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y Fantasy 텅빈환상

'작가'라기보단 '여성 작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김자희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로 여성의 감성을 표현한다. 매우 장식적인 소재와 형식으로 포장된 화폭의 이면에 상처받기 쉬운 섬세한 여성적 감성이 존재한다. 유혹하는 듯 화려한 색감과 형태의 운용은 입체감이 제거된 대상에 또 다른 빛을 입히고, 현실 속 어딘가에는 존재할 듯 하지만 어디까지가 구상이고 어디까지가 추상인지는 알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를 남긴다.

김자희_greedy1_장지에 혼합재료_162.2×130.3cm_2010

김자희_queenlike_장지에 혼합재료_90.9×72.7cm_2010

그 모호함은 그녀의 화폭이 현실이 아닌 경험으로부터 파생되었음에 기인한다.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현실이 작가의 인식과정을 통해 걸러지고 재해석된 후 기억으로 남는 것이 경험이다. 정답을 알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다. 작가의 머리와 가슴속에 담겨있는 그 보이지 않는 무엇을 화면이라는 또 다른 현실에 옮겨놓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색체와 형태에 대한 자유로운 탐색이 일어난다. 외부를 의식하지 않은 채 철저히 작가 자신에게 집중하며 그녀만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어떤 부분은 변화되고, 어떤 부분은 완전히 무시되기도 한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작가가 스스로 경험한 자신만의 대상이다.

김자희_여인_장지에 혼합재료_75.7×75.7cm_2009

김자희_美人1_장지에 석채_72.7×60.6cm_2010

김자희_美人2_장지에 석채_53×45.5cm_2010

이것은 하나의 치유 과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욕망은 때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과 허탈감을 남기기도 한다. 화려하고 값비싼 귀금속처럼 억눌러야 하는 욕망의 대상을 그림 속에 가두어 완전한 자기 소유로 만들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하나의 해방구가 될 수 있다. 속물적인 것에 대한 억눌린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표출함으로써 내제된 불안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다. 그리고 그 속에는 화려하지만 의미 없는 것들이 유혹하는 착각과 환상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담겨있다. 겉치레의 현란함은 한때뿐이다. 발이 아프고 피가 나도 포기할 수 없는 아찔한 하이힐의 매력은 치명적이지만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도 한 순간이다. 금새 부숴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함,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포장에 불과한 화려함의 특성과 그 뒤에 밀려오는 허무함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매우 유희적이고 장식적이지만 이면에 어둠을 숨긴 듯한 색체와 사라질 듯 불분명한 형태가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중용과 절제를 요구하는 현실에 반하여 유토피아를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는 것은 예술이 가지는 힘의 하나다. 그것이 비록 환상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말 못하는 이들의 갑갑한 심장을 뚫어주고, 언젠가는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여질지 모를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면 그 예술적 가치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 김여명

김자희_beautiful woman6_장지에 혼합재료_116.8×91cm_2010

'Female painter' rather than 'painter' may be more appropriate name for Kim Ja He, who expresses women's sentiment in her own feminine language only women can command. The use of temptingly gorgeous colors and forms put another shade on the object deprived of sense of solid, leaving ambiguous image which seems to be somewhere in reality but nobody can tell where is the concrete and where is the abstract. The ambiguity is caused by her painting having been created not from the reality but from her own experiences. The objective reality is filtered through cognitive process as it is and reinterpreted to remain as a memory. That is an experience, a very subjective and abstract being of no correct answer. Something invisible contained in her head and mind is transferred to another reality of painting. And free research into the colors and forms is conducted in this process which describes her own story only she can tell, completely concentrating on the painter herself without being conscious of outside. Through this, some part is changed and some part is completely disregarded. The only remaining thing is her own object of her own experience. This may be called a process of healing. Women's desire to pursue the beautiful sometimes leaves a sense of longing and despondency for a thing you can not possess. When the painter confines her object of desire, something to suppress like gorgeous and expensive jewelry, in a painting and make it her own, the catharsis can be an exit for liberation for her. The painter's intention is to overcome intrinsic feelings of uneasiness by expressing the suppressed desire for snobbish things in another way. The painting also contains a self-blame on the painter herself who can't escape from the world of misunderstanding and illusion which the gorgeous but meaningless things enticingly invite. An ostensible flamboyance is nothing but a moment. Attractiveness of dazzling high heels is fatal, which you can't give up though your feet may hurt and even bleed, but their meaning disappears also in a moment. The painter knows well of the characteristics of gorgeousness which is nothing but a covering to hide the weakness and frailty to be broken in an instant, and the subsequent emptiness surging to her. It is metaphorically expressed in her colors, which are very playful and decorative but looks like it is hiding the dark behind, and in the seemingly disappearing unclear forms. ■ Kim Yeo Myung

Vol.20100519b | 김자희展 / KIMJAHE / 金慈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