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5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참여수집가 강인찬_강재영_권상훈_권오성_권혁송_김광수_김근영_김두호_김연화_김용진_김윤진_김장윤_김태호 나백상_남상욱_문승묵_문재철,바른생활_박래미_박상용_박성규_박순구_박정아_박종길_박주현_배용태 배의숙_백중길_변기태_석금호_석재은_성유정_신동현_아메바피쉬_안정웅_옥소예_유만호_유상준_유치범 윤영식_이공오_이도원_이명재_이선희_이승연_이승용_이용철_이유진_이정금_이정수_이종영_이지선 이지연_임봉수_임승한_장영태_장웅길_정다은_정은주_정재환_정지범_정효정_조만환_조세열_조웅 조희영_주석주_최보람_최서윤_최현창_추형범_탁상_하얀자작나무_하정아_한경수_홍경수
참여작가 구현모_김윤호_손원경_안세은_윤정미_정직성_최은효_한정림
기획_이재준_조소영 주최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_ARKO ART CENTER 서울 종로구 대학로 100번지 Tel. +82.2.760.4850 www.arkoartcenter.or.kr
일상의 기록, 문화적인 풍경을 그리다 ● 우리가 소비하는 사물은 대부분 대량생산, 무한복제 되는 공산품이다. 유일무이하지 않으며 언제나 대체 가능한 제품은 사용과 소비의 가치가 우선된다. 그러나 평범하고 흔한 이 사물들도 개인의 수집 목록에 들어서는 순간 소장의 가치를 얻고 자신만의 연대기를 갖게 된다. ●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으는 행위'. 수집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기억이나 공감, 애정을 담게 되면서 시작된다. 수집가를 사로잡는 것은 정신적인 위로, 즐거움, 기록의 사명감과 자부심과 같은 정서다. 뿐만 아니라 소통의 수단, 자료의 정리,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고 나아가 미래의 꿈이 되기도 한다. 남들에게 하찮을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쉽게 지나치던 일상의 사물은 새로운 이야기를 갖게 된다.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억의 풍경』은 개인의 영역에 머물렀던 수집이라는 행위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예술적 경험을 나누기 위한 전시다. 소유라는 개인적인 경험은 어떻게 타자와 소통할 수 있을까. 전시는 수집에 담긴 개개인의 기억에서 '새로운 시각의 역사'를 발견한다. 최초의 수집은 자신을 사로잡은 사물이나 사소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관점으로 체계화된 수집품의 목록은 어느 순간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수집가의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기억의 풍경』은 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가치의 발견'을 시도한다. 또한 사적인 기록을 공유할 뿐 아니라 관람자로 하여금 전시된 수집품의 사본을 다시 수집하게 함으로써, 수집이라는 행위를 타인의 관점에서 다시 재구성되고 체계화하도록 했다. 전시된 수집품에 마음을 사로잡힌 관람자들이 타인의 수집품을 수집함으로써, 개인의 기억은 공공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그렇게 의미가 공유되는 순간, 수집은 개인의 소유를 넘어 이야기의 재생산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다른 예술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수집품 자체를 전시하지 않고 이를 촬영한 사본을 전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브제를 관람하는 전통적인 전시방법에서 벗어남으로써 전시는 수집품 자체가 아니라 수집에 대한 의미를 나누는 것에 더 의미를 두게 된다. 그 결과 다양한 개인의 기억은 각기 다른 포스터를 통해 풍경을 이루고, 관람객과 함께 삶의 흔적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80명의 수집품과 함께 8명의 작가의 작업도 함께 전시됨으로써 『기억의 풍경』은 개인의 일상과 예술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대학로라는 열린 문화공간에 자리 잡아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꾀하는 아르코미술관의 장소성처럼, 이번 전시는 개인의 기록과 예술에 다리를 놓아줄 기회가 될 것이다. ●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축적된 기억을 수집해 공유하게 함으로써 '문화의 창조자'로서 개인을 주목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사유는 문화적 토대의 또 다른 가능성, 주체적인 생산자로 부각된다. 평범한 삶의 가치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며 그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일상에서 발견한 예술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 더구나 흔적을 지우는 것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수집이라는 행위와 이를 재생산하는 의미는 특별하다. 개인의 수집은 기록을 남기며, 이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풍경은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낸다. 그 기억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나누는 것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며, 우리는 이 소통과 공유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들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 임진영
