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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 블로그_http://jungkibeak.blogspot.com
초대일시_2010_05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Tel. +82.2.760.4722 www.arkoartcenter.or.kr
『Sweet Rain』전은 '단비'라는 관념적 대상을 실제화 시키는 프로젝트이다. 인사미술공간 지하 전시장에서 내리는 단비는 단맛을 내는 합성감미료인 사카린과 포도당 그리고 물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인공비로, 관객들은 1층에서 우비와 우산을 대여한 후 마음껏 단비를 맞고 또 맛볼 수 있게 된다. 단비는 맛이 달아서 단비가 아니라 '가뭄 끝에 단비가 왔다'는 말처럼 '꼭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단비라는 말을 들으면 단비의 원뜻을 연상하면서도 한번쯤은 '달다'라는 형용사의 미각적 감각을 떠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달다'라는 형용사는 다의적인 단어이고, '단비'에서처럼 '흡족하여 기분이 좋다'는 뜻과 함께 '맛이 달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형용사 '달다'의 다층적 의미 중 '비'라는 단어와 한 쌍으로 사용되어 온 의미 대신 또 다른 의미를 연결해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단비의 관념을 감각적으로 치환하고자 한다.
모로코 사막에서의 기우제 퍼포먼스 「Pray for Rain」(2008), 강 읽기 프로젝트 「Read River」(2008), 정화조에 파란색 염료를 섞은 「Clear Blue Water」(2009)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최근 물을 모티브로 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출발점은 이른바 '바셀린 시리즈'로 불리는 초기 작업이다. 피부 보습제에 불과한 바셀린이 외상치료제와 소염제 그리고 통증완화제에 이르기까지 심리적인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바셀린 시리즈는 장갑, 투구, 갑옷과 같은 보호 장비를 바셀린으로 제작한 것부터 건물의 갈라진 틈을 보수하기 위해 시멘트 대신 바셀린을 채워 넣은 「치유(Treatment)」(2007) 작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바셀린 작업은 플라시보 이펙트 즉, 대상에 대한 믿음이나 관념적 학습효과가 어떻게 본질을 벗어나 사물의 기능을 확대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실험들이다. 동시에 바셀린 작업을 통해 작가는 나와 주위사람들을 보호하고 치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바셀린의 보습기능의 원천인 물이 지닌 보다 근원적인 치유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해 모든 문명에서 생명을 탄생시키고 존속시키는 상징적 촉매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작가는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인 모로코의 사막에서 벌인 기우제 퍼포먼스나 독일 스프리 강과 영국의 클라이드 강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미세물질의 이미지를 기록하고 그것으로 각 도시의 특성을 읽어보는 작업들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거나, 실제 환경운동과 연관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물을 통한 사회적 치유에 주목하게 된다. 2009년도에 선보인 「Clear Blue Water」, 「Green Leaves, Red Fruits and Blue Pond」등은 파란 물, 빨간 열매, 초록 잎과 같이 자연의 색과 관련된 어휘들이 단순히 대상의 속성 중 하나로써 그것을 묘사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에 대한 관념적 본질을 규정하게 되는 현상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즉, 관념이 오히려 자연을 비자연적으로 인식하게하거나 변형시키기도 하는 전도현상을 드러내 역으로 자연의 본질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초기의 바셀린 작업에서부터 작가는 줄곧 치유라는 테마에 집착하는 듯 보이는데, 치유는 단지 작가 개인의 외상을 치료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차 우리의 관념을 지배하는 언어구조의 틀을 시각화해 대상의 본질을 환기시킴으로써 환경문제 등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단지 개념적인 것에 머물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소통을 추구하고자 한다. 「Green leaves, Red Fruit and Blue pond」(2009)와 같은 최근의 작업이 색과 관련된 어휘들을 이용해 시각적 감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단비는 미각적, 청각적, 촉각적인 감각으로의 다감각적 확장을 보여준다. 관객의 감각을 자극해 감각기관 전체 즉 신체를 활용해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는 면에서 청각, 촉각, 미각과 같은 감각을 사용하는 것은 관객과 심리적, 신체적으로 친밀한 접촉과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Sweet Rain』전은 공감각적인 접근법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의 지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관객들은 전시내용을 듣기만 해도 단비를 재현하려는 다소 엉뚱한 시도에 미소를 머금게 되고,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단비를 실제로 만나게 되는 행복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맛볼 수 있는 쾌감과도 같은 전시인 『Sweet Rain』전은 메마른 시절에 내리는 단비만큼이나 유쾌한 청량제이자 마음의 치료제가 될 것이다. ■ 전유신
Vol.20100509d | 백정기展 / BEAKJUNGKI / 白丁基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