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자연 The 3rd Nature

김신혜展 / KIMSHINHYE / 金信惠 / painting   2010_0623 ▶ 2010_0629

김신혜_관풍화도 觀風花圖_장지에 채색_260×16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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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623_수요일_05:00pm

가가갤러리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주말,공휴일_10:30am~06:00pm

가가 갤러리_GAGA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1-1번지 3층 Tel. +82.2.725.3546 www.gagagallery.net

시뮬라시옹 & 클래식 팝 1. 매력적인 상품세계를 가시화 하다. ● 붉은 빛 매화가 거친 가지를 어김없이 드러내고, 아리조나 음료 캔을 바라보는 강아지의 익숙한 듯 낯선 눈빛이 시선을 끈다. 김신혜 작가의 초기 작 관홍매도이다. 김신혜는 아리조나 음료 캔, 페레쥬에 샴페인, 비타민 워터 등과 같은 산업사회의 무미건조한 상품들을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물질 산업 사회 속에서의 나와 관자와의 관계를 설정한다. 8,90년대의 고도성장하는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자라난 작가에게 다가온 무차별적인 상품들은 그리 낯설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매혹의 몸짓들로 재구조화된 상품들을 보여주며 실재의 상품들보다 더 매력적이고 극적인 이미지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 김신혜는 Hot Dog Bean이나 Fancy Cat과 같은 작품에서 앤디워홀과 같은 팝 아티스트들의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작가가 의도하는 화면의 내용을 확장하거나 발전시키고 있다. 실제의 크기를 배제한 거대하게 부풀려진 바나나 우유에는 원숭이, 캠벨수프에는 강아지와 같은 중심주제와 연관된 동물들을 끼워 넣는 이분법적인 화면은 스토리를 간략화 하는 동시에 함축적이다. 고대 회화의 존재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빅 보스(big boss)의 개념을 회화적 강조와 위계설정에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상품으로 은유한 자본주의의 권력이나 산업사회 자체가 가지는 권력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고전의 설정임을 알게 한다. ●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상품들은 마시다(drink), 먹다(eat)와 같은 텍스트와 연관성을 갖는다. 그리고 상품을 바라보는 동물의 등장은 쇼윈도의 상품을 바라보는 관객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적인 시각으로의 확장과 같은 유사성을 발견한다. 사실 이것은 인간의 욕망과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식욕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초적인 상태의 성욕과의 연관성도 보이고 있다. 존 버거(John Peter Berger)가 구매능력이란 성적 만족감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듯이, 20세기 상품 광고 포스터에는 여성성이 부각되며 성적인 유혹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이는 산업사회의 상품 구매 욕망이 성적인 욕구와도 동일시됨에 따라, 일차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자극시킨다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과 구매 욕구를 둘러싼 교묘하게 연결고리를 찾아나서는 자본주의의 눈속임이기도 하다.

김신혜_관홍매도 觀紅梅圖 Ⅰ,Ⅱ_장지에 채색_각 53×45.5cm_2009
김신혜_일주강확엽도 一蛛網攫葉圖_장지에 채색_117×91cm_2010
김신혜_이주강확엽도 二蛛網攫葉圖, 삼주강확엽도 三蛛網攫葉圖, 사주강확엽도 四蛛網攫葉圖, 오주강확엽도 五蛛網攫葉圖_ 장지에 채색_각 91×73cm_2010

2. 시뮬라시옹의 회화적 변용 ● 김신혜가 그리는 매화는 화면 밖에서 자라나 아리조나 캔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며 아리조나 음료의 상품 이미지가 된다. 샴페인 페레쥬에의 아네모네는 화면 밖으로 자라난다. 장 보드리아르(Jean Baudrillard)는 오늘날 그 어느 것도 리얼리티가 공허한 기호로 바뀌는 현상에 저항할 수 없다고 한다. 자연도 더 이상 문화와 상징적 대립관계에 있는 본래적으로 특수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시뮬레이션 모델, 즉 유통과정에 재투입된 자연 기호의 소비된 모습으로 재구성된 자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작가의 화면은 보드리아르의 시뮬라시옹 이론들을 이미지로 변환한 듯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은 모델이 되어 상품 속에 들어와 견고한 인공의 자연(실재)으로 정착한다. 이 실재를 복제한 가공의 시뮬라시옹은 경험을 뛰어 넘어 실재를 상상 속으로 흡수해 버리거나, 실재적인 제도들보다 더욱 실재적이 되어 실재와 시뮬라시옹의 구분조차 어려워지며 시뮬라시옹(가상)이 실재의 기준이 되어 의미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가는 묻는다. "붉은 매화가 만개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매화가 그려져 있는 ARIZONA GREEN TEA 음료는요?" "아네모네 꽃을 본 적이 있나요?" "예쁜 흰색 꽃 그림이 있는… 페레쥬에 샴페인은요?" ● 어쩌면 아리조나 음료의 매화나 페레쥬에의 아네모네에게 우린 더 익숙해 있는지도 모른다. 즉, 대량생산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사회에서의 실재는 가상으로 복제되고, 이들이 확장해나가며 인간의 선험적인 경험마저 위협하고 또 하나의 실재를 구성해 나가는 상품사회의 위력을 작가는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상품으로 대별되는 현대사회의 구조화된 권력구조(남성, 자본, 정치)에 관한 가시화 일지도 모른다.

