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겸 화가, 그리고 문필가인 조영남(1945~)의 딴짓예찬전이 2010년 2월 1일부터~17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 롯데갤러리(9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그간 작가 조영남이 보여줬던 다양한 작품들을 그림, 음악,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집약하여 미술작품으로 선보인다. 즉 지금껏 그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어버린 화투그림과 바둑알, 그리고 소쿠리 등의 오브제 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세계와 「현대인도 못알아 먹는 현대미술」을 비롯해 7권을 저술한 그의 문학을 미술작품으로 총 정리하여 선보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인 것이다. 전시제목처럼 조영남의 대표적 '딴짓'은 '그림', '음악', 그리고 '문학'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발표할 작품들은 그의 딴짓들이 어떻게 미술작품으로 변신했는지가 주목된다.

조영남_극동에서 온 꽃_혼합매체_91×60.5cm_2009

조영남의 그림은 화투나 바둑, 태극기 등 극히 예술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재들만을 골라 작품화시킨다. 즉 그의 작품은 세상을 뒤엎는 혁명의 도구였다. 여전히 미술의 주류에서는 그의 작품을 통속화 내지는 하위미술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는 30여 년이 넘게 화업을 이어오면서 지속된 통속적 소재의 예술화는 오히려 여느 화가들의 그것 못지 않은 작품성과 흐름을 갖게 된다. 화투그림을 그린지 벌써 20여 년을 지났다. 이제 그의 오브제들은 조영남을 대표하며 조영남의 브랜드가 되었고, 미학적 형태를 성취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 차용한 거장, 피카소, 몬드리안, 만레이, 밀레 등은 조영남식으로 변모하여 작품에 자리한다. 익숙한 명화의 기억을 차용하되 작가는 관객에게 '조영남'을 각인시켜왔던 것이다.

조영남_음악과 미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cm_1997

그렇다면 조영남의 음악은 어떠한가. 그가 받는 가장 흔한 질문 중에 하나가 음악이 좋으냐 미술이 좋으냐일게다. 음악과 미술의 관계를 일란성 쌍둥이에 비유한 그는 미술은 눈에 보이는 것이기에 음악소리를 캔버스 위에 펼친다고 토로한다. 서울대 음대를 다니며 클라식을 전공하다가 대학3학년때 팝싱어로 들어선다. 나는 '가고파'에 맞서 「화개장터」를 들고 우리도 고상하고 우아하게 취급해 달라 악악대며 혁명을 일으킨다. (조영남)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음악에서도 주류, 정통을 거부하고 딴짓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결코 그의 음악을 비하하거나 격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단지 작품 「음악과 미술(1997)」또는 「미술과 음악(1989)」 등의 표현의 이동을 통해 팝아트로 분류되는 조영남 미술 속에서 다시한번 대중들에게 낮아지고 변주된다.

조영남_시인 이상을 위한 지상 최대의 장례식_혼합매체_67×52cm_1998

조영남에게 있어 또 하나의 예술, '문학'은 그에게 '글짓기'이다. 단순히 읽는 문학에서 그치지 않고 글짓기에 여념하는 조영남은 최근 천재시인 이상李箱의 시 해설서의 탈고를 마쳤다. 이번 저서 외에도 『한국청년이 본 예수(1982)』를 비롯해 『놀멘 놀멘(1994)』,『현대인도 못알아 먹는 현대미술(2007)』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 7권을 집필했다. 문학과 글쓰기는 그의 또 다른 예술이자 대표적 '딴짓'인 것이다. 미술작품에서도 천재시인 이상을 그리며 그린 「이상李箱이 살던 집(2007)」이나 「시인이상李箱을 위한 지상최대의 장례식(1998)」, 그의 정신적 모태가 된 「창세기(2001)」, 「호밀밭의 파수꾼(2009)」도 작품으로 탄생했다.

조영남_여친용갱_혼합매체_162×130cm_2009

당연히 지금까지 언급한 조영남의 "그림+음악+문학"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예술의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영감? 단연 젊고 예쁘고 착하고 돈 많은 여자들"이라고 답하는 그에게 사랑은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이요, 예술가가 예술가답게 살아가는 원천이다. 조영남의 여자친구 얼굴들을 진시황릉출토 병마용 그림에 이어 붙인 「여친용갱 2009」은 죽은 후에도 자신을 지켜줄 의리있는 여친들을 의미한다. 그가 여자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그의 그림, 음악, 문학을 아우르며 축복할 '사랑'인 것이다. 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만레이의 작품을 패러디한 「사랑하는 사람들, 3류화가와 만레이」의 작업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조영남_사랑하는 사람들 3류화가와 만레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1×97cm_2008

가수 조영남이라고만 부르기엔 그의 작품 활동이 올해로 만 37년 되는 해이다. 70년부터 미술하는 친구들과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73년 첫 개인 전을 열었었으니, 그의 말처럼 화수(화가+가수) 조영남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방송인이자 가수이자 문필가 이자 화가로 다양한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온 그는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부지런을 떨며 열심히 예술을, 그리고 사랑을 이행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런 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조영남_재밌는 그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3cm_2008

그간 조영남 전시들이 이미지에 갇힌 1차원적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깊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음악과 미술과 문학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멀티콤보 쯤 되는 전시라 볼 수 있다.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조영남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룰 뿐 아니라 미술, 음악, 그리고 문학적인 그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조영남의 딴짓에 대한 예찬(禮讚)'이다. 사랑의 달, 2월을 맞아 그가 사랑하는 일상과 사람들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첫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 롯데갤러리

Vol.20100202b | 조영남展 / CHOYOUNGNAM / 趙英男 / painting.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