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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109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전북예술회관 전북 완산군 경원동 1가 104-5번지 1층 2전시실 Tel. +82.63.284.4445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김춘식의 작업은 실험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만들어가면서 때로는 주어진 상황과 대상이 가진 역사와 현실의 단면 모음에 집착을 한다. 그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소 형식적인 분류방식이 될지 모르지만, 스트레이트한 작업과 (필름작업이며, 촬영과 프린트 모두), 만드는 작업(디지털작업, 촬영과 프린트 모두)이 그것이다. 전자의 작업은 매우 전통적인 방식이며, 후자의 방식은 다시 둘로 나뉘면서, 네가티브 사진과 포지티브사진을 병치시켜 보여주는 작업과 아예 포토샵에서 대상을 떼어내 두 사진을 한 화면에 포개 얹는 작업이다. 어떤 의미로 생각해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작업들의 모둠은 그래서 찬찬히 작가의 생각을 더듬어 보아야 할 근거를 제시한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참으로, 고희를 넘긴 나이에 귀가 순해지면서 모든 사물로부터 각진 부분을 스스로 떼어내는 이 시기에, 그는 다시금 사각형의 '디지털 경이'에 몰두해 두 개의 대립되는 이미지를 아래위로 함께 보여주기도 하고, 또 사각의 사진 안에 다시 사각의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한다. 물론 컬러와 흑백을 섞어가면서 스트레이트한 포트레이트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젊은 작가들에게서 흔희 볼 수 있다. 그들의 실험적인 생각들이 다소 치기어리다 손가락질 받더라도 감행하는 큰 이유는 '결과의 충돌성'에 있다. 두 개 혹은 그이상의 이미지가 병치되어 보일 때 이를 한 눈으로 보게 되면 보통은 시각적인 혼란을 겪게 된다. 작업 생산자의 의중을 알아야만 하기에 의구어린 눈으로 보아야하는 이유이기도하고, 또 때로는 그 대립되는 이미지의 충돌로 혼란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 김춘식은 이러한 시도를 감행하기에는 녹녹치 않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에게 부과되는 시간에 대한 짐과 역시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작은 저항이 아닌가 싶다.
다시, 그의 작업의 중심은 그래서 촌농(村農)이 중심이다. 그가 농촌별곡이라 제목을 달고 작업한 사진들은 그래서 모두가 다 자신이며, 항변하는 자신인 것이다. 그의 가슴에 박힌 저 구름도 그의 머리를 배회하는 구름도 그리고 저 철조망 위로 보이는 하늘에 다시 드리워진 구름도, 구름의 정체가 그런 것처럼 정처(定處)가 없으나, 거처(居處)는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를 사진으로 내몰면서 존재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저항의 뜻을 전하게 하는 것이라 보인다. 물론, 우리가 사진을 통해 그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 풍기는 저 실험의 냄새가 정녕 그가 긴 시간을 암실에서 그리고 모니터 앞에서 끙끙 거리며 만들어 낸 것이라면 그것이 그의 본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 정주하
낯설고 기이한 농촌 : 선생이 작업노트에 적고 있듯이 "농촌은 자본의 논리에 밀려 노동력 부족과 경작 못한 휴경지(休耕地)가 늘어나고, 마을은 빈집이 많아 폐촌(廢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식상한 얘기로 들릴 만큼 진부한 인식이 되어버린 것 또한 사실이나 현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농촌사회의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선생이 「농촌별곡」에 정성을 쏟은 이유가 여기에 있음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고향 상실(喪失)의 시대, 정신적 호적(戶籍)이 없어진 농촌", 이것이 선생의 농촌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농촌의 현실은 단지 도농간의 빈부격차, 농촌의 고령화 현상과 같은 피상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 이제 농촌은 천하의 근본이기를 그치고 그저 낯선 고장이 되어버렸다. 노인과 부녀자만 남아 가능성이 고갈된 땅이자, 휴경지와 폐가가 늘어나는 불임의 땅이며, 소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자영업조차 여의치 않아 성인오락실이 개점휴업 상태인 그런 곳이다. 농촌은 단지 물질적으로만 낙후한 지역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그렇다.(중략)
이러한 농촌 현실의 낯설음을 강조하기 위해 선생은 양화와 음화를 병치하거나, 포토샵을 이용하여 흑백사진에 부분적으로 컬러를 집어넣었다. 밭일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얼핏 보면 자연스러운 현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농촌을 비정상적인 지역으로 변형시켜버린 우리 현대사의 기이함이 있다. 아마도 평범한 농부들의 모습을 음화로 반전시켜 병치시키는 이유는 이러한 낯설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흑백으로 처리한 농촌 마을 곳곳에 강렬한 컬러를 부분적으로 집어넣은 이유 또한 그렇다. 평온한 들판 풍경의 전면을 가로막고 있는 붉은 색의 도로교통 표지판이나, 분식집 앞에 서있는 강렬한 붉은 색의 자동차, 성인오락실의 간판에 붉은 색으로 칠해진 '로또'와 '임대'라는 글씨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농촌에 무법자처럼 침입한 근대화의 상징이다. 그것이 우리의 농촌을 점차 변질시켜나간 것이다. 김춘식 선생의 눈을 통해 본 우리의 농촌은 그렇게 낯설고 기이한 모습이다. 여기에 대한 회한이 선생의 발걸음을 계속해서 농촌에 붙잡아두는 이유가 아닐까. ■ 박평종
Vol.20100109c | 김춘식展 / KIMCHUNSIK / 金椿植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