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미술상 20주년 기념식 및 석주 윤영자 작품집 헌정식_ 2010_0423_금요일_04:00pm
가나아트 기획초대展
참여작가 윤영자_정경연_박상숙_정보원_석란희_이숙자_김승희_홍정희_원문자_김혜원 조문자_윤난지_차우희_이불_김홍희_송수련_유리지_장진_권이나_심영철_홍순주
관람시간 / 10:00p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석주 미술상은 1990년 석주 윤영자 선생님에 의해 제정된 여성미술인상으로 그 동안 19회에 걸쳐 20인의 여성 수상자들을 배출하였다. 윤영자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여성미술인으로서의 의식과 자각을 갖고 남성에 비해 전문가적 작가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여성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진작시키고 여성 작가간의 유대와 공동체의식을 조장한다는 취지로 석주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 상을 제정하셨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미술환경이 대폭 변화하고 여성 미술인들의 활동이 질적, 양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석주상은 아직까지 국내 유일의 여성미술인상으로 그 효력과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 석주미술상의 특징은 양식, 매체, 장르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순수미술 뿐 아니라 공예/디자인을 포함하고 작가와 함께 평론가도 대상화한다. 순수미술의 대척점에서 응용미술이라는 이차적, 부차적 위계를 부여하고 특히 여성 장르로 폄하하기 쉬운 공예에 주목하여 1회 수상자를 섬유예술 분야에서 선정한 점에서부터 석주상은 여성미술인상다운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 석주문화재단은 공예/디자인 분야에서 1회 수상자로 섬유예술가 정경연을 선정한데 이어 6회에 금속공예가 김승희, 16회에 도예가 장진과 금속공예가 유리지(16회)를 공동 수상자로 지명하였다. 조각 분야에서는 박상숙(2회), 정보원(3회), 김혜원(9회)을, 설치미술로는 이불(13회)과 심영철 (18회)을 선정하였다. 서양화 수상자로는 석난희(4회), 홍정희(7회), 조문자(10회), 차우희(12회), 권이나(17회)가 있고, 동양화로는 이숙자(5회), 원문자(8회), 송수련(15회), 홍순주(19회)가 있다. 평론에는 11회에 윤난지, 14회에 김홍희가 선정되었다.
2010년은 석주미술상이 제정된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리기 위하여 윤영자 선생님과 20인의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4월에 기념전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전시 제목은 『모더니즘 온 & 오프』. 윤영자 선생님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모더니즘 시대에 등장해서 현재까지 창작 활동을 영위하는 현역작가들로서, 이들의 작업이 모더니즘을 근간으로 그 안과 밖에서 또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수행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둔 제목이다. ● 모더니즘은 20세기 한국미술을 기술하는 담론적 지표이자 그 역사적 시발을 알리는 핵심 개념이다. 개화기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미술의 수용이 이루어진 이래 전후 근현대 한국미술은 모더니즘의 수용과 그것을 거부하거나 초극하는 일탈 과정을 거치며 형성, 발전되었다. 전후 여성미술의 역사 역시 모더니즘에 대한 친/반/탈의 양상으로 전개되었으나, 모더니즘 자체가 부계적으로 형성, 정착되어온 만큼 그러한 친/반/탈의 양상에 젠더의 층위가 중첩되면서 담론적, 비평적, 미학적 복합성을 담보하게 되었다. ● 그러나 그러한 복합성은 주류 미술사나 남성적 비평문화에 의해 외면, 묵과되어 기술되거나 논의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요컨대 60-70년대 모더니즘의 표상인 엥포르멜과 모노크롬 페인팅, 반모더니즘의 기수인 80년대의 민중미술, 80년대말 포스트모던 신표현주의 회화로 시작해 90년대 이후 꽃피우게 되는 본격 포스트모던 아트에서의 여성적 영역, 바꾸어 말하면 친모더니즘, 반모더니즘, 탈모더니즘 사조에 내재된 젠더적 차이가 조명될 비평 담론이 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신화나 일상적 에피소드를 서술할 수 있는 내러티브 아트나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초성별적으로 수행되는 모더니즘 추상에서 여성미학이나 젠더 비평은 애초부터 시도되지 않았다. ● 석주상 수상자들은 대부분이 60-70년대에 모더니즘을 학습하고 80-90년대에 탈모더니즘을 목도하거나 경험한 중간 세대로서 모더니즘에 대한 이들의 유사하거나 상이한 태도가 친/반/탈 모더니즘 양상을 예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모더니즘 온 & 오프」 전은 모더니즘에 대한 젠더 비평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본 전시 기획에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석주상의 창립 주체인 윤영자 선생님은 이번에 일인 여성 조각가로서 수상자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한다. 선생님은 1950년대에 작가 활동을 시작한 전후 모더니즘 예술의 선구자로서 대리석, 철재, 브론즈 등 다양한 매체 사용과 형상과 추상을 섭렵하는 다채로운 양식 실험으로 여성조각 뿐 아니라 한국 현대 조각을 개척, 주도해온 역사적 인물이다. 