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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양展 / LEEJEEYANG / 李智陽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10_0310 ▶ 2010_0330

이지양_Untitled_고기, 조화, 꽃병, 설치_50×20×20cm 2009

초대일시_2010_03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_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www.hwabong.com

" 두려운 낯설음의 감정이 발원하는 기원은 어린 시절의 괴로운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욕망, 혹은 단지 어린 시절의 믿음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드,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중)

이지양_Untitled_고기, 조화, 꽃병, 설치_50×20×20cm 2009_부분

기억의 수선(mending) ● 이지양의 작업은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꿈이나 추억을 모티프로 한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현존하지 않는 과거, 당시 가졌던 욕망, 믿음과 같은 정신적 부산물들이 그것이다. 현대도시문명 속 낯선 이방인으로 살면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상실, 부재 등도 이지양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다. ● 다양한 화법과 작법들을 실험해온 이지양은 특히, 바느질을 통해 그러한 거리감과 갈등을 봉합하고 위로한다. 바느질은 자신의 내면성, 특히 어릴 적 바람과 믿음을 수호하려는 의지와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매개하는 주요한 수법이다. 동물의 살집, 길에 버려진 인형,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헝겊 등을 꿰매고 누비고 이어나가며 자신의 갈등 구조를 다스리고 치유하고자 한다. 바느질은 이지양의 정신공간과 현실공간의 괴리를 감싸는 위로자이며, 두 공간의 합류지점으로 이끄는 안내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양_Hold me Tight_인형, 핀, 천, 울, 나무_100×100×50cm_2009

조각조각 잘려서 꿰매어지고 그리하여 다시 복구의 도구로 채택되고 사용되는 어릴 적 기억과 욕망들..., 물질로서의 그것은 바느질을 통해 부활하지만, 이지양은 잊혀지고, 포기한, 또는 버려진 것들을 나름의 질서와 형태로 배열하고 조합하는, 꿰매는 과정에서 수많은 아픔과 찔림을 돌아보고 경험한다. 기억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잊혀지고 소외된 자신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동병상련을 반추한다. 하나의 살점이, 버려진 인형이, 헝겊 조각이 다른 형태로 결합되어 재생산될 때, 그의 작업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주제를 회복한다. ● 재활(re-habitalization), 부활, 복구의 도구로서 채택한 바늘은 그것이 지니는 위험성과 무게를 잊게 한다. 바늘은 보호의 기능을 하면서 조각나고 상처받은 것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바느질을 통해 이지양은 세상과 직접 만나면서, 그들을 어루만지며 스스로에 대한 치유의 경험도 함께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지양은 하나의 정해진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이행하는 새로운 개념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의 바느질에 사용된 바늘과 실은 언젠가 그 견고성을 상실할 것이다. 즉 예상되는 보호의 취약성은 이지양을 정신적 불안에 빠뜨린다. 정신, 즉 내부의 공간은 외부의 공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지양_Forget-Me-Not_인형, 가변설치_2010

이지양의 작업은, 한편, 유쾌하지 않다. 다소의 불편을 경험하게 한다. 게다가 독성이 있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지양의 작업은 유혹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재활시키고, 창조한 존재로서의 덩어리들은 놀랍고도 야릇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기묘한 빛을 발하고 있다. 불안한 야릇함으로 작품 주위를 맴돌고 있다. 부드러워 보이는 털과 헝겊, 동물의 살집들은 면도날을 숨기고 있다. 불안과 매력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업의 이면에는 욕망이 속임수처럼 존재하고 있다.

이지양_Untitled(portrait series)_디지털 프린트_90×60cm_2009

이번 전시에는 바느질에 의해 전혀 다른 질서로 꿰매어진 이런저런 작품들과, 거꾸로 매달려 찍은 인물들의 다소 고통스런 표정을 보이는 대형 사진작업 등이 선보인다. 파열, 굴절, 짜깁기된 기억의 현실을 형성한다. 그것은 말하고 기억하고 해석하는 총체적 과정 속에 있다. 일상의 현실과 기억에 대한, 삶과 예술의 상관성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지양의 작업에는 연결과 동시에 분리의 개념이 잠복되어 있다. 우리에게 확신을 주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것을 제안한다. 관람객은 이러한 불일치의 간극과 공간 속에 순회한다. 이지양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사물들이 아니라,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른 것들이란 바로 삶이다. 이지양의 관심은 산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물들과 기억, 그들의 내부적, 외부적 공간 그리고 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 박천남

Vol.20100305f | 이지양展 / LEEJEEYANG / 李智陽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