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125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유정_김종숙_백기은_안세은_이주은_임선희_조혜정_정희경_채진숙_그룹NeNeRo
후원_(재)인천문화재단
기획_김홍식
관람시간 / 10:30am~08:00pm
인천신세계갤러리 INCHEON SHINSEGAE GALLERY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테마관1층 Tel. +82.32.430.1157 department.shinsegae.com/store/main/gallery
일상 그리고 아트 혹은 문화적 영역에 관하여 ● 모든 인간사와 사물의 흐름은 '일상'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상'은 그저 단조롭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 동안 '일상'은 모두의 삶이 지극히 '일상적임'을 바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그 가치를 대접받지 못해왔었다. 사회학자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능성의 덕목으로써 '이성이나 자유 의지' 등이 아닌 '일상 생활의 창조성'에 손을 들어준 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일상은 현대성과 동의어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 살아가는 사회의 두 축이 되고 있다. 이제, 거대 담론도 거대 이데올로기도 가버린 자리에서 일상을 발견하고 풍요로움을 찾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나 잊혀져 있던 '일상'이 제자리를 찾아 귀환환 한 것이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일상'이 작품 안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 ● 워홀(Andy Warhol)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장이라 부르며 수많은 이미지를 찍어내어 '예술'의 아우라를 없애며 일상에, 대중에 스며들기를 시도했다. "일상이 작품이 되게 하라!" 기획자에 의해 "귀환한 망명자"라 명명된 전시 작가들은 그들이 선택한 일상에 대한 작업을 하기로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곳 -환경, 사회, 문화, 자연 - 그것들이 놓여진 일상에의 관심을 자신의 방법으로 표출한다. '귀환' 작가들은 여전히 자신 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만 일상이 그 주인공이 되어 일상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보관하고 간직하고, 표현하고 다가가며 그 자국을 새겨 넣는다. 나아가 그들에게 선택된 공간에 설치된 일상의 유기체적 확장을, 생명력의 확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일상의 귀환』展은 소비의 사회에 사는 현대인, 그 소비 사회의 꽃이라는 '백화점 - 그 안의 갤러리' 에서 전시를 연다. 이는 현대인의 일상성을 주제로 일상과 그 욕망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보여주는 공간으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며 작가들의 눈에 비친 일상을 표현하고 문화의 본 향유자인 대중과 공유하고자 함이다. 또한 시민의 문화수준 고양을 꾀하며 본 전시와 연결된 관객 참여 워크숍을 개최함으로써 인천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참여활동 및 기회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 김홍식
예술가의 일상 따라잡기 ● "새로운 것이란 항상 언제나 거기에 있어왔던 것 중의 하나다."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남들이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것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바로 그 순간, 진정 새로운 뭔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매일 다니는 길, 늘 먹고 머물고 상상하는 주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생의 진실도 어쩌면 날마다 스쳐 지나가는 잡다한 것들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담을 벗게 된 작업은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여기 모인 예술가들도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얻은 것이 많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작품에 공감해보려고 집중하다가 문득 이들이 포착한 일상을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이라는 주제의 장점은 누구나 해볼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최고의 공감이란 상황을 똑같이 경험해보는 것일 테니까요. ● 일상실습1. 임선희처럼 드라마 속의 장면에 가보기 무작정 자유로를 타고 공항에 가보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공항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곳으로 나옵니다. 제법 긴 헤어짐과 눈물, 그리고 어떤 새로운 출발과 결심이 그곳에 서려있습니다. 공항에서 제가 예전에 누군가를 기다렸던 경험과 어디선가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익숙한 장면들이 묘하게 중첩되면서 알 수 없이 감상적인 기분이 되었습니다. 임선희의 드라마 속 풍경도 그런 분위기를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일상실습2. 백기은처럼 그로테스크한 것 만져보기 ● 물오징어의 다리부분만 접시에 담았습니다. 차갑고 축축하고 다리마다 촉수가 붙어있으며 별로 기분 좋지 않게 뭉글뭉글한, 백기은의 그림에서 본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생물체입니다. 포유류인 인간은 근본적으로 포유류의 감촉과 체온이 좋은 모양입니다. 이런 생물체는 상처입기 쉬운 상태로 무방비하게 놓여 있으면서도 자기 방어적입니다. 알 수 없는 거부감과 두려움을 주면서, 마치 "나 건들지 마. 성질 있어."라고 발악하는 것 같습니다. 일상실습3. 정희경처럼 하늘을 가방에 담아보기 ● 정희경의 작품 속엔 투명한 하늘이 있습니다. 그 하늘을 담아 가면 속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것들도 모두 투명해집니다.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것투성이의 세상으로 뛰어드는 아침, 가방을 열어 한껏 하늘을 담은 다음, 새어 나가지 않게 얼른 가방을 닫고 출근해 보았습니다. 투시할 능력을 가진 듯, 사물의 생각과 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침마다 하늘을 담는 행위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다니!
