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유연함과 순수함으로 이루어진 조형 세계 ● 이희경의 작업 세계는 외형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으면서도 자연의 감흥을 느끼는 듯한 예술적 심도와 독특한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꽃이 담긴 투명한 물의 느낌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미적 감흥이나 삶의 추억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우주 자연 속에 흐르는 공기나 그 속에서 투영되는 알 수 없는 갖가지 오묘함에 그동안 많은 관심을 지녀왔다. ●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광대한 우주의 신비나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신비로운 대기의 오묘한 선율 등을 표현하는 데는 강한 색이나 터프한 터치 혹은 보는 사람들에게 심적인 압박감을 줄만큼 거대한 공간감이 활용된 조형적 표현 등은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연약하기 그지없는 앳된 꽃이나 수정처럼 맑고 고운 적당량의 물 그리고 너무도 얇고 투명하여 금방 부서질 것 같은 자그마한 느낌의 투명 아크릴 병 등이 사각의 캔버스에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우주 자연의 신비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 쉬는 공간 속을 흐르는 알 듯 모를 듯한 광선의 흐름까지도 민감하게 교차시킬만한 무엇이 연약한 꽃과 물이 담긴 아크릴 병 사이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알 수 없는 미묘한 광선으로 투영된 깊이 있는 색층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대상과 마주하기를 즐겨왔다. 그리고 대단히 얇은 느낌이 나는 다채로운 색을 수차례 덧칠하면서 대상의 본성을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기에 작가가 즐겨 그리는 은은한 색감에는 다채로운 색들과 투명한 빛의 선율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으며, 마치 자연의 숨결처럼 부드럽다. ● 이 때문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아름다움의 정점이라 느껴질 만큼 부드럽게 부요(浮曜)된 꽃의 표면과 투명한 아크릴 병 안의 맑은 물 그리고 여러 번 덧칠되어 은은함을 지닌 자연의 빛깔들이 눈에 들어온다. 창작 의지나 방향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외적으로만 보면 구조학적으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상들이 다양한 색층을 이루기도 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투명한 기물이나 자그마한 꽃 혹은 자연 그 자체에서 드러나는 일련의 현상을 통해 서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특성이 있다. 이는 마치 무언가를 해체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느낌으로서, 또 하나의 세계로의 일탈을 꿈꾸는 것 같아 흥미롭다. 작가는 이러한 조형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새로운 세계로의 이행을 경험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색과 형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시공간에 자신을 내던지며 가식 없는 시원(始原)의 세계와 하나가 되고자 한다.
따라서 이질적이면서도 단순한 제재들이 다양한 현상으로 드러나는 독특한 이미지들의 표현이지만 평온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어 시공을 초월하는 듯한 여운을 던져준다. 평온한 듯한 색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공간감과 색다른 느낌의 색채와 형태들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보아왔던 단순한 형태를 보다 새롭게 환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희경의 일련의 그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순간적이고 복합적인 성향을 지닌다. 현실의 시공을 초월한 또 하나의 시공이 마치 새로운 환영을 보듯 시각적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이미지의 전달력이 은근하지만 강하며, 이지적이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던져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단 그의 그림은 엷게 여러 번 올린 색에서 비롯된 다양한 시각적, 조형적 공간을 통해 자신을 거대한 존재와 서로 소통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싶다. ● 이처럼 그림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에 자신을 던지며 꾸밈없이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색과 형상으로부터 시작된 환상적이고 꿈같은 이미지들을 위하여 작가는 그동안 많은 사색과 고민을 하여왔다.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끝없이 펼쳐지는, 미묘한 색으로 시작되는 환상의 공간을 즉흥적으로 포착하고 여기에 몇 가지 형상을 담아 존재의 신비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또한 감성으로 집약된 매우 섬세하고 민감한 이미지를 단 하나의 화면으로 거침없이 드러내는 특별한 과정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기에 작가의 그림에는 현대적 조형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일반인들의 감성으로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흥과 심미성이 있다. 이 감흥은 그의 작품만이 지니는 순수미적 감흥으로서 독특한 느낌을 주며, 일정 부분은 형상에 있어서 구체성을 지니면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이지력 그리고 내면으로부터 변화된 많은 꿈같은 이미지들과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의 그림은 사각 캔버스 안에 물과 빛의 굴절로 드러나는 현상을 단순하게 묘사 한 것이 아닌, 또 다른 색의 환영들을 끝없이 펼쳐내는 또 하나의 실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곧 순수함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이 순수함은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추구해왔던 미적, 조형적 실체라 생각된다. 조금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이미지적인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독특한 색감은, 유심히 들여다보면 마치 한국화의 색감처럼 심도 있는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아마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과 나(我)가 아닌 현실 너머의 순수만을 보려는 작가의 무의식적인 갈망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 순수를 그리고자 최근 유행하는 사실적 기법의 표현 방법을 뛰어넘어 관조(觀照)적 자세로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대상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였던 것이다. ●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작가의 그림에는, 조형적으로 조금은 부담스러울 것 같은 이미지들이 이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함께 어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닌 꽃과 딱딱하고 정형화된 투명한 사각형 물그릇 혹은 수면 안쪽에 비치는 꽃의 환영이 대칭적 구도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든가, 섬세하면서도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엷게 덧칠해진 색층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인공의 세계 혹은 자연의 세계나 현실의 세계와 이론적으로 대립되는 또 다른 세계 다시 말해 순수의 세계를 부유(浮遊)해주는 매개체라 할 것이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신비함 속의 또 다른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질서로서의 실체들인 것이다. 이 질서는 곧 순수한 조형의 질서를 의미한다. 따라서 작가는 극사실주의적 성향의 표현을 하면서도 극사실주의를 일탈하는 유연함과 순수함을 지닌 가능성 있는 예술가라 생각된다. ■ 장준석
Vol.20100526b | 이희경展 / LEEHEEKYUNG / 李希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