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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노고산동 골목길을 추억하며 ● 2012년 노고산동 일대가 재개발로 사라지게 된다. 서울의 중심부에 있었지만 흙바닥 위에 코스모스가 피어있던 길, 단층의 기와집들이 늘어서있던 골목은 수십 년,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꿈과 휴식이 켜켜이 쌓여있는 공간이다. 또 지은이 개인에게는 신혼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면서 그의 아내와 아들의 유년이 축적된 공간이기도 하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사람들이 떠나가면 이곳의 일상들과 함께 기억들 또한 흙더미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서울의 많은 곳들에서 이런 추억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세워질 높은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들만을 꿈꿀 뿐 영원히 버려질 추억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조각가 들로화(이종희)와 사진가 주도양이 사라지게 될 골목과 집들과 길들을 사진으로 찍고 시간이 지워버릴 그곳의 풍경과 일상들을 짧은 글로 남겼다. 또한 재개발이 예정되지 않은 그곳 초등학교의 등하교길 담벼락과 계단에 미술 프로젝트를 기록으로 남겼다. "아스팔트길을 흙바닥으로/시멘트 담벼락을 코스모스 꽃으로 바꿀 수 없다면/미술적 장치를 동원하여 상상과 이야기를 키우는 등하교 길을 꿈"꾸게 하리라는 작은 소망을 담아서... 「노고산동 블루스」는 재개발로 없어질 노고산동을 추억하기 위한 기록으로서 그리고 이 마을이 독특한 정체성을 획득하여 다른 방식의 재개발을 꿈꾸기 위한 작은 소망의 증거물로 만들어졌다. 제1부 '기억의 블루스'에서는 재개발로 사라질 골목과 길들의 사진과 단상(斷想)들을, 제2부 '재생의 블루스'에서는 이 동네 초등학교 등하교 길의 담벼락과 계단 등에 실행했던 미술프로젝트를 역시 사진과 단상들로 담았다.
■ 지은이 글_들로화(이종희) ● 지은이 들로화(이종희)는 1968년 경남 진주생으로 삼육대에서 영문학을, 동국대와 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5회의 개인전을 하였다. 2006년부터 대전홈리스 ,양평양동, 남양주 백월, 남양주 부엉배, 마포구 노고산동 등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이주"와 "정착"은 들로화의 작업 화두이며, 다양한 장르를 재료로 화두를 풀어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평화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사진_주도양 ● 사진을 찍은 주도양은 동국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지금은 주로 사진작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 기록과 재현이라는 지난 백여 년 동안 우리를 열광케 했던 큰 명제에서 벗어난 작업을 보여준다. 현재 동국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사진과 회화를 강의하고 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Das Glasperlenspiel」, 「Vanitascape」, 「Between Fiction & Reality」, 「Development Figure」등의 작업을 여러 전시회를 통해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구로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으며, 국내외 국제아 페어, 크리스티 경매에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구름서재
집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는 88개의 계단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오르내림은 버겁다. 생활은 무료함의 절정을 이룬다.
고양이에게 도시는 이미 밀림이다. 길들여지기를 포기하고도 도시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는 인간의 크기로 잘 닿을 수 없는 곳에 진지를 구축한다. 버려진 애완견들이 공포와 배고픔에 도시의 골목을 털털거리며 배회하는데, 고양이는 떳떳하게 독립하여 버젓이 잘살고 있다. 버려지는 모든 것들은 골목에서, 도로위에서, 한강에서, 바람에서 배회한다.
하지 못한 말의 정체는 주변과 다른 재료에서 떠돈다. 하지 못한 말은 부유하고 떠밀리다 갑작스레 공론이 된다. 입을 틀어막고 밥줄을 끊어도 말은 부유한다. 창구를 열어놓고 겸허한 받아들임만이 더 큰 공과의 책임을 줄일 수 있다. 권력의 중심엔 늘 이것을 망각하는 듯하다. 세월은 돌고 돌아 그 은혜를 꼭 받는데, 2009년 오늘 당신들은 오늘이 전부인 듯하다. ■
Vol.20091228c | 노고산동 블루스 / 지은이_들로화 / 사진_주도양 / 구름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