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512_수요일_05:30pm
주최_ART2513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제1전시장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오는 2010년 5월 12일(수)부터 5월 18일(화)까지 일주일간 가나아트스페이스 제1전시장에서는 박혜원 개인전(전시명:The Secret Park)이 열린다. 박혜원 작가는 뉴욕 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한 후 몽환적이고 독창적인 self연작들을 발표하여 국내와 뉴욕에서 커다란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 또한 self연작들의 최신작인 「The Secret Park」을 통해 국내에서 보기 힘든 캘리타입(Kallitype) 작품을 선 보인다. 박혜원의 작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 인 몽환적이고 우울한 느낌을 완벽히 재현하는 Kallitype기법은 19세기 사진기법들 중 하나로 작가가 직접 종이를 선택해 감광유제 도포하여 만든 수제인화지에 프린트를 하는 방법으로써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충실하고 창조적이게 만든다. 마치 어린아이가 무의식적인 감성으로 자유롭게 그려낸 듯한 자화상을 희소성이 강한 표현기법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으로 다시 한번 박혜원 작가의 독특한 감성이 호평받기를 기대해본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전체의 작업을 통해 그 동안 조금씩 변해온 '나' 라는 피사체를 표현했다. 현재의 내 모습, 그리고 추억 속의 그리운 어린 시절과 앞으로 변해갈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그러나 상상 속의 나의 모습과 거울 속으로 들여다 보는 내 모습 만으로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고 그리는 자화상과는 다르게, 작가 본인이 직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가며 그린 자화상에서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듯이, 나 역시 나를 뷰파인더로 보이는 내 모습뿐 아니라, 나의 얼굴을 만지고, 그것을 느끼고, 이미지화 시켜 나도 발견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 박혜원
박혜원의 self-portrait, 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 작가의 작품들을 보다 또 하나의 작품으로 걸려진 작가의 self-portrait 사진을 접했을 때 우리는 때로 의아해하며 작품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모습 또는 이미지를 통해 작품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작가의 self-portrait은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매체가 된다. 이에 반해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사진들처럼 self-portrait이지만 작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인물이 된 작가가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작품들도 있다. ● 박혜원의 self-portrait사진들은 이 둘의 중간에 위치한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들은 순전히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도, 온전히 익명이 되지도 않은 채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녀의 self-portrait사진들에는 대부분 시골숲, 강가, 호숫가, 한적한 담길처럼 주로 인적 없는 자연을 배경으로 특정 포즈를 취한 그녀의 모습이 멀리 담겨져 있다. 특별히 분장을 하지 않아 작가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드러나지만 인물이 클로즈업되지 않고 배경 속에 녹아들어가 있어 그녀의 self-portrait사진은 하나의 이미지 또는 느낌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그녀가 멀리 화단 한 켠에 등을 돌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거나 현관 앞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구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뿌옇게 흐려진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울타리의 그림자가 선명히 드리워진 목장길을 따라 그녀가 웃옷을 뒤집어쓰고 달려오고 있는 사진에서는 햇빛과 바람의 촉감이 느껴진다. 각각의 사진은 모두 작가가 그 장소를 만났을 때, 그 시간에 가졌던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낸 것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도시에 있는 집을 나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구체적인 컨셉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그 지역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춰 떠오르는 장면을 즉흥적으로 연출한다. 이 때 연출이라 함은 그녀가 카메라 앵글에 담을 배경을 정하고 그 안에서 포즈를 취하면 카메라를 든 이가 요청한 타이밍에 셔터를 눌러주는 것이다. ● 셔터를 눌러주는 사람은 주로 작가의 친한 지인이다. 그녀가 포즈를 취할 때 그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큰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사람이 없는 시골을 배경으로 찾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그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그곳에서 떠오르는 자신의 순간적인 느낌, 기억, 무의식,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박혜원의 self-portrait사진들은 단순히 피사체로 머물러 있는 여성 사진가의 모습을 보여준다기 보다 배경과 더불어 하나의 이미지로써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기억을 환기시킨다. ● 기법적인 면에서도 사실적인 형상들을 강조하기 보다 따뜻한, 우울한, 또는 몽환적인 '느낌'들을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주로 홀가(Holga)카메라를 사용하였다. 디테일을 살려주기 보다 흐릿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카메라를 사용함과 동시에 인화과정으로 얼터너티브 프로세스(alternative process) –19세기 사진기법들을 말함- 중 하나인 캘리타입(Kallitype)을 이용하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젤라틴 실버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처럼 사진의 정확한 재현능력을 따르기 보다 사람의 손맛이 가미되어 결과적인 이미지가 변하는 제작과정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또한 흰 색의 네모반듯한 인화용지에 커피물을 들이거나 가장자리를 손으로 뜯어내기도 하며 카메라가 기계적으로 잡아낸 이미지에 자신만의 느낌을 부여한다. ● 이처럼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사진을 찍을 당시 느꼈던 느낌, 감정, 분위기 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작가의 self-portrait사진은 풍경사진처럼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그녀가 보았던 대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우리로 하여금 그녀가 경험했던 한 순간의 느낌을 더 크게 공감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반응했던 모습을 배경과 더불어 보여준 것이다. self-portrait시리즈 전 작가의 사진경력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생각이 더 분명해진다. ● 박혜원은 본래 패션사진을 전공했었다. 그러나 촬영컨셉, 모델, 의상, 메이크업 등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고 사진가는 때로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는 역할에 머문다는 것에 한계를 느낀 작가는 순수 사진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작가가 SVA(School of Visual Arts)의 사진과에 다니며 초반에 만들었던 'Angel'시리즈는 그녀가 천사날개모양을 등에 메고 할렘에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그녀가 천사로 분장하여 거리를 돌아다닌 이유는 단지 그곳의 사람들을 대상화하여 사진을 찍기보다 그들이 자신을 보고 반응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함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 속에서 천사를 보았을 때 또는 천사의 날개를 단 작은 동양여자를 보았을 때 느꼈을 낯선 느낌, 재미있는 예상 밖의 반응들을 담고자 한 것이다. 이 사진들에 주로 할렘의 아이들이 찍힌 이유는 그녀의 카메라를 먼저 의식한 어른들과 달리 그들은 작가가 단 날개를 먼저 보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작가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상을 눈으로 포획하는 카메라의 본질을 넘어서 자신과 타인 사이에 교류되는 느낌과 생각들을 카메라를 매개로 담아내었다. 자신의 몸이 환경에 반응한 모습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느낌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그녀의 self-portrait시리즈는 이러한 작업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 지금까지 작가가 self-portrait시리즈를 만든 배경이 되는 곳들은 미국 동북부 Maine주의 한 마을, 뉴욕의 botanical garden,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 호숫가, 영국의 시골정원 등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의 작품에서 그 특정 장소들을 알아볼 수도, 크게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이 낯선 곳들에서 대상자체가 가진 특징을 넘어 보는 이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었듯 보편적인 인간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힘을 가진 박혜원의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바이다. ■ 김은영
Vol.20100510g | 박혜원展 / PARKHYEWON / 朴惠園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