일상실습4. 이주은처럼 버려진 구석 들여다보기 ● 방바닥에 옆으로 누워 침대 밑을 사진으로 찍어봤습니다. 잘 들여다보지 않는 구석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어서 어디에도 두기 어려운 검도용 목검이 눕혀져 있네요. 오래전에 배워보겠다고 장비만 갖추어놓고 몇 번 쥐어본 기억도 없는 물건입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도 안에 있네요. 침대 밑에 기어들어간 강아지는 참으로 편하게 퍼질러 누워있습니다. 내가 잠드는 침대 위보다 훨씬 편해 보입니다. 일상실습5. 조혜정처럼 흑백 사진에 칼라 입혀보기 ● 얼마 전에 찍은 사진을 흑백으로 출력한 뒤, 그 위에 빨간 싸인펜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어떤 것만 칠해보았습니다. 배경은 아련한 과거처럼 퇴색되어 있었고, 빨갛게 칠한 부분만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기억이란 강렬한 인상으로 새겨진 어떤 순간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두 가지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흑백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칼라로 남겨진 시간입니다.
일상실습6. 안세은처럼 휴대폰에 있는 이름 불러보기 ● 제 휴대폰에는 총 272명의 사람들이 입력되어 있습니다. 한사람씩 이름을 불러보니, 마음 찡하게 울림이 있는 이름도 있고, 또 한참을 누구인지 생각해야 하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한 글자만 입력된 사람도 있는데, 아마도 급히 메모하면서 입력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불러도 떠오르지 않는 '불필요한' 이름을 삭제하면서, 조금씩 망설였습니다. 지금 이 이름을 지우면 그 사람을 이제 영영 잃는 거로구나 하면서요. 일상실습7. 김유정처럼 모순적인 어떤 것 찾아보기 ● 김유정의 작품 속에는 자유의 여신상도 있고, 공주가 사는 성곽의 모습도 있습니다. 알고 보니 모두 러브호텔들이네요. 사랑의 자유를 상징하기에 그런 이미지들은 왠지 의미를 정착하지 못하고 빙빙 겉돕니다. 제겐 무척 비싸게 구입한 명품 청치마가 있습니다. 청치마를 입을 나이도 아니고, 청치마가 고급이라고 해서 비싸 보이는 것도 아닌데, 왜 샀던 걸까요? 젊음의 상큼함과 중년이 누리는 명품의 멋을 동시에 누리고 싶었나 봅니다. 모순이죠.
일상실습8. 채진숙처럼 어두운 곳에서 반짝거려보기 ● 채진숙의 작품은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욕망들을 보여줍니다. 불을 모두 끄고, 아주 조그만 손전등으로 천장 위를 비추며 껐다 켰다 반복해보았습니다. 살아있는 자가 꿈꾸는 각종 생각들이 어둠 속에서는 그 실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억압되어 있다가 빛을 비춤과 동시에 발산되는 것 같았습니다. 욕망은 살아있는 자의 특권입니다. 죽은 자의 세계는 분명 깜깜하고 차가울 것입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죠. 일상실습9. NNR처럼 같은 장소를 일주일간 관찰하기 ● 아파트 주차장을 일주일간 관찰해보았습니다. 의외로 차 주인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특별한 자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구석진 자리를 좋아하는 스포츠카, CCTV가 놓인 앞자리를 좋아하는 고급 승용차, 선이 조금 넓게 그려진 칸을 좋아하는 다인승 RV... 다 같은 빈 공간일 뿐인데, 사람들이 제각각 의미를 부여해놓은 모양입니다. NNR도 공간마다 고리처럼 얽혀 있는, 공간과 분리할 수 없는 저마다의 의미들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일상실습10. 김종숙처럼 변화한 모습 찾아보기 ●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무엇이 변했는지 또 무엇이 그대로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완전히 변해버린 최첨단 캠퍼스 시설을 보며 나만 혼자 뒤떨어진 미개인 같아 상처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항상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은행나무를 보며 또 상처를 받습니다. 지켜지지 못한 약속 같은 게 떠올랐거든요. 그 시절 친구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잘 살고 있을 겁니다. 제일 많이 변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 같습니다. ■ 이주은
Vol.20100125a | 일상의 귀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