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WALL

 주찬석의 다의적 메시지 ● 10여년을 가까이 지켜본 주찬석은 무뚝뚝하고 말수가 별로 없는 작가이다. 어느 추운겨울 난로도 없이 웅크리고 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그의 등에서 보여지는 것은 작품에 대한 집요함, 간절함, 절박함이 묻어나는 것들이었다. 그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쉽게 드러내놓고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떤사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집요함을 보이기도 한다. 작품구성에서 보여지는 다중프레임과 같은 형식은 그의 성격에서 나오는 무의식의 장치이며 세상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갈망하며 표현 되어지는 듯 싶다. 주찬석의 작품은 특정한 대상을 상식의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하고 낯선 상황을 연출하는 떼뻬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주로 사용하여 왔다. 이기법은 초현실주의기법의 하나로 현대미술의 팝아트와 그래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광고 영화 음악 등 여러 대중매체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이번전시 역시 1회나 2회의 개인전에서 보여 주었던 기법은 비슷하지만 내용에 있어서 몇가지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주찬석_기어오르다 3_혼합재료_지름 85cm×1, 지름 56cm×8_2009

정중지와[井中之蛙]의 알레고리 ● 장자(莊子)의 고사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황하의 신 하백이 처음 바다를 보고는 그 광대함에 놀라자 북해의 신약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사는 곳에 구속된 까닭이며, 여름 벌레가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한 계절에 고정되어 산 까닭이며, 정직하지 못한 선비는 도에 대해서 말할 수 없으니 세속적인 가르침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은 좁은 개울에서 나와 큰 바다를 바라보고 나서 자기가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에 이젠 당신과 함께 천하의 진리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자신의 좁은 경험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인정하려고도 않고 고정된 인식의 틀 안에 갇혀 버린 사람과 사회는 보다 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해 외부에서 몰려오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비극을 맛보고 만다라는 이야기이다. 화면에서 부분을 차지하던 개구리가 이번 전시회 작품들의 대부분 화면의 중앙과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게 된 이유가 작가가 사회현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 내지는 희망을 강조한 듯 싶다.

주찬석_벽 넘어(개구리 바다를 보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117cm_2008

주찬석_기어오르다_혼합재료_지름 36cm, 지름36cm변형×2_2008

관음적 영상 프레임 ● 현대인들의 잠재의식 깊숙한 곳에는 관음적 욕구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물은 거의 뒷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뒤는 타인으로부터의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되어 관음요소가 생성된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작품에서 누드의 여인이 관람자를 향해 똑바로 쳐다보는 형식과는 정반대로 짐케리 주연의 "투르먼쇼"나 이경규의"몰래카메라", 도시곳곳의 감시카메라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숨김으로써 상대를 관찰하거나 바라보는 행위로 그림을 감상하는 감상자도 공범으로 끌어들임으로서 묘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작품 "세소녀"나 "벽 넘어(현규),(채은)"는 누구이고 어떤 관계일까? 혹 만났던, 만나는 사람들이었을까? 어쩌면 우리 역시 단절된 현대사회에서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관음증으로부터 시작된 관찰'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찬석_벽 넘어(현규)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08

주찬석_세 소녀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117cm_2008

신화를 통한 다의적 메시지-"라오콘군상"과 "벨베데레의 토르소" ● 그의 작품에서 나타난 "라오콘군상"과 "벨베데레의 토르소"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것인가? 사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만큼 그리스 신화의 세계와 가까운 세계는 없는 것 같다. 사랑과 질투, 미와 관능, 절망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의 세계는 오늘날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은 과학기술 문명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에서 해방되고, 동시에 여러 곳에 편재하는 유비쿼터스와, 자유로운 생명창조와 재생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며 모든 것을 향유하는, 신의 영역을 넘보려하는 꿈을 꾸고 있다. 더불어 현대인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신화를 창작하여 가짐으로써 정체성의 불안을 해소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신의계시를 누설해 비참한 최후를 마친 「라오콘군상과」, 미켈란젤로의 찬탄을 자아냈던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친구인 아킬레스의 시신을 거둔 용감한 무장 아이아스「벨베데레의 토르소」를 통해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화는 과거의 박제화 된 유물이기를 거부하고 항상 살아 있고 항상 새로워진다. 헤라클레스와 이카로스는 슈퍼맨으로 부활했고 아테나와 아마조네스는 원더우먼으로 되살아났다. 하데스의 투구 퀴네에(kynee)는 투명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는가. 신화는 인간의 영원한 꿈인 것이다.  ■ 박석윤