수집, 시간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 물건이나 자료 등을 모으는 행위인 수집은 과거를 기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수집은 소장 물건의 가치가 높다거나 소장가의 명성이 높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으며, '소장가'가 '수집가'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의 검증을 받은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어야 한다. 수집가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고, 수집품에 세월의 흔적이 담겼을 때 비로소 수집이라고 이름 붙여진다. 시간이 수집을 정의내리는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집을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행위라고만 정의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세월의 흔적이 어린 물건 모두가 수집가의 눈에 드는 것은 아니며, 과거의 물건들만을 모아두었다고 해서 모두 수집가가라 불리는 것도 아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는 수집이 이루어질 수 없다. ● 수집은 수집가와 수집품이 교감을 나누어야만 이루어진다. 수집가가 어떤 물건을 통해 과거의 한 순간과 만나게 되면 평범하던 그 물건의 표상 아래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수집가와 수집품의 이러한 교감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마들렌 과자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게 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마르셀은 우연히 마들렌을 먹으며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는다. 이 체험을 통해 마르셀은 평온함과 행복감을 얻게 되는데 이 때 마르셀에게 마들렌 과자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시키는 기억의 매개체를 넘어 과거의 감정을 현재의 순간에 그대로 재현시키는 존재가 된다. 물건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수집을 지속할 수 없다. 과거의 감흥을 일으키는 그 물건이 현재의 어떤 존재도 줄 수 없는 만족감을 주었을 때, 수집가는 그 물건을 수집한다. 그러므로 수집은 시간 밖의 영역에서 이루어질 때 보다 완전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풍경』전은, 수집은 수집가와 수집품의 감성적 교류로 그 개념이 완전해지며 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수집은 '물건이나 자료의 채집' 이상의 의미를 얻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수집은 한 개인이 시간을 파악하는 방식이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간 고유의 기억 행위라는 것이다. 수집가들은 수집을 통해 시간을 쌓는다. 모든 수집품은 수집가들 개개인의 삶의 증명이며 수집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의 표면 아래, 빙하의 뿌리처럼 거대하고 조용하게 존재하는 삶과 시간의 의미들을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이 기억 행위는 종종 공적인 기억과 역사에 대한 사회적 언급으로 역할하기도 한다.
『기억의 풍경』전은 수집 자체보다는 수집 행위 이면의 기억과 시간에 대한 관심으로 수집품의 이미지를 통한 소통을 시도한다. 확대된 80여개의 애장품 이미지는 수집품의 물성을 넘어 그 수집품들이 수집가 각각의 '마들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다. 따라서 80여개의 이미지가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은 수집품의 집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별한 기억행위이고 삶의 방식이라는 수집 이면의 의미를 담아내는 상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전시를 준비하며 느낀 흥미로운 점은 한 개인의 매우 주관적이고 사유화된 기억인 수집이 객관화되고 공유된 기억인 사회적 기억, 역사적 연대(年代)와 매우 촘촘한 얼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수집하는 물품이 다르더라도 시대를 공유한다면 그 수집가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존재한다. 수집가 역시 사회적 인간의 범주에 있으며 그 수집가의 사적 활동인 수집도 어느 지점에서는 사회적 활동으로서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기억의 풍경』전에 참여한 80여명의 수집가들은 공유가 수집의 궁극적 가치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시를 통해 각자의 소유물을 공공의 영역에서 나눈다. 수집품의 목록 속에 침잠하지 않고 공유를 통한 수집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큐레이터 섭외와 온라인 사이트 신청을 통해 전시에 참여한 수집가들은 다양한 수집품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수집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떤 이에게는 수집이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하고서라도 꼭 달성해야하는 목표라면 어떤 이에게는 즐거운 놀이이다. 버리지 못해 모으는 사람, 모으다 보니 역사적 가치를 발견한 사람 등 참여 수집가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분류와 층위가 생겨났는데 이들 사이에 만들어진 층위는 수집에 얼마나 다양한 차원의 가치들이 있는지를 말해준다. 본 전시는 그 분류와 층위에 가치 평가를 하기 보다는 전시를 통해 형성된 다양한 층위를 통해 수집가들 사이에서 수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이끌어 내고 우리의 수집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하게 되기를 바란다.
