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4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3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거대 화석으로 치환된 생명의 파편들 :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과거로의 시간여행 ● 김승우는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 『잃어버린 시간 Lost Time』에서 동물의 뼈를 의도적으로 크게 확대하여 재창조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석기시대의 거석미술이나 고생물체의 거대 화석을 연상시기는 그의 작품들은 연극무대처럼 연출된 공간에 배치되어 작가가 제시하는 스토리에 따라 작품을 체험하도록 관객들을 이끌고 있다.
뼈의 아름다움 예찬 : 창조주에 대한 경의 혹은 도전 ● 미술사에서 많은 작가들이 뼈에 대한 예찬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작품으로 형상화 해왔다. 그 중 현대미술의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사진작가였던 브라사이(Brassai)와의 대화에서 새, 개, 양, 소와 같은 동물들의 뼈가 지닌 정교한 구조와 형태적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뼈들의 올록볼록한 형태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잘 짜 맞추어진 구조에서, 자유자재로 생명체를 빚어내는 신의 손가락 자국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였다. 즉 그는 지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조각도 창조주의 손으로 빚어낸 뼈만큼 완벽한 조각은 없다고 보았다. 사실 동물의 뼈를 조금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모든 부분들이 적재적소에 알맞은 크기로 배치되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매우 경이롭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김승우 역시 뼈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작가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개의 뼈들을 모아 관찰하고 서로 다시 맞춰보면서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창조행위에 대한 한계와 허무함을 느꼈다고 이야기 한다. 자연에서 창조된 형태를 인간의 손작업으로는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면서 작가는 창조주의 작품인 뼈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 뼈를 이용하거나 그대로 모방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모뉴멘탈한 크기로 확대하여 기존의 뼈에서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서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확대 작업을 통해서 동물의 뼈에 담긴 조형미를 매스가 강조된 조각의 형태로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여기에 낯선 스케일에서 느끼게 되는 공포감, 더 나아가서는 절대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내고 있다.
김승우는 뼈를 이용한 작업 이전에도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에게 자연은 친근하면서도 정복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작품을 거대한 크기로 확대하여 마치 석기시대의 거석미술이나 거대 고생물체의 화석과 같은 이미지로 제시하는 방식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뿐만 아니라 현 존재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려는 작가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작은 뼈에서 시작된 존재에 대한 사색은 이처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그 시원을 찾아가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독특한 전시 공간 연출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과거로 향한 시간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연극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전시장 입구에 현대를 상징한다는 사각의 금속 기둥들을 세웠다. "문"의 역할을 하는 이 기둥들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사각의 기둥들은 녹이 슨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조합하여 만들었는데, 이는 문명시대 이전의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와 세련된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금속 기둥들이 늘어선 현대의 문을 통해 과거의 세계로 발을 내딛은 관객들은 거대한 화석으로 변모된 뼈 이미지들을 마주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석회질 질감의 거친 표면이나 잘 다듬어진 매끈한 표면을 드러내는 거대한 뼈 조각들은 그 생경한 이미지와 스케일로 인해 관객들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거대한 자연의 파편을 마주하면서 느끼게 되는 숭고의 감정이자 절대자의 권능이 내재된 자연 숭배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 감성이다.
김승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관객들에게 들켜버린 듯하다. 그는 조물주의 작품인 자연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자세로 다가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완벽한 창조물인 자연을 재구성하고 시간을 거스르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2의 조물주가 되고픈 욕망을 표출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의 창조는 모든 예술가의 이상일 것이다. 작가 김승우는 작은 뼈 한 조각에서 출발해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과 현재가 만나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화석에 갇혀 있는 생명의 파편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의 작업의 공통된 화두인 자연과의 진정한 소통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 정수경
Vol.20100428a | 김승우展 / KIMSEUNGWOO / 金勝優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