주찬석_벽 넘어(넘기 위해)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09    주찬석_벽 넘어(여정)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09  

Polysemous messages of ChanSeok Jou ● Mr. Jou, whom I have known for the last 10 years, is a quiet, but blunt artist. What I saw from him was persistence, desperation, and earnestness when I saw him working on his piece of art, squatting down in a cold studio, without any heater. He doesn't express his view of the world so easily. However, once he is involved in a discussion on what captivates his interest, he displays more persistent character. The polysemous frame in his artwork seems to be the expression of his consciousnessand desire for free passage to the world. Mr. Jou's artwork uses dépaysement techniques that place an object in an odd background, creating the unique and strange view. This technique is one of the surrealistic painting techniques; it has greatly affected the modern pop art and graphic designs, providing the motif to many mass media including commercials, movies, and music. This exhibition has many artworks that used similar techniquesfrom his first and second exhibition, but there are a few things to pay attention to. Allegory of 「Frog in a Well」 ● Here is one of Zhuangzi's stories: The god of water, Hebai, was surprised with the expansiveness of the ocean, and the god of Beihai, Xinruo, said, "A frog in a well can't talk about the ocean because it is bound to the well. A summer bug cannot talk about ice, because it lives only one season. A dishonest scholar cannot talk about the truth, because he is bound to the teaching of the secular world. But you are out of your 'well'and looking at the expansive ocean. So I can talk with you about the truth." This story teaches us that people who refuse to get out of their small world, or to admit that there is a bigger world outside, will eventually perish in ignorance for not being able to cope with the challenge from outside world. The frog that used to take up a small part of the canvas is now at the center of the canvas, which seems to show the willingness or desire of the artist to be part of the real society. Voyeuristic frame ● It seems that there is a voyeuristic desire in people's consciousness. In his artwork, 'Behind,' which mostly shows a woman's back, arouses such desire by making it look like viewers are looking at her in real life. It is different from the woman in Manet's 'Luncheon on the Grass", who looks straight at the viewers, but it is rather like the hidden camera in "Truman Show" or "Hidden Camera of KyungKyu Lee"or other CCTVs in the city, which hides the viewer and creates more curiosity by engaging the viewer(s) in the scene. His artwork, "Three girls" or "Over the wall (HyunGyu), (ChaeEun)" makes the viewers wonder, who they are, or whether they have known each other. The artist may be adopting 'observing others from voyeuristic view' as a way of connecting to others in this world of disconnectedness. Polysemous message through Greek Myth-"Laokoon Gruppe" and "Torso in Belvedere" ● What message does his artwork, "Laokoon Gruppe" and "Torso in Belvedere" try to deliver? As a matter of fact, our modern society is much like that of Greek Myth: the world full of love and hatred, beauty and sensation, despair and obsession is not any different from the Greek myth. Modern people try to be gods, by attempting to be free from all problems related to their basic needs, to be ubiquitous (be present everywhereat the same time), and to self-exist through creating/ recreating life. Besides, people are living in new paradigms by creating new myth that is scientific and rational in order to solve the anxiety for identity. By describing 「Laokoon Gruppe」 who faced their death for revealing god's world, and Aias in 「Torso in Belvedere」 who buried the body of his closest friend, Achilles, the hero of Trojan War, the artist is providing the lens to reflect to people who are losing their identity. Myth refuses to be trapped in the past, but seeks to be alive and renewed. Heracles and Ikaros were born again as Superman; Athena and Amazones were born again as Wonder Woman. Hades's casque, Kynee, was born again as Invisible Man. Myth is people's unchanging dream. ■ SukYoon Park

Vol.20100515f | 주찬석展 / JOUCHANSEOK / 朱燦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