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사는 이야기

Storys of Life展   2010_0204 ▶ 2010_0217 / 백화점 휴무시 휴관

김주호_그러면 그렇지_질구이 삼벌_각 68×49×21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롯데갤러리 신년기획展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우리들 사는 이야기 ●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혹한과 폭설 소식에 더불어 올 겨울은 오랜만에 겨울다운 추위를 겪는 것 같습니다. 여러 날 녹지 않고 길가 곳곳에 남아 있는 눈 무더기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매섭던 추위 속 풍경들이 떠오릅니다. 작게 빛나는 등불을 켜고 땅콩과 오징어를 팔던 리어카 아저씨,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의 사람들, 누런 연기를 뿜어내는 학교를 향해 종종 걸음 치던 아이들… 이제 풍경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오늘도 여전히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리곤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습니다.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던 지난 해를 돌이키며, 결국 3일도 못되어 흐지부지 되고 말 이런저런 계획들을 또 세워 봅니다. 그렇게라도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위안하면서 말입니다. 겨울이 깊으니 봄도 멀지 않았겠지요. 새해를 맞이 하면서 롯데갤러리에서는 신년기획전으로 『우리들 사는 이야기』展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사는 모습과 그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독특한 시각과 방식으로 포착하여 재현하고 있는 작가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참여작가 4인의 작품은 인간에 대해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삶에 배인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은 달고 쓰고 맵고 짠 맛을 음미하게 합니다. 미술에는 그것이 만들어 진 시대의 생각과 가치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 또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김주호_와하하_질구이 재벌_67×21×18cm_2009

김주호는 평범하고 건조한 그냥 흘려 버리기 쉬운 일상 속의 순간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사소한 사건들에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만남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표현이나 몸짓은 그들의 관계나 상황을 드러내는 정수이자 맛을 내는 양념입니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순 드러나는 복잡한 속내를 짚어 내어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합니다. 단순화와 과장이 뒤섞인 거침없고 솔직한 그의 인물들은 꾸밈 없고 편안하게 보는 이의 마음에 다가옵니다. 게다가 그 인물들이 드러내는 이야기와 사건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들이기에 더 한층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웃음을 자아 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당혹스럽고 난처하며, 종잡기 힘든 삶의 본성도 함께 드러나 있습니다.

김경민_돼지아빠_브론즈에 아크릴채색_40×40×40cm_2008
김경민_독서를 좋아하는 엘리자베_브론즈에 아크릴채색_30×20×20cm_2008

김경민의 조각은 대상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인체나 사물은 부분적인 과장과 왜곡으로 마치 캐리커처를 보는 듯합니다. 표현된 대상들은 상상이나 환영 속의 사건들처럼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공간을 부유하는 듯 보입니다. 이것은 작가가 일상 속에서 꿈꾸었던 상념들이 형상화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작가는 현실에서나 혹은 가공의 상황들을 구체화하여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 눌린 우리의 삶에 휴식과 일탈을 제공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당당하고 발랄한 젊은 세대의 당찬 인생관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삶은 꿈꾸는 자의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박경인_몽상가의 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61cm_2009
박경인_몽상가의 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9

박경인의 그림은 이름 모를 식물로 가득한 이국적인 밀림을 보는 듯 합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이루어진 나무와 풀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는 풍경은 아닌 듯도 합니다. 하지만 화면 속에 자그마하게 그려진 사람과 동물의 모습에는 어딘지 모르게 매우 낯익은 우리들 사는 모습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눈부시게 푸른 풍경 속에 조그맣게 놓여진 사람들을 통하여 삶, 인간, 자아, 가족 등에 대한 작가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배경에 대비되어 오히려 꾸밀 수 없는 것이 인간과 삶의 본질이라는 작가의 통찰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김천_길_장지에 수묵채색_215×335cm_1997
이김천_길_장지에 수묵채색_230×230cm_1993

다양한 작업을 통하여 삶을 낙천적인 시각으로 파악하고 또 표현하고자 노력해 온 이김천의 작품은 도시의 풍경과 인간 군상 뿐 아니라 꽃과 풀, 산과 들, 우리와 어울려 사는 개와 새, 깊이 심취해 있던 불상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마음 속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어 줄 따스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작인 「길」 연작에는 우리가 거리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건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비록 회화적이고 경쾌한 필치로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도시의 우울, 군중 속의 고독, 고립된 삶 등이 드러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삶의 어두움이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닐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고독이 드러나는 작가의 초기 인물군상에서 우리는 삶에 동전의 양면처럼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여러 애환들로 점철된 삶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듯 겨울을 견디는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일상의 단면을 미술가의 눈으로 풀어내어 삶의 깊이를 더해 주는 작가들의 따뜻한 '인생읽기'와 함께 새해를 조금은 더 훈훈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눈을 돌려 일상의 고민을 잠시 접어 두고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손소정

Vol.20100204b | 우리들 사는 이야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