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비-괴우 怪雨

이영조展 / LEEYOUNGJO / 李永照 / painting   2010_0507 ▶ 2010_0529 / 월요일 휴관

이영조_익명인-괴우Ⅱ anonym-showers of organic matt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1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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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0_050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괴우(怪雨) - 괴상한 비. 회오리바람과 같은 이동성 저기압이 호수, 늪, 바다 등지에 나타날 때 공중으로 휩쓸려 올라간 흙이나 벌레, 물고기 따위들이 다른 지역에서 섞여 내리는 비를 이른다. 하늘에서 토마토가 내려온다. 물고기가 내려온다. 괴우(怪雨)다. 그간 익명인 시리즈로 우리에게 실존적 위치를 회화로 일깨워준 작가의 작품에 이번엔 다른 비가 등장했다. ● 이영조가 기를 쓰고 그려내는 것은 괴우 이전에 비, 비 이전에 사람들. 그것도 사람들의 뒷모습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익명인. 이영조는 '대중'이라고 불리는 익명인들을 앞에 두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익명성의 논리에 처하게 됨을 역설한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아 간과되기 쉬운 그들과 그들의 삶에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한다. ● 이번 전시는 우산 속 익명의 현대인들 그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본다. 급속한 현대화의 과정에서 희생되고 놓쳐버린 각 개인의 자아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더불어 우리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관객과 함께 공유하는 장을 갖는다.

이영조_익명인-괴우Ⅲ anonym-showers of organic matt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12cm_2010
이영조_익명인-괴우Ⅰ anonym-showers of organic matt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2cm_2009
이영조_익명인-사랑비 anonym-love rai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2cm_2009
이영조_익명인-도시에 비Ⅱ anonym-rain in 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cm_2009
이영조_익명인-위장 anonym-camoufl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10cm_2009
이영조_어설픈 위장Ⅱ coarse cover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09 이영조_어설픈 위장Ⅲ coarse cover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09

바깥으로부터 관찰된 익명인과 괴우는 순간을 통해 존재를 알리고 있다. 정지한 듯한 화면 속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작가적 직관에 따른 감흥보다 이야기가 있는 에피소드로 읽혀진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련의 옛 지도와 풍속도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교묘하게 숨기기 좋은 장치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작가가 화두로 안고 있는 현대인의 익명에 대한 정체성의 물음이기도 하다. ● 등장하는 괴우(怪雨)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제각기 다른 인물의 존재를 재편성하면서 마치 시간적 간격을 뛰어 넘는 것 같은 통일성 있는 비연속적인 리듬감을 유지해낸다. 이 리듬감을 통해 이영조는 일종의 유희와 같은 노동을 반복한다. 비교적 안전한 유희지만 이영조의 작업엔 억척스러울 만큼의 노동의 행위가 묻어나 있다. 작품의 크기도 크기려니와 작가적 습(習)으로 보이는 반복되는 선들과 괴우(怪雨)로 등장하는 복어는 비단 어딘가에서 따온 형태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동어 반복된 형태들은 작업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해 주는데, 수없는 반복의 붓질은 노동에 가까우며, 그러한 노동 뒤에 완성된 화면은 치밀한 밀도라는 결과물을 생산해 낸다. ● 이영조가 완성해낸 익명성은 특별하지 않아 간과되기 쉬운 그들과 그들의 삶에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하며, 시공을 넘나드는 괴우(怪雨)는 나쁘지 않은 속임수와 유쾌한 환타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현대인의 정체성이라는 질문을 풀어나가는 이영조의 발칙한 상상은 새로운 괴우(怪雨)시리즈와 함께 도심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 김최은영

Vol.20100507f | 이영조展 / LEEYOUNGJO / 李永照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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