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의 징후들

Signs of the 'Invisible world'展   2010_0217 ▶ 2010_0223

초대일시_2010_0217_수요일_06:00pm

제 5회 아트빌리져스(Art Villagers)展 아트빌리져스(Art Villagers) www.artvillagers.org

참여작가 강홍석_김병걸_김잔_박종호_설승순_성원선_이민혁 이민호_장윤희_전강옥_전성규_최혜원_허미자_허진_황인란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아트 빌리져스(Art Villagers) ● 아트 빌리져스가 출범한지 7년이 되었다. 그 원래 이름은 '사람이 크는 미술마을'이었다. '아트 빌리져스'는 분명 하나의 모임이었지만, 강력한 구심점과 조직적인 체계 보다는 조직은 허술하더라도 어떤 생명력을 가진 것이기를 원했다. 특별히 '사람이 크는...'이 '아트빌리져스'에게 중요했다. 그것은 솔제니친의 옥중 서신의 한 부분에서 온 것이다. 솔제니친을 따르면, 존재의 의미는 성공이아니라 영혼의 성장에 있다. 만일 그것을 거부한다면, 인간으로부터의 후퇴가 있을 뿐인 그런 성장. 이는 역시 영혼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그것을 지향해 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엔 예술이 하등 무관한 것처럼 취급되고 있긴 하더라도 말이다.

김잔_설승순_전성규_황인란

'아트 빌리져스'가 추구해온 또 하나의 가치는 관계와 나눔이었다. 예술이 사람들의 존재적 자람을 돕기 위해서는 창작자들이 더 자라고 깊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창작자들의 '재교육'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이 시대의 창작자들이 잘못 교육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단계 이상의 자람과 깊어짐은 관계와 나눔의 실천으로서의 소통 가운데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혁_박종호_성원선_이민호

모임이 시작된 이래 '아트 빌리져스'에서는 늘 우리 시대 미술의 진실들과 관련된 질문들이 있어왔다. 그것이 '사람의 성장을 돕는 도구로서의 미술'로 나아가는 첫 걸음일 것이라는 인식때문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트 빌리져스'가 얼마만큼의 행보를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아트 빌리져스'가 실현해온 전시와 강연의 작은 실천들이 그러한 가치로의 대전환을 이루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전강옥_강홍석_김병걸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징후들(Signs of the 'Invisible world') 전시의 성격이나 규모에 비해 주제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저 멀리 태양계 밖이거나 사후(死後)의 세계쯤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보이지 않는 세계'는 정겨웁거나 슬픈 모습으로, 우리 모두의 가까운 곳에 있다. 잠시 시선을 돌리면 만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을 향해 곧 존재의 문을 열 수도 있다. 조병화 시인의 「낙업끼리 모여 산다」가 그 모습을 슬쩍 그려낸다. ● "낙엽에 누워 산다 / 낙엽끼리 모여 산다. (...)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허미자_장윤희_최혜원_허진

'보이지 않음'은 '존재하지 않음'도 전재 너머의 저 먼 곳도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인해 삶은 가슴 벅차게 기쁘고, 슬픔을 삼키면서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되는 그런 신비로운 동기이다. 그곳이 있기에 오늘이 특별한 의미가 되며, 그곳이 존재하기에 삶은 특별한 의미가 되는 기적의 출처이기도 하다. 알베르 카뮈가 자신의 『안과 겉』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우리의 보이는 삶이 '겉'일 때, 그것이야말로 이 겉의 '안'인 그런 곳이다. 삶이 절망을 지나고 있을 때, 그 절망으로 인해서만 가능한 사랑이 돋아나는 정원이 또한 그곳이다. 나는 진지하고 성실한 거의 모든 예술작품들은 작가가 인식하건 하지 못하건, 각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조금 모습을 드러냈거나 드러내고 있는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해서 말이다. 표현과 형식은 각자가 자신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길어 올리는 두레박에 지나지 않는다. ■ 심상용

Vol.20100218e |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징후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