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의 도시 City of Gaze

정정주展 / JEONGJEONGJU / 程廷柱 / video.installation   2010_0107 ▶ 2010_0228 / 월요일 휴관

정정주_응시의 도시_나무, 아크릴, 스테인레스, 8개의 소형비디오 카메라, 모터, 비디오프로젝터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71025a | 정정주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0_010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_GALLERYCHOSUN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5 Tel. +82.2.723.7133 www.gallerychosun.com

정정주 이번 전시는 『응시의 도시 City of Gaze』 라는 주제로 일본의 나고야(2007)와 중국 상하이(2008), 한국의 서울(2009) 에서 진행되는 전시프로젝트의 최종 전시입니다. 전시장에 설치된 모형들은 일본 나고야에서 채집해 만든 건물 모형들과, 한국에서 모은 것, 그리고 중국 상하이의 건물들이 같이 모여 있습니다. 중국 개인전부터 일종의 '상황'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회전하는 빛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어졌죠. UFO건물은 서치라이트처럼 강한 빛을 비추면서 서서히 돌아갑니다. 이 빛이 옆에 있는 건물들의 창문을 통해 모형 내부로 비쳐지는데, 그 모형의 내부에 있는 카메라가 찍는 영상은 다시 밖으로 영사돼, 마치 건물 밖의 차가 지나치며 건물을 비출 때처럼, 공간 안에 빠르게 휙 지나가는 빛의 분절을 만들어 냅니다.

정정주_응시의 도시_나무, 아크릴, 스테인레스, 8개의 소형비디오 카메라, 모터, 비디오프로젝터_2010
정정주_응시의 도시 5_디지털 프린트_31×42cm_2010
정정주_40개의 방_알루미늄, 모니터_40×50cm_2010

강수미 운동이네요, 빛의 운동 정정주 예. 빠르게 공간안을 지나가는 빛의 속도감이 흥로웠던 것 같습니다. 마치 감시하는 듯한 빛의 움직임과 긴장감은 제 기억 속에 침전된 '마비된 도시'의 느낌을 떠오르게 했어요. 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때와 87년 한참 데모 많이 할 때, 한 달 넘게 광주 시내가 돌맹이랑 유리조각으로 가득차고, 대중교통은 완전히 마비돼서 시내에서 집까지 걸어 다녀야 했어요. 당시에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경험이 최근 되살아났죠. 도시가 마비되고,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과 건물이 제 기능을 멈춘 그 사이를 걸어서 집까지 가야했던 느낌들. 처음 이 '응시의 도시'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몰랐는데, 차츰 더 많이 떠오르게 됐던 것 같아요. 불안정하면서도, 외부를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작업 속 카메라의 시선에서도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것 같고요. 설치된 건물들 사이에 빌보드처럼 모니터들이 설치되고,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을 보여줘요. 건물 속의 카메라들이 이 영상을 다시 찍게 되면서 빛의 움직임과 영상 속 공간의 움직임,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들이 섞이면서 복잡한 움직임들의 결합을 만들게 되요.

정정주_회전하는 집들_알루미늄, 2개의 소형비디오 카메라, 모터, 모니터_2010
정정주_회전하는 집들_알루미늄, 2개의 소형비디오 카메라, 모터, 모니터_2010

강수미 도시가 마비되는 상태, 도시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물리적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상태를 미술작품의 주제로 삼은 점이 흥미로운데요. 제 기억에 의하면 일본 나고야나 중국 상하이 전시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정정주 작가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건물들과 건물들 간의 관계, 건물 내부의 어떤 사람이 밖을 보는 방식 대(對) 밖에서 어떤 특정 집의 내부를 궁금해 하는 시선', 이런 것들에 작업의 비중을 더 두지 않았나요? 그런데 지금 얘기는 상당히 문화비판적인 시각에서 도시를 논하는 미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시가 산업화될수록 도심이 비는 현상, 즉 '도심 동공화(洞空化)' 말이죠. 그에 대한 위기감이 작품의 내러티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도심 동공화는 물리적으로 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베드타운이 되는 현상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도시 자체가 내외적 기능을 상실하고 물질적인 상태로만 남은 것을 뜻해요. 사람이 비는게 아니라 기능 자체가 비어버리는 것. 도시가 이럴 때 도시인들이 느끼게 되는 심리상태가 어떠하냐, 이런 것에 정정주 작가가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정정주 네 갑자기 귀를 막으면 먹먹해지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비는 것, 마비되는 것이죠. 도시가 비는 심리적인 상태를 제 말로 표현하자면 그래요.

정정주_빌라_도자_30×40×20cm_2010

강수미 정정주 작가의 '도시가 마비된다'라는 발상과 제가 말씀드린 '도시가 동공화(洞空化)된다'에 생각의 살을 붙여보죠. '도시가 마비된다', 그러면 우리는 우선 물리적인 정지를 떠올리게 되니까, 1차원적인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도시가 빈다는 건, '도시가 자기정체성을 상실'하는 거죠. 그 정체성 상실의 상태를 정정주 작가의 작품이 감상자가 지각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데 핵심이 있어요. 단순히 공포나 위기를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묘함', '친숙한 것이 유발하는 낯선 두려움', 이런 종류의 지각 상태를 도시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작품을 통해 경험하는다는 사실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상을 사는 바로 그 도시의 숨겨진 위험 상태 같은 것이 예견의 형태로 작품 속에 떠오르니까요. ■ 강수미

강수미 : 철학박사,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 연구원이며, 대학에서 강의한다. 미학자이며 미술비평가로서 활동한다. 저서로 『서울생활의 발견』, 『한국미술의 원더풀 리얼리티』 등이 있으며, 발터 벤야민 미학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썼다. 독립기획자로서 '번역에 저항한다' 전시를 기획해 2005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 이 글은 서울문화재단 월간지 『문화+서울』 2010년 1월호에 실린 Young Artist 2010 기사내용에서 발췌했습니다.

Vol.20100107e | 정정주展 / JEONGJEONGJU / 程廷柱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