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꿈

김동철_반미령展   2010_0512 ▶ 2010_0515 / 일요일 휴관

김동철_반미령_나비의 꿈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7×145.5cm_2010

초대일시_2010_05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빛갤러리_VIT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82.2.720.2250 Vitgallery.com

빛 갤러리는 가정의 달 기획전시로 『나비의 꿈』 김동철 반미령전을 연다. 김동철은 자연 풍경을 통해 바라본 이상향을, 반미령은 초현실적인 공간 너머의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과 건축공간 풍경의 일루전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한 작품 활동과 전시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모티브를 갖고 있지만 잔잔한 자연 풍경과 감각적이지만 절제된 공간풍경으로 어울려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화가로서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부부로서 함께 연합되는 두 작가의 하모니가 잔잔한 감동을 줄 것이다.

김동철_자연-아침햇살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12×145cm_2010

김동철은 자연을 그린다. 그런데 그 자연은 자연의 감각적 닮은꼴을 따라 그대로 그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가가 관념으로 구상해낸 것은 더욱이 아니다. 현실 속 풍경을 그렸지만, 사실은 그 풍경 속에 잠재된 이상향을 그린 것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그 그림에서 휴식과 쉼의 계기를 발견하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현실 속에서 발견한 풍경이며, 현실 속에서 캐낸 이상향이다.

김동철_한산섬-평화_캔버스에 유채_100×200cm_2010
김동철_자연-평화_캔버스에 유채_70×140cm_2010

김동철의 주요 소재는 수면과 숲이, 수면과 하늘이 서로 맞닿는 수변 풍경들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뚜렷한 형체를 지워 몽롱하게 만드는 풍경, 마치 물 입자가 손으로 만져질 듯 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풍경, 마치 벨벳을 만지듯 부드럽고 우호적인 촉감이 감지되는 풍경, 햇살이 비치면서 수면을 희롱하는 풍경이 흔한 풍경이 그 이면에 숨겨놓고 있는 휴식의 계기에로 이끌고, 저마다 품고 있을 이상향에 눈뜨게 한다.

김동철_환희_캔버스에 유채_70×140cm_2010

김동철의 그림이 자연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면, 반미령의 그림은 상대적으로 관념이 그려낸 그림에 가깝다. 닫힌 구조물과 열린 자연. 세계의 이편과 저편. 현실세계에 속한 나는 세계의 저편을 꿈꾸고, 부재하는(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를) 세계를 그리워한다. 결여의식과 결핍의식에 의해 지지되는 이 일련의 그림들에서 건축물은 나를 외계로부터 보호하면서 고립시킨다.

반미령_신세계를 꿈꾸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91cm_2010
반미령_신세계를 꿈꾸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140cm_2010

반미령의 작품은 건축물의 닫힌 구조와 자연의 열린 구조와의 대비가 주목된다. 작가의 그림에서 관객은 그림 밖에 위치하게 되고, 그 위치는 대개 화면의 전면에 그려진 구조물과 일치하게 되고, 이로써 벽면 안쪽이나 방 안에서 바깥 풍경을 조망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비록 창이나 아치형의 문이 뚫려져 있고, 그 창이나 문을 통해서 바깥을 엿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여하튼 닫힌 구조 속에 갇히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문이, 창틀이 매개가 되어져서 세계를 이쪽과 저쪽, 이곳과 저곳, 안쪽과 바깥쪽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해서, 나는 세계의 이편에 서서 세계의 저편을 쳐다본다. 현실세계에 속해져 있는 나는 동시에 세계의 저편을 꿈꾸고, 일탈을 꿈꾸고, 이상향을 꿈꾼다.

반미령_꿈꾸는 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3cm_2010
반미령_신세계를 꿈꾸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0

흥미로운 것은 근작에서 김동철과 반미령이 각각의 모티브와 감각으로 일종의 합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구조물이 두드러져 보이는, 왠지 초현실적 풍경을 연상시키는 반미령의 그림에 김동철이 그린 자연풍경이, 이상화된 풍경이 스민다. 아치형의 문틀을 통해 내다보이는 자연. 모르긴 해도 그 결합은 이질적이기보다는 마치 한사람이 그린 그림처럼 어우러져 보일 것 같고,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만큼은 오히려 더 강화돼 보일 것 같다. 아마도 초현실적 풍경에 이상향이 중첩된 탓일 것이다. 그 시도, 그 사건이 두 사람 모두에게 또 다른 한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신나래

Vol.20100520c | 나비의 꿈-김동철_반미령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