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20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7:00pm / 일요일 휴관
참여작가 강서경_고명근_김병진_김선두_김태은_김형기_김형길_박현숙_이창원
인더박스 갤러리 GALLERY IN THE BOX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7번지 B1 Tel. +82.2.540.2017 www.galleryinthebox.com
이번 『인더박스 갤러리 2주년 기념전은 도시의 흔적』展을 부제로 박스와 관련하여 소재 및 재료, 도시의 흔적을 담은 기획전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늘 함께하는 소소한 재료나 물건, 사람의 몸, 도시풍경 등 일상적인 주제를 박스 안에 담아 봅니다. 늘 함께 하고 있어 그 소중한 의미를 잊고 흔적으로 남아있는 도시 풍경을 각기 다른 주제와 재료로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부문으로 나뉘어 보여줍니다. 지하1층 1전시장에서는 미디어 설치작품 중심으로 도시와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선보이며, 2층 2전시장에서는 1년간 기획전에 함께 했던 작품 중 박스와 관련된 주제의 작품과 미디어, 조각설치 등으로 박스와 도시의 풍경을 나타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도시의 흔적을 찾아봅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 생활 속인 도시의 흔적들을 박스 안에서 찾아 잠시 자기만의 도시를 담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 강서경_Framed Runner_DVD 설치_00:03:50 / 강서경 작가의 작품을 보면 유선형의 생명체나 아직 어떤 형체를 지니지 못한, 구체성을 상실하고 다만 활력적인 기운이나 미끈거리는 욕망 같은 것들이 몰려다닌다. 물감을 머금은 붓질은 하나의 획을 지닌 체 자유롭게 칠해지고 뭉개지고 방향을 선회하다 중력에 의해 주룩주룩 흐르기도 한다. 탄력적이고 매혹적인 붓질의 놀이와 질료성을 지닌 물감의 생생한 삶이 감각적으로 부유하고 있다. 단색의 평면위에서 흥겹게 춤춘다. 떠돈다. 그러면 사람의 이미지도 역시 그와 함께 떠있다. 연극무대에 올려진 듯한 이 꼭두각시인형들, 마리오네트 들은 현실을 사는 보편적인 인간(또는 익명의 존재) 운명의 은유나 작가 자신의 분신, 또는 얼핏 전통산수화에서 만나는 점경인물과도 같다. 그들은 배경풍경, 흔적위로 정처 없이 소요하고 유랑한다. 그것은 욕망과 열정을 지닌 모종의 여행이자 생이 소진하는 시간까지의 한정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전통산수화가 보여주는 자연 속의 그 작은 인물들 역시 항시 어딘가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곳은 일종의 유토피아이자 군자의 생을 부려놓을 만한 공간일 수도 있고 현실적 삶과 쓰라리게 맞닿아있는, 경계에 위치한 또 다른 삶의 영역이기도 하다. 강서경 또한 그림이란 공간 안에 자신만의 낙원 내지는 지유와 몽상이 부풀어 오르는 영역을 지도화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현실적 삶의 무게나 중력을 조금은 덜어내고 소풍을 가듯,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며 또 다른 삶의 자취나 편린을 환각처럼 만나고 싶은 지도 모를 일이다.
고명근 작가에게 집은 곧 인간의 요람이다. 집을 모르는 자는 공간을 알지 못하고 타인을 알지 못한다. 그는 또한 휴식을 모르고 유희도 모르며 관계도 알지 못한다. 요컨대 그는 꿈꾸지 못하며 사색하지 못하며 잠들지도 못한다. 집은 인간의 공간이 탄생하는 장소이다. 집은 공간의 정수이다. 공간은 그냥 비어있기만 한 것이 아닌 까닭에, 그것은 공(空)이 아니라 간(間)인 까닭에 공을 채워줄 그 무엇과 짝을 이룬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은 공간 없이 있을 수 없다. 공간의 바깥에 있는 사물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미지의 집을 짓는 것은 사물의 질서를 회확하는 것이다. 사물은 공간을 갖지만 이미지란 사물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까닭에 자신의 고유한 공간을 갖지 못한다.
김병진 작가는 철을 구부려서 이것을 교차시켜 드로잉으로 표현하여 자연의 따뜻한 풍경들을 만들어내며, 이 과정들 속에서 공간의 변화와 채움과 비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 착시 현상으로 인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공간감과 정지된 움직임을 경험하게 하고자 한다.
김선두 작가의 작품 그믐달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 내재된 꿈과 희망을 그린 그림이다. 그믐은 어둠의 끝이면서 동시에 새 빛의 시작이다. 남자의 초점이 다른 두 눈은 생각이 많음을. 꾹다문 입에선 그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그림의 바탕은 장지기법으로 밤의 심연을 표현하였다.
