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展 / LEEJONGHYUK / 李鍾赫 / painting.sculpture   2010_0529 ▶ 2010_0604

이종혁_꽃과 새_캔버에 유채_72×90cm_2009

초대일시_2010_0529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충현박물관_CHUNGHYEON MUSEUM 경기도 광명시 소하2동 1054-27 Tel. +82.2.898.0505 www.chunghyeon.org

프로이드가「꿈의 해석」(1900년 출간)을 통해 억압된 욕망과 무의식의 실체를 밝혀 초현실주의가 배태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기에 앞서, 쇼펜하우어는 이미 1850년에 출간된 저작「환영에 대한 소고」에서 꿈이 열어 보이는 비범한 능력을 예견한 바 있다. 이 저작에 의하면, 꿈의 재현능력 곧 사물의 생생한 묘사와 현실감은 단순한 상상력의 재현능력을 넘어선다. 꿈에 등장하는 직관적인 사물들 하나하나는 어떤 진리 혹은 본질 혹은 예견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논리적인 보편성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넘어서서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낸다. 꿈의 재현은 말하자면 자연의 질서와 법칙에 종속되지 않는 사물 자체의 본질을 드러낸다. 인간의 개념과 논리에 의해 오염되기 이전의 사물 자체, 세계 자체를 드러내고 암시하는 것이다. 이따금씩 그 비전이 낯선 것은 이처럼 사물의 개념 혹은 개념화된 사물이 아닌, 그 무엇으로 명명되기 이전의 사물 자체에 직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 현상학적 에포케와도 통하는 이 비전이 초현실주의를 열었고, 이종혁의 그림 역시 상당할 정도로 초현실주의와 그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초현실주의 의식(무의식을 의식의 모태며 자궁으로 보는)을 근거로 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비전을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종혁_새_종이에 아크릴채색, 잉크_72×53cm_2009
이종혁_상상화_종이에 잉크_72×53cm_2009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들. 꽃과 나무, 그리고 새와 나비 등 일련의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무슨 자연도감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사실적이고 세밀하고 생생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림을 실물과 대조해보면 일치할 것 같지는 않다(그 일치 여부가 중요하지는 않다). 사실적이면서도 어떤 알 수 없는 형태로의 변태를 암시한다. 이를테면 나뭇잎이 불현듯 새로 변하는, 나뭇잎과 새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한 막스 에른스트의 초현실적 비전에서와 같은. 여기서도 역시 현실은 참조에 머문다. 꽃들은, 때로 나무들마저 그 속에 추상적인 구조를 숨겨놓고 있다. 유기적인 형태와 기하학적인 문양 혹은 패턴의 기묘한 결합이 감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러 인간의 환상이 불러낸 비현실적 동물들도 보인다. 유니콘과 천마, 불새와 봉황,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새 같은.

이종혁_꽃과 새_종이에 잉크_91×73cm_2009
이종혁_새_종이에 잉크_72×53cm_2010

조각. 사슴, 닭, 부엉이, 새 등등의 동물을 조형한 일련의 조각들이 등신대 크기도 그렇거니와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서 감각적 실제 그대로를 떠올려준다. 그러면서도 특이한 것은 이 동물 형상들의 표면에 추상적 문양이나 기하학적 패턴이 돋을새김으로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유기적인 형상과 추상적인 문양과의 결합이 조금은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한편, 비록 추상적 문양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구상적 형태(이를테면 새의 깃털과 같은)가 양식화된 경우로 봐야하고, 그 기원은 페르시아나 메소포타미아와 같은 고대 문명국가 혹은 도시에서의 양식적 특징으로까지 소급된다. 이로써 작가는 혹 신화적 의미(융의 집단무의식)를 현재로 되불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종혁_새_브론즈165×110×50cm_2009
이종혁_새_브론즈_230×220×210cm_2010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외관상 낯설고 생경하고 이질적인 비전을 열어 보이고, 마치 꿈속 정경과도 같은 비전을 펼쳐 보인다. 그 비전은 얼핏 비현실 내지는 초현실 같지만, 어쩌면 사실은 현실보다 더 지극한 현실이며, 현실의 모태에 해당하는 어떤 원형적인 이미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미지들이 무의식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의식을, 무의식과 상호 간섭하는 의식을 역 추적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 고충환

Vol.20100529a | 이종혁展 / LEEJONGHYUK / 李鍾赫 / painting.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