김신혜_Hot Dog Bean, Fancy Cat_장지에 채색_각 162×130cm_2008
김신혜_길들여지기 시작한 후부터, 가족_장지에 채색_각 162×130cm_2009
김신혜_바코베리아_장지에 혼합재료_각 26×21cm, 28×24cm, 32×28cm_2010 김신혜_바코드 식물_각 22×22cm, 22×22cm, 32×24cm_2010

3. 따뜻한 시선으로 융화된 클래식 팝의 탄생 ● 서구의 팝아트가 자본주의 상품미학에 관한 차갑거나 냉소적인 시선을 표현해 내고 있다면, 김신혜의 화면에서 만나는 상품에는 인간적인 정서가 숨겨져 있다. 물론 그가 장지(壯紙)에 전통채색을 함에 따라, 한지 특유의 따스한 물성과 한국 전통 채색의 우아함과 깊은 맛이 어우러져 묵직한 고전적인 팝아트의 신선한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그뿐 아니라 어릴 적 우리에게 바바나 맛 우유는 맛난 간식이었으며, 뉴욕에서 만나는 붉은 꽃의 아리조나 캔은 향수를 달래고 이국의 낯설음에 목을 적셔주는 특정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매개체였다. 이렇듯 김신혜의 화면에 등장하는 상품들은 자본주의 문화에서 잉태된 대량생산 된 하나의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 주제들은 개인의 추억과 경험들이 뒤섞이고 융합됨에 따라 개별성을 띠게 되며, 동일한 시기를 경험한 관자에게는 개별적 경험들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화면 속의 차가운 상품들은 누적된 보편적 경험들과 융합되어 냉소적 팝아트의 경계를 풀어 놓으며 따뜻한 정서가 흐르는 팝아트로의 확장을 제시한다. ● 화면에 등장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원숭이들은 관자로 하여금 상품을 직접 대면하도록 유도하는 매개체적인 역할로서의 구성체이지만, 사실상 차가운 상품으로 은유한 물질문명에서의 생각하는 자아, 존재의 단면으로 보여 진다. 이는 영양, 건강, 안락과 같은 온갖 긍정적인 광고로 치장하고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거부할 수 없는 물질의 앞에선 작가의 모습이자 우리의 모습이다. 작가는 자신의 애완견을 끌어 들임으로써, 평면적인 상품에 입체적이며 애정 어린 감정적 존재를 통해 팝아트의 감정적인 부분을 환기시키고 있다. ● 김신혜의 조형에서 간취되고 있듯이 팝 아트는 지속적인 변모와 발전을 거칠 것이다. 그 만큼 현대사회의 상품이 갖는 위력은 점점 더 확장되고 커질 것이며, 이는 뚜렷하게 뇌 속을 환기시키며 이미지로 고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유혹하는 대량상품들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며 실재의 자연을 재구조화 시키거나 가상으로의 실재를 만들어내며 또한 조장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제3의 자연을 향유하게 되며 하나의 견고한 정서의 고향으로 위안과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 ● 김신혜는 이러한 후기 산업사회의 모습을 간략한 화면과 주제로 연출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의 궤적들을 느끼게 함으로써 뚜렷하게 시선을 끌며 따스한 시선의 팝 아트의 영역을 열어 놓고 있다. 김신혜의 정교한 그리기 과정으로 탄생하는 클래식 팝의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된다 하겠다. ■ 長江

Vol.20100626h | 김신혜展 / KIMSHINHYE / 金信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