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223_화요일_03:00pm
기획_유진상
관람시간 / 10:00am~05:00pm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갤러리 27 Kaywon School of Art Design Gallery 27 경기 의왕시 계원대학로 66(내손동) Tel. +82.31.420.1865 www.kaywon.ac.kr
갤러리 27은 2010년의 첫 전시를 『(실은... 바깥이 문제야)』전으로 시작한다. '바깥'은 사건(event)이 비롯되는 공간이자 모든 논리와 예측, 즉 사유를 벗어나는 장소를 일컫는다. 『In Fact, Out Matters』를 그대로 읽으면, 내부에는 '사실'이 있고 바깥에는 '물질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는 "사실들의 내부에는 바깥이 작용한다"라고 읽을 수도 있고, 또 다르게 읽으면, 중요한 것은 'coming out', 즉 내부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뜻을 담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제목은 우연, 비밀, 사건, 예외성, 혹은 시적(詩的) 자원들이 우리가 당위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의 내부로부터 솟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여기에 전시되는 네 명의 작가들은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나 사실, 사물들의 잘 알려진 형태들로부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관계들을 도출해내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월식은 자신이 조우하는 사람들, 사건들로부터 그들과 함께 상상해볼 수 있는 시적(詩的) 파생물들을 일상적 훈련(daily practice)을 하듯이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다큐멘타리, 출판, 공공프로젝트를 넘나든다.
정승은 제조산업의 생산물들을 수집하여 해체하거나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애초에 그것들이 지녔던 존재방식을 변화시킨다. 자동차는 원래의 기계적 일관성 대신 인간의 손에 의존하는 뜨게질과 같은 프로세스에 의해 재구성된다. 전기 콘센트는 수없이 많은 관절을 지닌 기다란 동물로 묘사되는 대신 그것이 원래 지니고 있는 본질, 즉 전기적 파워를 통해 끝부분에 달리 선풍기의 비장한 시위에 공모한다.
정흥섭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된 이미지들을 분석하고 그것들이 갖는 비-물질성을 말 그대로 '뜯어낸' 뒤 거꾸로 그것에 물질성을 부여한다. '파이널 팬터지'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옷에 달린 단추는 픽셀이 보일 정도로 확대된 뒤 잘게 뜯겨져 다시 실제의 공간 속에서 볼륨을 지니는 단추로 거듭난다. 혹은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휴지통은 실제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의 일부를 정말로 뜯어낸 휴지조각들로 이루어진다.
진기종은 CNN과 같은 잘 알려진 TV 뉴스의 화면을 손으로 만든 작은 미니어쳐들로 똑같이 재구성함으로써 영상화된 세계의 재료들이 어떤 실제적 깊이를 지닐 수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미디어의 내부와 바깥의 관계를 흡사 비현실적 무대처럼 재현하는 그의 작품을 봄으로써 관객은 세계 전체가 하나의 허구적 환영처럼 보일 수 있다는 위기감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 이 네 명의 작가는 한국 동시대미술의 대표적인 중견작가들이자 가장 창조적인 작가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공통적으로 이미지와 사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다. 이미지를 사물로 전환하는 과정은 좀처럼 증명할 수 없는 세계의 배후로부터 드리워진 그림자에 실체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세계의 증명에 대한 욕망은 종종 다다를 수 없는 것으로 귀결되는 반면, 예술에 있어 그것은 시적 우회를 통해 성취된다. 김월식, 정승, 정흥섭, 진기종은 이러한 시적 우회를 통한 세계의 구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 유진상
Vol.20100222b | In Fact, Out Matters-김월식_정승_정흥섭_진기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