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0929h | 김미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0_0218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2 www.kepco.co.kr/gallery
UNDULATION 몸-파동 ● 질풍이 불어 닥치는 날 바다에 나온 경험이 없다면, 바람과 물보라가 뒤범벅이 되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지 전혀 모를 겁니다. 그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고, 귀는 들리지 않고, 숨도 막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Edgar Allan Poe, 『소용돌이 속에서』)
주위세계, 자연, 사물, 사람 그리고 여러 상황과 함께 발생하는 우리의 상호 작용은 감정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러한 내면의 감각 혹은 감정에 대한 인식은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남게 되고 이내 사라진 듯 여겨진다. 감정은 일종의 몸의 경련이다. 경험된 감각의 감정들은 몸 안에 층을 이루며 새겨지고 그것은 내부 깊숙이 가라 앉아 있다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다시 일어난다. 마치 그릇 안에 담겨있는 물이 외부의 힘에 의해 일렁이기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힘의 정도에 따라 적용되는 움직임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작용일 것이다. 나는 이런 외부와의 상호 작용과 내부의 개인적 경험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형상으로 표현한다.
물결과 살결 그리고 자연의 결 ● 물의 흔들림, 파동을 일으켜 만들어 가는 마블(marble)의 이미지는 물과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수면에 얇게 반사된 나의 모습은 텅 비어버린 내부의 몸, 즉 존재의 상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물결에 의해 사라졌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 위에 떠서 얇게 퍼져있는 기름과의 분리 현상에 의한 마블링(marbling)은 삶의 시간 속에 스며들지 못했던 표류하는 자아이기도 했다. 내면에 떠다니는 감정의 일렁임이 물의 파동에 의해 표면 위에 이미지화 된다.
또 겹치지 않는 무수한 선들로 이루어진 드로잉(drawing) 작업은 일정한 간격으로 스스로를 제어하며 몸과 내면의 일렁임을 드러낸다. 나의 몸 위를 흐르며 넘어가기도, 스쳐지나 가기도 하며 형성해 가는 이미지는 몸을 둘러싼 공기와 주어진 시간의 흐름이 되어버리는 듯 하다. 이 선들은 쉴새 없이 움직여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변화하고, 나에게로 돌아오기도 하고, 나를 벗어나 밖으로 연장되기도 끊어지기도 하며 나의 몸에 작용하는 파동을 드러낸다. 그 이미지 위를 덮고 있는 수 많은 구김과 펴기를 반복한 얇은 막은 드러내지 않는 내면의 파동을 싸고 있는 피막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끊임없이 일렁이기를 반복하는 감정 그대로의 사실적 경험의 연장인 것이다. 이렇게 몸의 내부에서 감정이 지나간 흔적으로 쌓여가고 중첩되는 선들은 결이 되어 마치 나무 껍질이나 돌이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간의 결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나의 몸도 자연임을 명상케 한다. 때로는 나무의 결, 화석의 결 또는 물결이 몸 속에 내재된 나의 결의 모습임을 보게 된다.
성난 바다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대는 무얼 하는가? 나는 자신의 노여움을 억누른다. (에드거 키네, 마술사 메를렝 『Merlin l'Enchanteur』, 제1권) ● 경험된 그리고, 멈추지 않는 내면의 파동을 다시 만드는 행위의 반복은 거대한 소용돌이 '마엘스트림 ' (Edgar Allan Poe, 『소용돌이 속에서』) 을 품고 있는 나의 심연을 고요함으로 이끈다. ■ 김미란
Vol.20100216d | 김미란展 / KIMMIRAN / 金美蘭 / mixed media.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