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FantasyⅢ

손지원展 / SOHNJEEWON / 孫志瑗 / painting   2010_0512 ▶ 2010_0518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168×84.5cm×2_2010

초대일시_2010_0512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일탈의 표현 욕구 - 손지원의 채색화 ● 전통적인 동양 회화의 화목 구분에서 화훼는 사생(寫生)이라 표현한다. 사생이라는 말은 바로 대상이 되는 꽃이나 식물의 생기 있는 자태를 그린다는 말이다. 즉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에 내재된 생명의 기운을 포착하고 이의 표현을 통하여 작가의 사상 감정을 표출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관찰과 인식, 그리고 표현에 관한 일련의 사상들은 동양 회화 전반에 걸쳐 가장 근본적인 조형의 요구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신(傳神)의 그것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100×80.5cm×2_2010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72.5×72.5cm_2010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화훼화의 덕목은 대상의 생기를 포착하고 이를 표현해 내는 것이다. 굳이 작가의 작업이 바로 이러한 생기 포착의 성공적인 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몇 가지 내용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작가의 화면은 정치하게 잘 다듬어진 기교적인 것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투박하고 둔탁한 맛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근자에 보이는 화훼 표현들이 극사실적인 정교함과 과도한 장식적 경향으로 말미암아 마치 박제된 듯한 경직성을 보여이고 있는 점에 비한다면 작가의 이러한 화면 경영은 한결 풍부한 융통성을 지닌 여유로운 것이다. 여타 채색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중첩하며 색채를 쌓아 나감으로써 이루어지는 미묘한 색채의 도구, 혹은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물리적 특성을 하나의 조형 요소로 화면 안에 수용함으로써 독특한 심미적 구조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견 정치하기 못하게 보일 수 있는 얼룩진 화면들과 번지고 흐르면서 엉겨 말라가는 채색의 구사는 오히려 화하적인 맛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72.5×72.5cm_2010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53×45.5cm, 49×40cm×2_2010

더불어 표현에 대한 강한 욕구와 의욕은 작가의 화면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끊임없이 표현에 대한 도발적인 욕구와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여의 분방하고 거친 듯한 색채의 구사는 물론이거니와 색지를 잘라 붙이는 새로운 시도 역시 이러한 표현 욕구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작가가 선보였던 초기의 작업들은 채색화의 원천적인 덕목들에 충실한 아카데믹한 것이었다. 대상에 대한 성실한 표현과 반복하여 색채를 중첩하며 깊이를 이루어내는 채색화 특유의 표현 방식을 충실히 반영하던 작가의 작업은 근자에 들어 점차 도발적이고 과감한 변화 양상을 점차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것, 상투적인 것부터의 일탈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작가의 조형에 대한 주관적인 안목과 요소가 보다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의 의욕이 제대로 조형화되어 수용되지 못함으로써 생겨나는 표현 과잉의 경우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지니고 있는 표현 충동, 혹은 이러한 욕구는 작가의 새로운 작업을 열어가는 효과적인 동력임은 분명한 것이다.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53×45.5cm×2_2010
손지원_Korea FantasyⅢ_한지에 석채, 먹, 혼합재료_41×31.7cm×2_2010

서구적 조형과의 관계를 여하히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대 한국화가 당면한 공통의 문제이다. 작가의 근작들 역시 이러한 점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은 서로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혼재하며 융합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료와 기법은 전통적인 것을 따른다 하지만 표현과 조형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들이 이미 유입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을 여하히 조화시켜 주관화 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할 것이다. 작가의 근작에 드러나고 있는 의욕과 시도는 분명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발산이나 펼침에 앞서 효과적인 수렴과 수용의 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이는 거친 충동에 그치고 말 수 도 있음을 연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상을 단순히 사물로 인식하지 않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기운을 포착하고자 한다는 전통적인 화훼화의 표현 덕목이나, 관찰에서 표현에 이르기까지 주관적인 개괄과 취사선택의 과정을 강조하는 유모취신(遺貌取神)의 정신은 어쩌면 작가의 경우 균형을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상철

Vol.20100510c | 손지원展 / SOHNJEEWON / 孫志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