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최용훈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0_040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조각가 최용훈(35)의 세 번째 개인전 『거인』展이 오는 4월 7일(수)부터 13일(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3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초상 조각에 특화된 작업을 꾸준히 해온 조각가 최용훈은 인간의 얼굴이 가진 특별한 차원을 조각과 회화의 특성이 혼재된 개성적인 작품들을 통해 입증하려는 의도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다. ● 기획부터 전시까지 일체의 과정을 작가가 손수 준비한 『거인』展에는 지난 2년 간 작업한 고부조 형식의 초상조각 4점, 대형 초상조각 1점, 총 5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거인'이라는 표제가 달린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예술 각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새긴 거장들의 얼굴을 모델로 삼았다. 대중음악가 신중현, 소설가 이외수, 연극 연출가 기국서, 시인 이해인이 그들이다. 작가의 변에 따르자면 "전시 작품들은 개개인의 얼굴이 가진 형태적인 특질과 개성이 깊이 고려된 것"으로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신뢰할만한 경험과 가치를 서로 다른 개성의 얼굴로부터 추출하려 했다"고 한다. 최용훈의 조각이 주는 독특한 인상은, 구상과 구상, 조각과 회화, 빛과 그림자, 평면과 입체를 기묘하게 뒤섞은 형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작가의 고유한 작업 방식의 산물로, 형태를 조각하는 것 만큼 음영과 채색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의 작업은 "형태가 빚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색이 비중을 차지하는 조각이다. ●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 같은 개성적인 작가 세계가 십분 보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인 전'은 향후 두 세 차례 이어질 문화예술계 거장들의 초상 조각 연속 기획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제작, 전시까지 작가 자신이 2년의 시간을 꼬박 투자한 '거인 전'은 인간의 얼굴이 지닌 다각적인 차원과 매력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최은영
초상 조각의 새로운 차원 ● 지난 몇 해간 조각가 최용훈을 근거리에서 지켜 본 구경꾼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조각 작업을 '인간 얼굴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발견'이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조각의 새로운 차원'이 아니라 '얼굴의 새로운 차원'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인간의 얼굴을 창작의 생(生) 소재로 삼은 조각들은 허다하게 많았지만, 그들이 모두 얼굴의 한 가지 특성에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그렇게 숱한 예술가들이 그렇게 다양한 얼굴의 조형 작업에 매달렸을 까닭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대관절 '얼굴'이란 무엇인가? 얼굴은 영혼의 지도가 아닌가? 나는 얼굴이 가장 정확한 인간 본질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형태와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로 얼굴만한 신체 부속은 없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얼굴은 우리의 둔탁한 감식안이나 무감각의 베일을 벗겨내어 인간의 가장 내밀한 속성과 마주하게 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최용훈의 작업이 이 단순하고 즉각적인 설득력을 지닌 얼굴의 신비에 대한 탐색이라고 여겨진다. ● 이런 얼굴의 특성을 영화에 빗대자면, 무성영화 시대의 클로즈업 이미지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무성영화에서 클로즈업은 대사나 자막으로 표현될 수 없는 웅숭깊은 인간 감정의 일단을 포착했다. 한 인간의 내면에 담긴 다기한 표정들을 군말 없이 드러내는 얼굴의 클로즈업은 위대한 작가의 펜이 묘사할 수 없는 이미지의 강력한 힘을 시각화한다. 이를테면 이러한 얼굴의 숨겨진 차원이 최용훈의 화두인 셈이다. 그의 얼굴 조각은 극사실적인 충실함으로부터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얼굴의 이런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도록 부추긴다. 일상생활에서 좀체 발견되지 않는 숨겨진 얼굴의 진실, 그러므로 그것을 '영혼의 클로즈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다른 한편으로 최용훈의 초상 조각은 표피적인 외양에 강박되어 살아가다시피 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이런 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까를 은근히 묻는다. 이로부터 최용훈은 사실적인 형상에 괘념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 우선 그의 조각은 얼굴의 반쪽만을 남겨두고 그마저 머리 부분을 뭉텅 잘라낸다. 가차없는 그 절단면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덜어낸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마저 든다.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요소만을 간추려 최대치의 표현을 겨냥한 그의 초상 조각은 완전무결한 입체라기보다 평면과 입체의 중간 지점쯤에 놓인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멀리서 보면 평면으로, 가까이에서 보면 입체로 보인다. ● 최용훈의 초상 조각이 주는 특별한 인상은 더 있는데, 조각과 회화의 두서없는 틈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각인가, 회화인가 하는 혼란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심지어 최용훈의 조각은 형태가 빚어지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채색에 전력투구한 느낌이 든다. 종래의 조각이 지니고 있는 입체적인 양감이나 조형보다 색의 구현이나 명암에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한 것이다. 예닐곱 차례에 이르는 덧칠 작업으로 얻은 회화적 깊이감은 이런 심증을 확증으로 굳혀주었다. 조각과 회화, 입체와 평면, 빛과 그림자의 담장을 월경하는 최용훈의 작업이 자못 구미를 당기는 데는 이런 내력이 있다. 작가가 2년 간 부단히 공들인 『거인』展은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얼굴을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면면이 휘황한 명성의 소유자들이되, 그 삶의 편력이 범인들과 구별되는 명망가들을 취택한 데는 작가 나름의 고심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얼굴의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도록 우리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최용훈의 이 작품들은 곡절 많은 저들 인생의 한 자락을 슬쩍 들춰내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장병원
Vol.20100408f | 최용훈展 / CHOIYONGHOON / 崔容熏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