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708_목요일_05:00pm
롯데갤러리 대전점 창작지원전 1부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회화의 방식 ● 빨래판 같은 강아지의 갈비뼈 위에서 푸른 잎사귀 들이 피어 오르고 낡은 책상 위에는 물병이며 컵이 늘어서 있다. 새의 어깨 위엔 강아지가 올라타 있고, 넘실거리는 파란 물굽이 위로는 어느새 새가 날아 오른다. 이강욱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조립한다. 분방하고 쾌활한 상상력, 그리고 기지와 유머를 느끼게 하는 그의 작업은 과거 서민들의 삶 속에서 사용되던 목인(木人)이나 상여장식과 같은 투박하고 익숙한 모습과 색채를 떠올리게도 한다. ● 하지만 그의 작업의 핵심은 일정한 연관이나 규칙이 없는 듯 보이는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색색의 옷을 입은 새로운 이미지들이 밝고 친근한 느낌으로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 내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소재 면에서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종이와 콘테가 주를 이루던 이전의 평면작업과는 달리 나무를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익숙한 회화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나고 있다. 생긴 그대로의 나뭇가지나 줄기를 다듬고 색을 칠하는 입체작업 방식을 평면작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강욱은 삶 속에서 낚아 올린 여러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통해 절제하고 여과하여 주변의 친숙한 사물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해 오고 있다. 스스로 '조각회화'라 이름한 부조 형태의 이번 작업들이 이전의 평면회화와 구분되는 것은, 공간 표현이 제한적인 평면에 비해 물리적인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파고 깎아내어 색을 덧입히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회화의 존재방식을 파괴하고 극복한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 회화가 어떤 대상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외적인 것들(재질감, 색채, 형상 등)을 필요로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회화는 대상의 드러난 형태만으로 의미를 전달하여야 하며 그 역시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무채색, 혹은 제한적인 색채 위주이던 평면작업에서 깊이와 개별성이 강조된 입체적인 회화로의 변화를 선택하였으나, 핵심적인 최소한의 형태와 인상만을 전달하는 것이 회화의 본질이라 여기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색체를 제한한다. 또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하고 있는 에스키스나 스케치 같은 준비작업 없이 곧바로 작품제작으로 들어가며 그렇게 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손실 없이 이입시킨다. ●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사물들의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던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고 그것들에 차례로 모양을 주고 옷을 입힌다. 그의 작품들은 나무가 가진 본성이 그러하듯, 직선과 곡선의 적절한 배합으로 이루어진 친근한 이미지와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음영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업 속에 등장하는 책상, 새, 물고기, 식물, 병 따위의 이미지들은 마치 동선을 따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여행처럼, 하나의 이미지에서 또 다른 이미지로 우리의 시선을 유도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읽혀지게 한다. ● 과거 극히 제한적인 형상들을 표현해 낸 드로잉 작업에서와 같이 그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형태에 살을 붙이고 설명을 나열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오히려 자신의 의도가 감상자들의 날카로운 직관이나 통찰에 의해 일순간에 간파 당하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사물들을 단순화하고 보다 즉흥적인 제작방식을 선택하여 대상들이 여과 없이 투영되도록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근작은 과거에 비해 무척 화려하고 수다스러워졌다. 하지만 평심(平心)에서 우러나오는 여유, 따스함,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은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우리에게로 와서 삶의 여유가 되기도 하고, 덧없는 상념이 되기도 하며, 닳아가는 기억 속의 한 귀퉁이로 남기도 한다. 그의 작품을 대할 때면 햇빛이 따사로운 한낮에 부드럽고 말캉거리는 몽상 속으로 빠져들 듯 왠지 모를 나른한 만족감에 잠시나마 여유로운 상념에 잠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 손소정
회화의 방식 ● 한 화면(장면)에서 서사(敍事)가 읽히는 것은 회화의 특징이다. 한번의 순간에 사물의 형과 색, 그것이 말하는 바가 여과 없이 전해진다. 이는 직관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각의 세계로, 회화에 이르는 길에는 서술이 필요치 않다. 대상을 한꺼번에 파악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형을 뒤섞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미지들은 뭉개지는 것이 아니라 개체로서 존재하되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것이다. 가령 여기에 책상이 있고 다시 여기에 책과 물병, 물고기 같은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한꺼번에 각기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회화에서 경계 없이 단박에 등장하는 사물은 그것이 바로 회화임을 가장 잘 드러낸다. 회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야기가 탄생하는 지점에 존재한다. 구체적인 현안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판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선이나 색감 등 이야기 외적인 질료를 필요로 한다.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 왜 사물의 배치들이 감정을 들뜨게 만들고 난삽한 색깔 따위들의 조합이 '쾌' 를 느끼게 하는가? " 회화는 정보가 적을수록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는 회화의 수용방식과 관련이 있다.
조각회화 ● 모든 대상은 시각에 이르러서는 평면으로 인식된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한 장면이자 하나의 사건, 찰나적 바라봄이다. 대상은 삼차원적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좌표를 점하고 있지만 그것이 회화의 영역으로 들어설 때 좌표의 변별력은 사라지게 된다.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의 사물의 거리감을 회화에서는 단지 기법을 통하여 조절할 뿐이다. 입체감은 사실을 왜곡하고 회화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판타지를 저해한다. 나는 조각회화를 통해 모순을 최소화 하기를 희망한다. 평면을 유념하며 조각을 동원한다. 이는 회화를 유지하며 보다 시각촉각적으로 만든다. 회화에 물리적 깊이가 생기는 지점에 조각회화가 있다. ■ 이강욱
Vol.20100708a | 이강욱展 / LEEKANGWOOK / 李康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