『기억의 풍경』전에는 수집을 작업의 언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함께하며 이들에게도 수집은 제각기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직접 수집을 하기도 하고 수집가들을 찾아다니기도 하며 자신의 시선을 채집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특정한 사회 현상을 수집하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영민하게 포착해내는 구현모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수집의 의미들과 수집을 바라보는 여러 층위의 관점들에 대한 언급이다. 작가는 그동안 관점과 시선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는데, 개인과 사회, 사유와 공유, 일상과 예술이라는 양립하는 가치들 사이에 위치하는 수집과 만난 그의 작품은 수집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본 전시의 개요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집한 장난감을 40여만 점 소장하고 있는 손원경은 작가이며 수집가이다. 수집품의 이미지를 재배치하고 새롭게 구성한 그의 작품은 작품인 동시에 새로운 수집품이 되는데, 작가는 이렇게 스스로의 수집품을 채집, 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수집품을 재생산해내며 수집의 영역을 넓혀간다. 개인의 소유물과 사회적 분류의 관계에 대한 작업 「핑크 &블루 프로젝트」으로 잘 알려진 윤정미 작가는 수집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여 사회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읽어내고자 한다. 『기억의 풍경』전을 통해 선보이는 수집가와 그의 수집품 시리즈는 수집이라는 보다 개별화된 소유의 형태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탐구하며 인간 고유의 행위인 수집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 정직성 작가는 직접 걸으며 수집한 풍경의 요소들을 작가 고유의 질서로 재조합해 평면 위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수집은 작업의 수단이며 과정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걸러낸 요소들을 주관적 질서에 따라 화면에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수집품과의 교감을 통해 수집목록을 완성해가는 수집가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회용품들을 통해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현대인의 일회적 삶에 대해 고찰하는 안세은 작가의 작업에서도 수집은 작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하지만 안세은 작가의 경우 수집의 행위가 작품과는 개별적으로 선행되며, 수집 행위 자체가 작품의 일부라는 점, 수집품의 이미지가 작가를 통해 변형되는 과정 없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차용된다는 점에서 수집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000대의 관광버스의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반복 정렬한 김윤호 작가는 수집된 버스의 이미지들을 통해 버스 디자인의 다양성을 압도하는 획일화된 행동 양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때 작가의 수집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조형 요소로 활용되며 작가는 작품을 위해 수집품을 보정하고 배치해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낸다. 수집해온 전시 도록과 카탈로그를 잘게 자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한정림 작가의 작품에서 작가는 수집품을 변형, 조정하여 작품의 조형 요소로 활용한다. 잘려진 오브제의 파편들은 존재 간 소통의 오류에 대한 언급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바벨 안에서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집품을 작품의 요소로 이용한 경우 작품의 내용면에서 수집은 수집의 차원을 넘어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암시, 은유가 된다. 최은효 작가에게 수집은 보다 직접적으로 작가의 일상을 작품 안으로 들여놓는 매개이다. 작가는 직접 사용한 영수증, 지도 등을 활용하여 현대도시의 일상을 추적하는데, 특이한 것은 쉽게 소비되고 소모된 일상의 흔적이 드로잉이라는 기법으로 부활한다는 점이다. 작품에 사용된 수집품은 수집품의 재현인 셈인데, 일상의 부산물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시 손으로 그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지나간 시간과 누락되어 버리는 기억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 『기억의 풍경』전은 시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로서 수집을 바라본다. 수집은 인간 삶에서 시간이 갖는 의미와 그 시간의 켜마다 숨어있는 일상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며 수집가들은 이러한 수집의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이다. 수집가들이 발견해낸 일상의 가치를 본 전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 조소영
Vol.20100523h | 기억의 풍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