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혁展 / YIMMANHYEOK / 任萬爀 / painting   2010_0519 ▶ 2010_0620 / 월요일 휴관

임만혁_아담과이브08-1_한지에 목탄채색_145×11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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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51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이배_GALLERY LEE&BAE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10-1번지 1층 Tel. +82.51.746.2111 www.galleryleebae.com

그들의 눈빛이 말해주는 이야기 ● 화가에게 있어 캔버스란 화가 자신의 삶과 정신을 투영시키는 영역이기도 하고,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곳도 되며 또한 자신과의 끈질긴 투쟁을 기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캔버스의 장(場) 위에 작가 임만혁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관찰하여 기록하고 있다. 화가가 자신의 삶을 기록할 때, 그의 시점이 주관적인지 객관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주관적 시점을 취할 때 그는 자아와 타자 그리고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키거나 표출시킨다. 반면 객관적 시점일 경우, 마치 몰래 카메라가 그의 렌즈 속에 무심히 연출되는 상황을 담아내는 것처럼, 그는 비평적 거리를 두고 감정이입을 하지 않은 채 그 대상들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임만혁_말과아이09-1_한지에 목탄채색_116×91cm_2009

임만혁은 객관적 시점을 취함과 동시에 심리학자가 된 듯, 자신의 관찰대상들에게서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미묘한 표정과 제스처 등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잡아내어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드라마를 그의 화폭 위에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이 10여년 지속되면서 어느덧 그의 그림은 자신과 가족의 성장일기가 되었다. 그는 젊은 여자와 사내,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공간과 타자들 혹은 대상들과 함께 서로 밀고 당기는 감정의 상호작용을 무심히 화폭에 담아내어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에게 은밀한 해석의 코드를 제시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 그렇다면 우리, 관람객은 어디에서 이 은밀한 해석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임만혁에게는 몇몇 개의 도상적(圖上的) 지시사항들이 숨어있다. 첫째, 공간의 지시사항이다. 투시도적 원근감이 과장된 열린 공간, 구석진 방이나 평상 혹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이고 제한된 공간이 제시되어있다. 2003년부터 두드러졌던 경향으로써, 원근법적 열린 공간 속에 들어간 인물들은 서로가 다소 공간감을 유지하면서 떨어져있다. 공간적 거리감은 심리적 거리감의 개념으로 은유될 수 있다. 따라서 넓은 공간 속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개개인은 타자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서로 부대낄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는 서로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표출되기도 하고 애증과 견제, 갈등이 표현되기도 한다. 2006년 작업에서부터 이런 경향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데, 좁고 제한된 자리 위에 그의 가족이 얽혀 있는 모습은 관람객에게 불편한 느낌과 동시에 결속력을 느끼게 한다.

임만혁_가족이야기09-5_한지에 목탄채색_72×60cm_2009

둘째, 제스처의 지시사항이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는 베르나르 뷔페 혹은 에곤 쉴러에게서 볼 수 있듯, 신경질적이며 예민한 심리적 표정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제스처는 자아에 몰입해있는 젊은 여자의 심리상태,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감정의 긴장관계, 즐거움, 모성애, 내부로 침잠하기 위해 외부와 단절 혹은 관계를 거절하는 몸짓 등을 지시하고 있다. 특히 이런 제스처와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한지와 목탄 채색이라는 드로잉의 재료를 갖고 동판화 에칭의 기법적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임만혁_가족이야기09-6_한지에 목탄채색_72×60cm_2009

셋째, 사물들이 갖고 있는 숨겨진 의미, 혹은 은유이다. 인물들과 함께 등장하는 사물들은 그 인물들의 부분 대상일 수도 있거나 은유적 의미 혹은 은유적 상황일 수도 있다. 사물들이 화면에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2004년의 작업인 것 같다. 이 무렵 정물화가 그려지는데, 특히 게, 생선 뼈다귀, 수박, 촛불 등과 강아지, 새, 소 등의 동물의 등장한다. 해석해 보건대, 바닷게- 집착, 생선 뼈다귀- 애증, 수박- 욕망, 촛불- 기원으로 은유될 수도 있고, 동물들은 인간과의 특별한 애정관계에 대한 집착을 표출할 수 도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해가 갈수록 강아지가 자라나 개가 되면서 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 능청스러움과 애정의 갈등관계 속에 들어오는 것이다.

임만혁_실내풍경09-4_한지에 목탄채색_94×72cm_2009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면에 나타난 인물들의 눈빛이다. 시각예술에서 제일 중요한 감각이라면 단연코 '시각'이다.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도 '눈'은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는 부분 대상이었다. 중세 미술에서의 '눈'은 얼굴의 이목구비에서 제일 크게, 그리고 둥글게 그려진다. 그것은 비록 인간의 육적인 눈은 보이는 세계만을 보는 듯하지만 보이는 세계 그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를 바라보며 무한한 신뢰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상징은 20세기 현대에 들어와 안경 혹은 선글라스라는 도구를 통해 보이는 것의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심리적이든, 영적이든 간에)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만혁의 그림에 가끔씩 등장하는 선글라스의 남자는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여러 상황에 초월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누군가일 수 있다. 그는 객관화된 화가 자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그의 화면을 압도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것은 각 인물들의 커다란 눈에서 스며나오는 눈빛이다. 그 눈은 간혹 꼭 감아버리기도 하고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은밀히 알려주고 싶어하는 눈빛을 보낸다. 이런 눈빛에 흥미로운 점은 어린 남자 아기가 점점 성장하면서 보여주는 눈빛 속에는 성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엄마에 대한 의탁과 신뢰가 점차로 집착과 소유의 갈망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 소년의 눈빛은 아이의 욕망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보면, 그 소년에게서 그 여자의 사내의 에둘러진 은유적 대상이라는 것도 느껴진다. 이 눈빛은 능청스러운 개의 눈빛과 양, 새, 소의 커다란 눈망울의 눈빛이 대조되며, 이 눈빛의 긴장관계는 여자와 사내의 눈빛 속에서 오고가고 있다.

임만혁_풍경09-1_한지에 목탄채색_60×180cm_2009

이처럼 초기로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임만혁의 성장일기와 같은 그림을 보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여주는 임만혁의 그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나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어떤 가족의 갈등관계가 은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15-6년간 한 여자/ 남자를 알고 결혼하고 생활하게 되면 어떻게 되었지? 그의 화면 속에는 여자가 사내보다 좀 더 중심적인 위치에 서 있고, 크기가 조금 더 커져있다. 사내의 눈빛은 좀 힘이 빠져있고 사내아이는 약간 움츠려든 채, 오히려 제 3자가 되어 관찰하고 있다. 그 사내에게 아내는 어떤 의미가 되고 있을까?

임만혁_엄마와아이들09-1_한지에 목탄채색_102×80cm_2009

작가 임만혁은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과 가족의 심리적 관계를 관찰한다. 그는 가족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의식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순간순간 다른 양상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은 하나의 선율처럼 계속 흘러가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만혁은 나의 자아란, 우리들 각자의 자아란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그리고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가고 있음을 가족이라는 소재의 지속적인 탐구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럴 것이다. ■ 김은진

Vol.20100519e | 임만혁展 / YIMMANHYEOK / 任萬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