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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0_0216_화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 서울 용산구 효창원길 52 르네상스 플라자 B1 Tel. +82.2.710.9280 / 2077.7052 www.moonshin.or.kr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 작가 최헌은 이미 다양한 액체들을 반응시켜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선보여 왔다. 그는 스스로가 '보고 싶어 하는 우주'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실험들은 작가를 그 세계로 빠지게 했고, 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출하는 우연한 액체들의 반응에서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우주를 발견했다. 그가 애정을 쏟아 부어 담아낸 이미지라서인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리와 혼합이라는 용어보다 분열과 융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양한 수조 속 액체들의 이미지에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풍경을 합성했다. 사진 속 도시 풍경들은 대기권 밖, 몇 광년 이상의 먼 거리 우주를 당겨 빌딩 마천루 바로 위에 앉혀 놓은 듯하다. 존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우주 공간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이미지는 쓸쓸하고 적막할 것 같은 도시 풍경을 화려하고 신비롭게 바꾸어 놓는다. 꿈꾸던 이미지를 현실의 풍경과 접목시킨 이 사진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상을 만든다. 이미지들은 묘사된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풀어 놓아 이성적 사고로 경직된 일반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과 일맥상통한다. 이 이미지들이 현실 속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는 것을 알지만, 작가의 상상이 반영된 이미지들은 실제 익숙한 풍경과 만나 우연히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진 각각의 이미지들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추측했을 때, 또 다른 의미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액체는 성질에 따라 외부의 자극에 의해 분리되기도 하고 혼합되기도 한다. 여기서 외부의 자극은 작가의 통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액체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우연에 의한 것이지만 어느 정도 작가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가가 외부에서 주는 자극에 따라 액체들은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작가는 최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물과 기름은 분리된다는 원리처럼 수조 속 액체들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한다. 이것들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외부의 통제된 자극에 반응했지만 결과물은 예상 밖의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마치 분열과 융합을 반복하는 살아있는 우주의 풍경과도 같다. 반대로 도시 풍경은 작가가 통제할 수도 크게 변화를 줄 수도 없는 곳이다. 그러나 도시는 액체의 세계에 비해 우연도 뜻밖의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삭막하기만 곳이지만, 어찌 보면 필연보다 우연한 일들이 많아 상상하지 못할 터무니없는 사건들이 난무하는 곳이다. 통제할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며,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들이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만났다. 여기서 작가의 상상 속에 있는 우주, 추상의 세계는 현실 속 구상의 세계와 맞물린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도시풍경과 자연의 법칙에 의해 발견된 액체의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으면서도 상반된 느낌이다. 사진 속 하늘은-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은 우주의 일부이다-수조 속에서 분리와 혼합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신비한 이미지들에 의해 대체되어 우리의 현실을 환상적인 곳으로 만들어 준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띠처럼 늘어진 빌딩들은 드넓은 하늘을 받치고 있다. 아주 가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양의 구름에 때마침 노을이 질 무렵이거나 먹구름과 햇빛이 교차하는 하늘을 보게 될 때,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한다. 작가 최헌은 환상적이고 태고와 같은 우주에 현실을 배치시켜 한 장의 이미지 속에 담아냄으로써 순간순간을 극대화시키고, 우리의 상상력 또한 자극한다. ■ 나진희
Pass by the Earth ● 이번 주제인 지구를 비껴가다.는 그동안의 우주에 관한 작업보다 좀 더 구상적인 요소를 등장시켰다. 늘 상 작업실에 틀어박혀 화학실험 하는 것처럼 액체들을 섞고 반응시키며 우주를 탄생시키곤 했지만 이제는 카메라를 매고 도시의 거리로 나선다. 아침에 도시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다. 내가 찍어댄 서울이란 도시는 음산해 보이기도 하며 아름답고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쓸쓸한 기운은 내 미래의 불안감 때문인가? 이 사진에 내가 보고 싶어하는 우주를 넣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보고 싶어하는 우주의 모습일까? ●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 옥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저 넓고 깊은 하늘로 떨어져 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우주의 중력이 뒤바뀐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지금 나는 천체과학자도 우주비행사도 아니다. 하지만 다행이다. 나의 허가 받지 않은 우주여행은 어떤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공간 그 자체는 나의 렌즈 중심에서 이루어진다. ● 지금 나는 넓고 넓은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마아블링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우연일 것 같지만 우연을 가장한 법칙이 있다. 우주에서 중력이 강한 별이 작은 별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내 실험실의 수조 속 액체들도 그러한 자연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작은 기름 방울이 조그마한 방울들을 빠르게 또는 서서히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면 우주의 크기는 내 몸 안에 세포 속 원소의 크기부터 수천억 광년에 달하는 무한한 공간까지 라고 말했던 어떤 과학자의 말에 실감한다. ● 지구를 비껴가고 싶은 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자유로운 나만의 우주 여행을 하는 데에 큰 행복을 느끼며 산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자유로운 여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구를 떠나서 머나먼 여행을 할 때면 특히 좀 더 멀리 가려 하면 할 수록 지구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무엇이 나를 불러들이는 것일까? ● 지금 나는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다시 그냥 지나치고 싶다. 지구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나도 이미 외계인이 되어 버렸다. 내가 본 지구의 특히 서울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가시광선의 기본 색이 틀리게 보인다. 아니 내가 보고 싶은 색일 것이다. 내 하늘에 떠있는 기이한 형상은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또 그렇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나도 지구를 비껴가고 싶고, 비록 내가 만든 아름답기도 기이하기도한 그 현상들도 모두 지구를 비껴갔으면 좋겠다. ■ 최헌
Vol.20100211a | 최헌展 / CHOIHUN / 崔憲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