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305_금요일_05:00pm
기획_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참여작가 김동옥_김주연_박철환_박태후_서기문_조진호_홍지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311-1번지 Tel. +82.62.369.3515 www.artmuse.gwangju.go.kr
봄은 열정이다. 겨울의 혹한을 견디고 움터 오르는 생명은 결코 수줍은 몸짓이 아니다. 햇빛 넉넉해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단단한 외피 속에 묻어 두었던 자연의 씨앗을 조심스레 꺼내 보이는 지혜도 보일 줄 안다. 우리를 붙잡는 봄의 기운은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앞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은 어쩔 수 없이 흘러넘치는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가 봄을 노래하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이 위치하고 있는 이 곳 농성동 일대는 도심의 한 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봄이 오면 수 십 년 된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림으로써 시민들에게 화사한 정취를 선물한다.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부터 젊은 청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파들이 모여드는 이곳은 마치 꽃과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는 도심의 축제 현장 같다. 연푸른 새순들과 서로를 의지하는 여린 꽃잎들은 사람들 마음의 빗장을 풀게 하고 자연을 호흡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상록전시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또한 축제의 한 몫을 담당하고자 작가 7인을 초대하여 기획하였다. 『춘삼월』展은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을 위하여 작가 7인이 선물하는 마음의 쉼터와 같은 전시로, 다양한 표현 방식의 창의적인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삶 속에 묻어 두었던 마음의 움을 틔워 보이는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꽃의 이미지는 인간 미의식의 반영체로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회화, 건축, 공예, 조각 등에 등장하고 있다. 꽃이 지니는 유연함과 화려하다가도 소박한 맛은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기에 좋은 소재이다. 고대 벽화나 그림들에서 보여주는 꽃의 우아한 이미지나 우리 민화 속에 나타나는 순수하고 질박한 멋은 서정적인 정감과 생활의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세계가 투사된 꽃은 승화된 상징체로 미술작품에서 다양하게 형상화 되고 있다. ● 만개하지 않은 3월의 봄은 봄꽃 흐드러진 날들보다 생명의 기운을 더욱 느끼게 한다. 겨우내 묻혀있었던 생명들이 튀어나오는 싱그러움은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탁하고 오염투성이인 것들은 가라앉히고 맑고 순수한 기운들은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형상들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들뜨게 한다. 이번 『춘삼월』展 역시 봄의 정령들을 담은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마음 가득 자연의 기운을 더하는 즐거운 마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많은 화가들에게 꽃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감정적이거나 낭만적이기도 하고, 장식성 강한 화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홍지윤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솟구치는 불꽃같은 격정이 전해온다. 커다란 화폭 위에 필선(筆線)을 부정하는 자유분방한 붓놀림으로 화사한 꽃들을 가득 그려 넣는다. 색채 또한 단색 위주의 절제 된 듯한 꽃이 아닌 우리의 오방색을 변용한 현란한 오색 꽃들이다. 인생의 시기마다 겪게 되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즉흥으로 풀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화법으로 일상 속에 깊숙이 묻힌 감정들의 모호한 의미들을 떠오르게 함으로써 좀 더 선명해지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이질적인 타자들의 우연한 집합이라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는 김주연의 작업은 자신 안에 서로 다른 공생하는 삶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서 자신의 진정한 실체인 진아(眞我)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그것은 덧입혀진 타자의 삶을 벗어 던짐으로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그는 공생하는 다른 종류의 존재성의 발현을 위해 '발아(發芽)'를 시키게 된다. 숙주를 옮겨 다니듯이 외투, 침대, 신문지 등에 발아를 시키는데, 이것을 통해 다른 종류의 존재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발아작업은 자연의 생성․ 순환․ 재생의 원리로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박태후는 30년 넘게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가고 있다. 오랜 숙련과정으로 얻어진 모필의 간결하고 함축성 있는 선은 보는 이의 마음에 한 줄기 서늘한 기운으로 관통한다. 담백한 화면은 작가의 의도를 제거하고 감상자의 마음 가는 데로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절제된 화폭이 주는 여백은 오히려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하다.
조진호는 90년대 후반부터 꽃을 주요 소재로 다루어 오고 있다. 90년대 이전까지 민중미술운동을 펼쳤던 작가가 변화와 모색을 위해 선택한 주제는 '꽃'이었다. 초기에는 담담한 수채로 야생화들을 작업했지만, 나중엔 모란․ 목련․ 매화․ 동백 등 친근한 우리 꽃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형식에 있어서 추상성을 강조하고 여러 가지 효과를 위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꽃의 고유한 상징성을 이용한 서기문의 작품은 기존 작업들의 융합으로 새롭게 시도 되고 있다. 최근 미술사 인물 시리즈에서처럼 서사와 색 그리고 유머가 곁들인 캐릭터 작업은 친근한 우리 꽃인 동백이나 호박꽃들의 이미지에 적합하게 삽입되어 진다. 예를 들면 '파천무(破天舞)'를 추는 캐릭터는 '열사의 꽃'이라는 동백꽃에 나타나고, 서민의 정서를 담는 소박하고 정겨운 호박꽃에는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탈춤 추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물의 겉모습 안에 감춰진 진정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가의 열망은 꽃의 본질과 본성을 드러내고자 몰두한다.
김동옥은 미디어 화면을 통해 작고 아름다운 보이지 않은 꽃을 가득 피워내기도 하면서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만들어진 허상을 바라보는 개개인은 자신들의 기준 안에서 받아들이고 상상한다. 실체의 진실을 찾기보다는 허상에 안도하며 살아가는 것이 복잡한 현대사회의 삶을 이어가기 편리해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사람들이 그림자에 안주하며 건조해져가는 것을 보기가 편치 않다. 그는 거짓과 진실이 혼재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실체의 진실을 추구하길 바란다.
박철환은 뛰어난 표현력과 사실성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그가 즐겨 다루는 모티브들은 도자기와 함께하는 꽃들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꽃들은 너무도 매혹적인 자태로 나타나고 도자기의 맵시는 동양적인 단아함을 간직한다. 어찌 보면 탁월한 묘사력으로 꽃의 아름다운 표현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배경을 거칠게 처리함으로써 의도 된 사진처럼, 또는 공간감이 없어 보이는 정물은 스크랩되어 벽면에 붙여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분명 고도로 세련된 아름다움의 포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아마도 작가는 우리가 피사체의 인상 뒤에 숨겨진 내면의 진실을 읽어내기 원하는 것 같다. ■ 황유정
Vol.20100227f | 춘삼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