김태은 작가는 파노라마로 재편집된 서울 공간은 육각형모양의 구멍이 뚫리면서 현실 공간 뒤에 숨겨진 또 다른 공간이 드러나게 된다. 관객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자동관음증을 경험하게 되며 현실과 환상 사이에 찢겨진 스크린 너머로 라캉식의 응시를 맞이한다. 구멍은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메꾸어졌다. 뚫려지기를 반복한다. 구멍 너머의 현실은 크게 게임 속 공간, 뒤틀려진 신체일부, 복제된 서울, 이렇게 3가지로 구성된다. 이번 인더박스 갤러리에서는 서울과 복제된 서울이 서로 파편처럼 뒤섞여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김형기 작가의 작품을 보면 공간에는 도시가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있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지나가는 인생의 보행자들은 도시 속 무관한 풍경으로 존재한다. 괴롭고 힘든 사연의 타인이 스쳐 지나쳐도 나와 무관한 일.. 그러나 그 우연성은 운명이라는 허구처럼 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가 품었던 일들은 나의 참여를 기대한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 마추쳐서 깊은 관계자가 된다. 마치 가까이 다가서면 커다란 인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심하게는 블랙홀처럼 깊은 내면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관계하게 된다. 행복과 불행 - 일상 다반사로 일어나는 낙석 같은 아무도 모를 상황. 인생의 시공속의 나와 정말 상관없는 절망스러운 변태스러운 도시 생활이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의 상대방. 인생의 깊이와 느림을 공유하는 머리 떨어져 바라보는 사람이어도 좋을 듯하다.
김형길 작가의 작품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행복해 하며 감동을 느낀다는 연유로 1980년대 대학시절부터 줄곧 작품제명이 '머문 곳에- '로 시작된다. 작업은 현실 속에서 부딪치는 삶 속의 체험이나, 항상 자유롭고 즐거운 꿈과 상상의 세계에서 경험하는 간접체험들을 표출한다. 작품의 조형표현은 이미 사용하고 버린 종이상자를 채용하면서 시작되며, 종이 상자에 돌가루가 섞인 물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리거나 또 다른 오브제의 도용으로 다양한 이야기 무대로 재생시킨다. 크고 작은 종이상자들은 하나의 공간이며 삶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무대의 역할을 한다.
박현숙 작가의 작품을 보면 우리의 현실세계에서 사색의 영원한 명제이자, 자연과 인간, 삶과 예술을 사유(思惟)하는 모든 언어가 함축되어 내재되 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보다 자유로운 화면 구성과 다양한 색면의 조화를 위해, 몇 겹의 천위에 재봉으로 드로잉하고, 그 속에 여러 필요한 색상의 유사 재료를 filling하는 새로운 기법을 창작하여 사용한다. 작품에서 표현된 수많은 오목함과 볼록한 면의 변화와 여러 색상과 소재로 표현된 상징 기호들은 각각의 대체이미지를 통해 생명에의 경외심과 찬양을 나타낸다. 또한 대중에게 친근한 파스텔톤 색조와 구성으로 제작하여, 작가가 표현 하고자 하는 주제에 관객의 사고(思考)를 종속시키지 않고, 공동의 시각세계로 끌어냄으로서, 관객들에게 보다 풍부한 상상과 해석이 가능하도록 한다. 모든 사물은 명칭과 존재성을 표현하는 기호와 상징을 만들어 내고 알리려한다.(문패를 달고)(명찰을 달고)(간판을 달고)현대사회의 존재, 소유, 광고의 필연적 상징성을 작가의 감성과 이미지로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창원 작가의 작품을 보면 수많은 빌딩과 고층 아파트와 도로가 있는 현대 풍경을 그리며, 그 안에 잃어버린 풍경도 그린다. 잊혀진 달동네는 동네 어귀에 낙서했던 담 벽락과, 힘들게 올랐던 계단과 가로등 옆 동네 슈퍼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창문과 문은 자유롭게 여기저기 나름대로의 멋을 찾아 뚫려있다. 사람들, 저마다의 생활과 환경이 다르듯 집들은 각자의 형태와 색깔로 자유롭게 밀집해있다. 그 안에 정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우리는 철거되는 옛 집에 삶의 애환과 지난 추억들을 묻어두고, 새로운 인공 도시 속에서 행복을 꿈꾸고 있다. 잊혀진다는 것은 그만큼 추억할게 많아진다... ■ 인더박스 갤러리
Vol.20091216e | 도시의 흔적-인더박스 갤러리 2주년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