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명근_김정주_김준기_김태은_박은진_진시영_최수환_틸만크릭
관람시간 / 10:00am~06:00pm
미술관가는길_Gallery Road to the Museum 서울 종로구 경운동 63-7번지 이양원빌딩 1층 Tel. +82.2.738.9199 www.gomuseum.co.kr
21세기 첫 10년의 마지막 해인 201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22세기가 90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할 때의 불안과 기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명과 더불어 예술의 표현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술관가는길에서는 이번 2010년 첫 기획전으로 『HAPPY NEW ART』을 준비했습니다. 전통적인 회화와 조형의 표현기법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다양한 디지털 예술작품을 접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에 전시된 8인의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2010년 여러분도 새로운 도전과 모험으로 올 한 해를 인생 최고의 해로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 고명근 작가는 투명한 OHP 필름에 인화한 이미지들을 코팅하고 입체로 만들어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립니다.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조각과 낡은 건물외벽 등의 이미지들이 여러 장 겹쳐지면서 머금어지는 공간과 함께 새로운 환영으로 탄생합니다. 작가는 이것을 통해 바라보는 이의 마음속의 추억을 끄집어내고 교감을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전기인두를 이용해 한 땀 한 땀 이음새를 처리한 작가의 치밀함과 섬세함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정주 작가는 폭 1센티미터의 스테이플러 철침을 필요한 길이만큼 일일이 손으로 뜯어 붙여 가상의 도시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환영의 이미지로 제작합니다. 유희적이고 현혹적인 조형을 가진 도시속의 공간을 어릴 적 놀이공원의 기억에서 끌어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감추어진 차갑고 가면 쓴 도시의 판타지가 극대화된 「매직랜드」로 탄생시킵니다. 노동집약적이고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매직랜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실제 도시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김준기 작가는 거울, LED(발광 다이오드) 패널, 시트지를 결합시켜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인의 삶속에서 나타나는 욕망의 한계와 일회적 소비 등을 표현합니다. 자아와 대상을 비추고 여러 가지 이미지가 중첩되는 거울 위에 작가가 손수 커팅 하여 부착된 시트 이미지들은 LED의 조명과 더불어 묘한 분위기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조명의 켜짐과 꺼짐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에게 새로운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김태은 작가는 직접 제작한 패션광고영상물을 겉 표면이 깨진 12개의 LCD모니터에 풀어놓습니다. 백남준의 망가진 TV에서 착안해낸 깨진 모니터는 눈의 망각, 시신경, 지각체계, 관념 등과 같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의 소스로 전송되는 12개 모니터의 이미지는 조각난 정도에 따라 다른 형상과 왜곡된 색상을 보여줍니다. 융합되고 복제되어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의 속성을 적극 수용한 작가의 결과물에 보는 이들은 시각적인 혼란과 더불어 다양한 인식의 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박은진 작가의 영상 작품에는 한밤중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려한 도시에서 여행하는 이들은 가까이서 보면 작가가 손으로 정교하게 그린 영상을 가장한 인물입니다. 작가는 극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웹캠과 캠코더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다양한 매체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자신의 존재를 찾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진시영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굴곡이 있는 형체에 부착된 수천 개의 LED 소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작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각각의 소자들이 켜지면 생동감 넘치는 파도, 일출과 일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작가는 LED 소재를 통해 영상을 입체화하고, 그것이 손으로 촉각 할 수 있으며 빛에 의한 허상을 실체화하려 합니다. 발달하는 과학 속에서 잊혀져가는 근원적 자연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명상적 경험을 끌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발산하는 빛과 함께 더욱 두드러집니다.
최수환 작가는 아크릴 판위에 하나하나 뚫은 구멍과 그 공간에서 미세하게 새어져 나오는 LED의 빛으로 실제 백열구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합니다. 비움으로 시작한 구멍들이 하나가 되어 형상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작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색들까지 가미하여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유년시절 기억 속에 한 개쯤 자리 잡고 있는 백열구 앞에서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여유까지 제공합니다.
틸만크릭 작가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시간들과 변해가는 장소들을 담아냅니다. 전통적 사진이 순간 포착된 얼어버린 대상을 옮긴다면 틸만크릭은 의도적으로 흩트린 초점이나 겹친 이미지를 통해 선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존합니다. 알루미늄 판에 출력된 이미지는 빛과 함께 보는 이에게 실제 그 장소에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 미술관가는길
Vol.20100123c | HAPPY NEW AR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