 사람들은 향수를 동반하게 되는데, 일상에 노출되어 있는 이미지를 수용하면서 향수에 대한 욕구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작가 역시 유화라는 오래된 표현 양식을 빌려 케케묵은 오래된 사진처럼 일상을 가장하고 있다. 마치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의미를 덧댄 광고용 스냅사진의 한 장면처럼 사각의 프레임 안에 정지된 이미지로 대상을 재현하고 있다. 그림 속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는 곳을 향하게 되는데, 이들은 감수성을 자극 하는 것 외에는 무의미한 대상이다. 주체는 없어지고 이미지만으로 상품을 광고하듯 그의 그림에도 이렇다 할 주제가 없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는 화면의 중심이 되는 대상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심코 바라본 작가의 공허한 시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있음직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분위기만 있는 상업용 사진처럼 눈앞의 대상을 시각적 이미지로만 탐닉하는 과정을 답습하듯 보여주는 것이다.

이우창_847-779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9
이우창_874-583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09
이우창_874-562_캔버스에 유채_90×60cm_2009

분명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대상과 소재는 순수하게 우리 내면의 감성을 건드린다. 사진처럼 기억 속 모습으로 떠올리게 함으로써 시간성을 넘어 타자와의 공유되는 부분을 불러오는 것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하나의 그림이 상징하는 의미보다 그의 회화작품을 한자리에 놓고 보았을 때 캔버스에 재현된 모습들이 은유하는 내용은 단지 일상의 친근한 소재를 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변에 이미지로 가장한 다양한 시각적 환영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 조문희

Vol.20100710c | 이우창展 / LEEWOOCHANG / 李宇昌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