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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10:00pm
국민아트갤러리 KOOKMIN ART GALLERY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2층 Tel. +82.2.910.4465 www.kookmin.ac.kr
구분의 형식 - 시각적 구분과 실체적 존재 사이의 인식적 아이러니 ● 지한나는 첫 번째 개인전『구분의 형식』에서 지난 5년 동안 '구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해 온 작품들을 통해 일관된 개념의 다양한 조형성을 보여준다. 이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들이 서로 상이한 조형성 때문에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작품들은 모두 '구분'이라는 개념의 또 다른 조형적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의 작품은 2006년 색맹테스트 작업으로부터 시작되는데, 'Ab-NORMAL'이라는 텍스트를 사용하여 정상-비정상으로 극명하게 구분지어지는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비판적 시각으로 조형화한 것이다. 색맹테스트의 차용은 그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에 기인한 것인데, 그것은 작가만의 것이 아닌 우리 중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콤플렉스이고 또 거기엔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작가는 각기 다른 지름의 PVC파이프를 몇 가지 다른 색으로 도색한 후 높낮이를 달리하여 붙이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사회 안에서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구분되어 평가받고 그에 따른 차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소수 혹은 다수의 이야기, 트라우마로까지 깊어질 수 있는 '구분'의 영향을 부조적 조형으로 시각화하였다. 그 후 그는 2008년까지 계속되는 연작을 통해 색맹테스트라는 모티브 안에서 매체의 다변화와 색채의 다양성을 꾀하면서 '구분'이라는 화두의 표현 영역을 확장시키는 시도를 한다.
2009년 그의 작품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오는데, 그것은 같은 화두를 매체 차용의 독창적 확장을 통해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물인 나뭇가지를 잘라 이어 붙이고 휘기도 하여 인위적이고 의도된 형태의 소나무 분재를 만든 것이다. 우리사회 안에서의 '구분' 기준이라는 것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시각적 정보에만 치우친 편협한 것들이 많지 않은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작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 어느 것보다 잘 자란 듯 여기는 분재이지만, 사실은 죽은 나뭇가지로 자연적으로 보이는 분재를 계획적으로 만듦으로써 시각적 표피적 정보의 단편성을 넘어선 오류와 실체적 존재 사이의 개념적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작업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콜라병을 담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이용하여 쌓기도 하고 그 중 어떤 것은 변형시켜, '구분'이라는 개념을 또 다른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 몇 년간의 다양한 매체 작업을 통하여 사회적 편견이나 불이익과 상처를 초래하는 불합리한 사회 현상들을 '구분'이라는 개념으로 작품에 투영시켜 왔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는, 작가의 직관과 고찰뿐 아니라 독특한 매체 선택과 시각적 조형적으로 완성도를 높인 그만의 작업에서, 작가 특유의 미장센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는 한국 미술계에 몸담고 배워오며 직면했던 자신의 딜레마, 아니 우리 미술계의 딜레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새삼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는 그 자신에게 작용하는 구분의 이야기를 캔버스조각을 통해 하고 있다. ●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가 진부할 정도로 이미 20세기부터 예술 장르간의 벽이 허물어져 다양하게 섞이고, 새로운 매체들이 생겨나며, 이질적 장르의 결합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나 각종 공모를 주관하는 미술계가 아직도 고정적이고 전통적 예술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겪어왔던 경험 속에서 조각-회화라는 장르의 구분요소 중 하나인 시각에 기인한 구분의 인식적 아이러니를 조형화한다.
그는 자신이 조각전공을 하면서, 무겁고 단단한 조형매체와 단순 반복적이면서 고강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전통적 조각의 표현 방식을 기피하게 되면서 수업에서 곤란을 겪었던 불편한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예고 때부터 대학원생인 지금까지 이어지는 '구분의 형식'에서 오는 난제들을 '캔버스캐스팅'이란 작업과정을 통해 극복하려 시도하고 있다. ● 장르상 회화작품에 가장 조각적인 캐스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조형성을 부여함으로써 회화와 조각의 형식적 구분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를 실리콘으로 캐스팅하고 그 틀에 다시 FRP로 캐스팅하는 조각의 고전적 기법을 통해 조각의 기본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담고 있다. 가장 조각적인 행위를 거쳐 나온 캔버스의 형태를 가진 이 작품은 시각적 구분으로 볼 때는 회화이지만, 작업과정으로 볼 땐 그 어떤 것보다 조각적인 작품인 것이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구분에 있어서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시각성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강조하면서, 그 딜레마의 한계에 새로운 시도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06년 색맹테스트라는 독특한 모티브로 시도의 다양성과 더불어 조형적 창의성으로 주목받은 작가가, 그의 영원한 주제일 것 같은 '구분'이라는 개념의 확장과 아울러 조형적 독창성의 하나의 시도로, 작가로서의 절실함이 담긴 독백과도 같은 '캔버스캐스팅' 작업을 통해 작품에 있어서 그가 하나의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는 성숙한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최미숙
Vol.20100419g | 지한나展 / JIHANNA / 池韓那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