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시

범벅 컴퍼니展   2010_0115 ▶ 2010_0211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10_0115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이정수_장선호_정문식_정은기_정주영_김성철_김해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_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범벅 컴퍼니(7명의 젊은작가로 일시적으로 구성된 그룹)의 「이상한도시」는 대안공간 반디 건물 뒤쪽 '프로젝트 룸'과 그 주위에 있는 빈 공간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이상한도시」는 나무와 못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모형도처럼 보인다. 이 설치작품에 이용된 재료는 모두 공사장에서 버려졌던 폐목 자제들인데, 이는 무엇이든 쉽게 만들고 무너뜨리는 도시가 배출하고 버린 것들이다. 이렇게 무너지고 흩어진 폐목들은 블록을 쌓듯이 도시를 구성하는 재료로 이용된다. ● 프로젝트 룸 내부와 외부에 생성된 새로운 도시는 같지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철골과 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의 도시를 생각나게 하면서도, 폐목 자제들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혀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먼저 모래 위에 놓여 있는 도시는 이미 그 지반부터가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래 위에 생성된 도시는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 그 자체, 그러면서도 마치 도시 자체가 공중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거대한 운집을 만들어 낸다.

이상한도시_폐목자재_야외 10m내 설치
이상한도시_폐목자재_야외 10m내 설치

이 설치작품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 주위를 빙 둘러 보아야 한다. 또한 눈높이보다 더 높이 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시를 걷다가 만나게 되는 현실과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 도시 속을 걷다보면 우리의 눈이 이미 위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높은 건물들은 보여 주고 있지 않는가. 흔히 이야기하는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은, 여기 놓여 있는 도시의 내부를 걸어볼 수는 없지만 외부를 걸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들이 벽이 되어 더 먼 곳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그 사실을 우리는 안다.

이상한도시_폐목자재_실내 5~6m내 설치
이상한도시_폐목자재_실내 5~6m내 설치

이러한 시점과 달리 전시장 내부 공간에 설치된 도시는 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도시가 사다리들 위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그재그로 만들어져 있는 산동네를 연상시킨다. 이 산동네는 유기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규칙을 갖지 않는다. 다만 필요에 의해서 올라간 집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눈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산동네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부산의 수정동이나 감천동 등을 연상시키는 이 도시는 풍경으로 변해버린 현실의 산동네를 닮아 있다. ● 빌딩숲으로 둘러싼 도시와 필연적 생존 때문에 산을 오르며 만들어진 집들 사이의 간극을 두 설치 작업은 보여준다. 물론 이 두 도시에서 현실의 도시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생성된 도시들은 레고블록처럼 쌓은 집, 동화속의 집들을 연상하도록 만든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도시. 레고블록으로 쌓은 건물들이 언제든 쉽게 무너질 수 있고 동화 속의 도시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처럼, 이 '도시들'은 과거로부터 출현한 미래에서 날아온 꿈같은 덩어리를 만들어 낸다.

이상한도시_폐목자재_실내 5~6m내 설치
이상한도시_종이에 드로잉_23×28cm

그렇다면 범벅 컴퍼니 멤버들은 낯설고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일종의 노동자들이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도시를 완전히 넘어서지지 않으면서도, 도시의 지반을 문제 삼고, 낯선 도시를 새겨 놓는 예술가―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텅 빈 도시는 유토피아를 꿈꾸지도 않는다. 다만 이미 도시가 폐허를 덮으면서 생겼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폐허 위에 집을 짓는 그런 노동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협업은 「이상한도시」를 만드는 동안 나타났지만, 좀 더 많은 도시의 내부를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 신양희

Vol.20100115f | 이상한도시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