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50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종래_김순석_박대용_박병락_박주생_백준선_서남수_송대성_윤성중_장안순_정현숙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가 7-1번지 Tel. +82.62.613.5382 artmuse.gwangju.go.kr
이른 봄, 때 아닌 목련이 기습적인 꽃샘추위의 눈발에 떨고 있는 모습처럼, 그렇게 1980년 광주의 오월은 시작되었다. 미처 옷을 여미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눈을 맞는 목련의 화사함은 보는 이에게 더욱 애처롭게 다가온다. 영문도 모르는 목련의 독백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닌가?' ● 올해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은 30주년을 맞았다. 현장에서 5.18을 겪었던 세대나 역사를 통해 5.18을 알게 되는 세대 모두에게 광주의 오월은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구)도청의 광장에는 30년의 세월로 건조 된 기억들이 모여지고, 많은 행사와 전시, 공연이 광주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던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은 조용한 시선만으로도 강한 어휘나 몸짓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하다. 『君子의 SHOW』는 군자들의 독백이다. 군자(君子)들은 오월에 붙들린 거리나 풍경, 사람들을 선과 색으로 정지시킨다. 작가들의 화폭에 담긴 모습들은 역사의 현장에 선 우리를 고요한 사색의 공간으로 안내하게 된다.
유학(儒學)에서는 성숙한 인격자나 지도자를 가리켜 군자(君子)라고 부른다. 군자는 자신의 도덕률(道德律)을 기초로 자신의 행위나 정치의식에 있어서 공공성을 표방하고, 내면적인 성숙과 의(義)를 중시한다. 때문에 군자들의 서재에서 닦여진 학문과 인격은 당시의 사회에 영향력을 끼쳤다. 한가함을 즐길 때면 군자들은 사군자나 산수 등을 그리면서 풍류를 즐겼고, 우리들은 이 그림을 문인화라 일컫는다. 하지만 그 그림은 단지 여기(餘技)로 끝나지 않고 정신이념이 깃들어 있다. 고고한 필법과 화격으로 정신성에 무게를 두는 문인화의 전통에 서있는 현대 문인화 역시 사회문제나 역사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작가의 창조적인 대담한 시선과 자유분방하고 참신한 화법의 구사가 요청되지만, 항상 작가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 모인 작가들은 남도 땅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서,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서 보고 느꼈던 풍경들을 현대적 구도와 다채로운 색감으로 화폭에 담았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산수(山水)나 풀꽃들, 낯설지 않은 인물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바꾸어 놓고 있다. 형태가 단순화되고, 수채화적인 채색법이 구사되기도 하면서 현대적 미감(美感)이 융화되어 있는 작품 속으로, 작가들은 역사의 엑스트라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풍경과 인물들을 불러 모은다. 소리 쳐 행동하지 않더라도 보고 느끼고 견디어 내는 모든 것들은 동질의 삶이다. 외면하지 않고 함께 5. 18 민주화 역사를 건너온 이 땅의 살아 숨 쉬는 것들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다. 작가들의 필선(筆線)으로 화폭에 부려놓은 자연풍광들이 이제는 역사의 정신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라고 이야기 한다. 한 해의 몰락을 거름삼아 다음 해의 생명으로 이어가는 자연의 고요한 정적에서 깊은 외침이 들려온다.
30년의 세월은 기억을 흐리고 무뎌지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君子의 SHOW』라는 사색의 공간을 통과 해 온 우리들의 가슴엔 5. 18 역사가 무거운 침묵이 아닌 싱그러운 풀꽃들로 자라야 할 것이다. 관람을 위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의식의 파동이 퍼져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Vol.20100507c | 君子의 SHOW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