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type 원형 原型

조경미展 / JOKYUNGMEE / 趙敬美 / photography   2010_0412 ▶ 2010_0417

조경미_prototype No.136_C 프린트, 싸이텍_90×8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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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412_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마지막날_10:00am~05:00pm

국민아트갤러리 KOOKMIN ART GALLERY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2층 Tel. +82.2.910.4465 www.kookmin.ac.kr

자연의 원형 ● 언뜻 보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다소 장식적으로 때론 로르샤흐 테스트처럼 보이는 작품들은 나무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여 디지털적으로 겹치거나 반복적인 대칭으로 구성하여 완성된 것이다. 이 작품들은 어떠한 사물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마음속의 이미지를 시각화 한 것이다. 자연을 대표하는 원형으로 나무를 선택한 이유를 생명을 지닌 대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의 육체 혹은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비교될 수 있고, 인간의 몸처럼 순환구조를 가지고 환경에 적응하며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가는 생명력에 경외심을 느껴 시작된 작업이라고 조경미는 이야기 한다.

조경미_prototype No.788_C 프린트, 싸이텍_85×100cm_2010
조경미_prototype No.576_C 프린트, 싸이텍_64×80cm_2010

'자연이 창조해냈던 것을 자연으로 하여금 모방하게 합시다.' (Let Nature imitate what Nature made) 조경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문득 떠올랐던 문구이다. 사실 이 문구는 소아사망률이 높았던 1840년경 사진관 광고에 쓰였던 것으로 아이들 사진촬영을 독려하는 광고문이었다. 따라서 이 문구는 조경미의 작품들과 직접적 관계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났던 이유는 아마도 '자연'이란 단어가 결정적인 매개 역할을 한듯하다. '자연으로 하여금 모방하게 합시다.'라는 문구에서에서 알 수 있듯이 사진이란 매체는 1839년 프랑스에서 공식 발표 되었을 때부터 자연의 빛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고, 물질적 사실성과 사물을 기록하는 기계적 재현능력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었다. 매체의 너무나도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와 기계적 기록의 재현이라는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탄생에서부터 예술보다는 기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으며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으려고 하게 된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 그림과 닮으려고 했던 회화주의 사진에서 벗어나 사진 고유의 특성인 사실적 표현에 역점을 둔 신즉물주의(New Ojectivity)가 그것이다.

조경미_prototype No.517_C 프린트, 싸이텍_88×40cm_2010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칼 블로스펠트(Karl Blossfeldt)는 꽃, 나무, 씨앗 등 자연대상물을 사실적으로 아주 세밀하고 자세하게 촬영하였다. 그는 자연대상물의 세부구조나 외형에서 아름답고 장식적인 패턴을 찾아서 구성 하였는데 이것은 사실재현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신즉물주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형태나 패턴을 자연 대상물 안에서 찾는 이 방식은 조경미의 그것과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반대되지만 자연대상의 사실적인 재현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측면과 그것이 이미지화 되어 나타나는 결과물에서는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비록 외형적 이미지 반복에 의한 패턴화 혹은 형상화로 인한 근본적 접근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대상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매체의 표현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형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경미가 찾고 있는 원형(prototype)은 신즉물주의자들이 자연에서 찾았었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

조경미_prototype No.489_C 프린트, 싸이텍_30×50cm_2010
조경미_prototype No.524_C 프린트, 싸이텍_60×45cm_2010

모더니즘적인 나무의 사실적 기록에서 출발한 조경미의 이미지들은 디지털 과정을 거쳐 원본과 사본의 구분 없이 반복되고, 변형되고, 해체되어 새로운 형태를 이루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선상에서 완성된다. 이것들은 모더니즘의 상징들이기도 한 원본과 사본, 진짜와 가짜 등 원본과 닮음의 해체와 복사본으로부터 원본을 모방으로부터 최초의 형상을 구별하는 가능성을 붕괴하면서 이미지화 된다. 이렇게 완성된 이미지에는 묘한 매력이 담겨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적인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전체의 합은 어디선가 보았던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를 닮았기도 하고, 기하학적 형태를 취하기도 하며, 추상적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간결해 보이는 이미지를 관찰하면 할수록 복잡하고 디테일한 요소들이 발견 된다.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무수한 선들로 이루어진 드로잉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무의 가지들을 이용하여 데생을 하고 있는 듯 한 느낌도 있다. 바로 현실에 있는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뮬라르크이다.

조경미_prototype No.271_C 프린트, 싸이텍_70×30cm_2010

현실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조경미의 시뮬라르크 세상은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로 표현되어있다. 나무 이미지의 구성에서 찾은 자연의 원형을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닮음이 있는 이미지의 형태로 구성하였고 이렇게 표현된 시뮬라르크 세상은 사진의 고유 언어인 객관적 재현과 작가의 주관적 표현으로 완성되어 자연의 유기적인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유기적인 모양새는 아마도 자연의 그것을 닮으려는 작가의 마음인 듯 보인다. 단지 이미지 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자연을 닮으려고 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서구와는 다르게 자연을 조화의 대상으로 본 동양적 사상을 흠모하는 그녀의 일면을 어느정도 엿볼수 있다. ■ 이태훈

Vol.20100412i | 조경미展 / JOKYUNGMEE / 趙敬美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