그에게 모더니즘은 서양의 조각 전통을 계승시킨 메신저이자 재료의 물성과 조형 언어를 일깨워준 스승이었다. ● 수상자 가운데 재료의 사용이나 양식적 측면에서 윤영자 선생님의 맥을 잇는 조각가로 김혜원을 들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암시하는 이 작가의 유기체적 추상 조각은 모더니즘에 의한 전통 조각의 현대화를 예증한다. 1980년대 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대표적 모더니스트 조각가 정보원은 건축적 구조논리를 모더니즘 추상어법으로 조형화하고, 20대 중반부터 여성 조각가로 정평을 받아온 박상숙은 모더니즘과 탈모더니즘, 추상과 구상 조각의 경계에서 인체, 가옥, 가구 등을 모티프로 인간적 서정을 주제화한다. ● 설치미술가 심영철은 포스트모던 감수성으로 멀티미디어 시대의 테크놀로지 가설을 형상화하고, 90년대 초부터 모더니즘으로부터의 일탈을 선언하며 언더그라운드 소그룹 운동을 주도했던 이불은 사이보그 연작으로 "오프 모더니즘"의 극단을 점함으로써 모더니즘 "온 & 오프"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섬유예술가 정경연은 면장갑의 자질감과 형태미에 기초한 다채로운 조각/설치 작업을 통해 모더니즘의 형식적,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금속공예가 김승희와 유리지, 도예가 장진은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창조적 조형의식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공예의 미학적 지평을 넓히고 순수예술과 생활예술의 경계를 흐린다. ● 서양화 수상자 5인은 모두 표현주의 계열의 추상적 작업을 선보인다. 석난희와 조문자는 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 표현주의 사조인 추상표현주의를 구사하며 자발적 붓터치와 서정적 감수성으로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심상 풍경을 광경화한다. 한국화가로는 보기 드문 본격 칼라리스트인 홍정희는 세련된 원색과 질감있는 표면으로 추상표현주의 색면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회색조의 음울한 색채와 거친 붓터치로 그려지는 권이나의 추상적 인물화는 추상과 형상의 중간지대에서 명상과 관조를 불러일으키는 전전의 유럽 표현주의를 환기시킨다. 반면에 차우희는 동시대적 신표현주의자로서 검은색 추상 화면을 기호학적 패턴으로 장식하는 콜라주 수법을 통해 모더니즘 추상 색면에 심층적 내러티브의 층위를 오버랩시키는 포스트모던 양면성의 미학을 구사한다. ● 동양화가 이숙자는 보리밭, 한복 등 민족정서를 상기시키는 다양한 소재를 세필화로 재현하면서 자신 특유의 양식을 구축한다. 한지의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부조적 콜라주 수법과 전통 수묵법을 병치시키는 원문자의 화면에서는 동서양 미학의 결합이라는 탈모더니즘 시도가 발견된다. 한지 뒤에서 물감이 배어 나오게 하는 배채법으로 점묘법적 순수 추상화를 창안하고 있는 송수련, 한지위에 결을 만드는 호분과 석채로 천의 질감을 재현하는 홍순주의 작업은 동양화의 현대화, 세계화라는 한국미술계 중대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다.
다양한 태도와 방식으로 모더니즘에 대한 친/반/탈적 양상을 보이는 이 수상자들의 작업은 창작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남성들과 대별되는 젠더적 차이와 함께 초젠더적으로 학습된 동질성을 드러낸다. 동시에 여성적 동질성 가운데에서도 개별 작가의 작업에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들이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시각적 변주를 창출하면서 여성 모더니즘 미술의 담론적, 비평적, 미학적 복합성을 가시화한다. ● 여성작가들의 젠더적, 초젠더적 동질성과 차이를 표출하게 될 이번 전시는 "역사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수상자들의 수상 당시 제작된 구작, 후자는 현재진행형의 신작으로 꾸며진다. 석주상의 의미는 우선적으로 20년의 역사성에 내재하기 때문에 역사의 공간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크게는 한국 현대미술과 여성 미술의 역사가 교차되는 현장을 직시케하고, 작게는 출품된 수상 당시의 작품들을 통해 그 시대, 그 작가를 다시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 그러한 한편, 현재의 공간에 전시되는 신작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작품의 변화와 함께 수상 이후 축적된 작가 고유의 작품세계를 일별케 하는 유익한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현재의 공간은 수상자들의 미래의 공간을 예견시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의미있다. 이와 함께 개별 작가들의 구작과 신작 사이의 연속성 또는 단절이 모더니즘을 둘러싼 여성미술의 친/반/탈적 복합적 양상을 감지케 하며 여성미학과 젠더비평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 역사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의 주역들인 석주 수상자들은 한국 여성미술의 역사를 구축하고 현재를 노정시키는 창작 행위를 통하여 한국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성작가로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 편견이나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장거리 선수들의 끈기와 승부욕으로 이들은 화업을 지속하고 오늘의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덧붙여 석주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석주상을 헌신적으로 운영하고 계신 윤영자 선생님의 모성적 보살핌과 수상자들간의 공동체 의식이 이러한 성과에 기폭제가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김홍희
Vol.20100421i | MODERNISM ON & OFF-석주미술상 20주년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