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드로잉_들어가기 어려움

곽이브展 / KWAKEVE / 郭이브 / mixed media.installation   2010_0305 ▶ 2010_0325

곽이브_공간드로잉_드로잉북에 밀착사진_각 5×5cm이내_20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쿤스트독 프로젝트 스페이스 KUNSTDOC PROJECT SPACE 서울 종로구 통의동 30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공간드로잉 ● 처음의 시작은 도심에 있는 건물의 빈 공간에서였다. 수도의 중심, 빽빽한 고층 건물과 고궁이 어우러지는 곳. 빠르게 움직이는 이곳에서 사용되지 않는 사무실과 인적이 드문 복도는 내게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생각보다 벽은 얇고, 평평하지 않으며, 약하다. 수평과 수직을 맞춰 각을 잡고 있어 보이는 건물도 안에서 보면 직선이 아니어서 놀랄 때가 있다. 폐쇄적인 줄만 알았던 공간은 개방적이고, 개방적 인줄 알았던 곳은 폐쇄적이었다. 『공간드로잉』의 과정은 이러하다. 공간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 이미지를 건물 형태에 따라 분해한 뒤, 얇은 종이에 덧붙인다. 그런 다음 종이의 각도를 조절하여 건물의 형태를 잡아가며 고정시킨다. 이때, 멀리 있는 건물의 요소는 앞으로 가져오고 가까이 있는 것은 뒤에 위치하도록 의도한다. 경우에 따라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이뤄진다. 흑백사진은 건물의 생김을 강조하여 보여주고, 공간이 주는 공허함과 적적한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 또한 얇은 종이는 변형과 왜곡이 자유로운 건물을 만드는 좋은 재료가 된다. 건물 특유의 강도와 내구성이 사라진다. 이러한 조작은 건물로 대변되는 확고부동한 대상과 원근법적인 구조에 대한 반어적이고 가벼운 응답이다. 혹은, 피곤할 때에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것처럼, 굳어있는 존재의 변화를 위한 궁리이기도 하다.

곽이브_공간드로잉_드로잉북에 밀착사진_각 5×5cm이내_2008

KunstDoc Project Space의 컨테이너는 재미있게도 작정하고 속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런데 정다운 통의동 주택가를 산책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코팅된 유리로 온몸을 감싼 고층 건물들과 같은 '들어가기 어려움'이다. 아마도 그 곳에서 주거하지 않는 외부인의 입장에 오는 거리감일 것이다. 이 곳에서 나는 거리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각기 다른 크기의 것들이 거리 차이로 같아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의문이 생겼고,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것이 반영되어 '공간드로잉2'에서는 여러 건물들(컨테이너 주변 건물과는 이질적인)이 등장하고 입체적 설치가 중요해졌다. 작업은 크기에 차이를 두어 제작한다. 이들은 크기에 따라 배치되는데, 작은 것이 앞으로 나오는 식이다. 큰 것은 멀리서 봐야 전체를 볼 수 있고, 작은 것은 가까이에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곽이브_공간드로잉2_드로잉북, 사진_가변크기_2010
곽이브_공간드로잉2_드로잉북, 사진_가변크기_2010

컨테이너의 설치에서 염두 한 것은 '가까이 보게' 하는 것이었다. 이 조건은 이번 프로젝트공간에서 고민한 '거리감'에 대한 나의 해석이면서 더불어 작업의 외형적 특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뒷벽이 앞으로 온 것처럼 가벽을 앞으로 이끌었고, 정면의 유리 역시 그저 보여주기 위한 창문이나 마감제(평소 나는 유리창같이 아닌척 거리감과 고립감을 유발시키는 새침떼기는 없다고 생각했다)가 아닌, 작업이 보여지는 화폭이며 지지대가 되었다.

곽이브_공간드로잉2_설치_2010
곽이브_공간드로잉2_설치_2010
곽이브_공간드로잉2_설치_2010

KunstDoc Project Space의 컨테이너 구조와 위치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곳이어서, 인근의 주민들과 회사원들, 나들이 객들이 일상적인 통행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긍정적인 공공미술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 곳에서 꽤 근사한 경험을 했는데, 다양한 관람객의 반응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지나가며 호기심에 힐끔 시선을 주는 사람들, 잠시 멈춰 서서 들여다 보거나 내게 질문을 해오는 사람들, 기록하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데이트하는 연인의 사진촬영을 위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작업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는 사람들…… 스치듯 지나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감명 깊던 말이 있었는데, " 와 3D네!!!! " 라는 말이었다. 참 고맙고 의미심장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입체인 사물들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서 입체인 채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입체란 무엇일까? 평면과 평면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면 입체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 거리차이가 적을수록 얕은 조각을 만들고, 클수록 큰 입체 덩어리를 만들면서 말이다. 『공간드로잉』은 원래 3D인 건물이 사진에 찍혀 2D로 보여지는 화면에 각도를 주어 입체감을 준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그 입체로의 복귀가 원래 대상의 충실한 재현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감정과 동작을 가지게 되지만 말이다. 내 작업을 보고 3D라는 말을 한 사람은, 건물이 실은 입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나중에, 왜 저 작가는 건물을 저렇게 내구성 없는 모습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까? 나는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기존의 관념 속에서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가치들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있는 대상을 다시 스케치하듯 재구성하는 작업과정 속에서 내가 발견하는 것이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곽이브

Vol.20100307c | 곽이브展 / KWAKEVE / 郭이브 / 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