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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0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_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번지 제2전시관 Tel. +82.2.511.0668 www.caisgallery.com
지난 2년간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었고 참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작년 5월, 개인적으론 좀 늦은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고 그 해에는 모든 역사의 시계바늘이 뒤로 돌아가면서 곳곳에 충돌과 시위가 계속 이어졌다. 그 와중에 서울 광화문에는 '명박산성'이라는 역사에 남을 공공 조형물이 설치되었으나 전시 기간이 턱없이 짧아 아쉽게도 사진에 담지를 못했다. 그 해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퍼포먼스는 보신각에서 열린 2009년 새해맞이 타종 행사였다.
당시 현장에서 목격한 시위대의 아우성과 이들을 겹겹이 둘러싼 전경대의 대치는 KBS 방송에선 볼 수 없었고 다음날 뉴스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화기애애한 행사로 바뀌어 있었다. TV를 통해 보여 지는 사실과 현장의 진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나서 깨달은 건 어릴 적 SF영화에서 보던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허구가 아닌 현실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는 것이었고 이젠 방송을 소유함으로서 신이 되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올 해에도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아서 연초에 용산 참사가 벌어졌고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쌍용차 사태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계속 터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뉴스 화면 속 도심의 난리 통은 당사자들의 전쟁일 뿐 많은 사람들은 예능 프로로 채널을 돌리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편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지난 1년간 내 생활은 고3 수험생처럼 오직 집, 학교, 작업실만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패턴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돈이고 속도가 생명인 시대에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수작업에 몰두하면서 느낀 것은 내 자신이 점점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가 되어간다는 것이었다(물론 아티스트도 노동자인 건 맞다). 숙달된 노동자처럼 손발이 빠르게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내 머릿속에선 점차 모든 생각이 사라져간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설레임이 사라지듯 초심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도 작업을 할 때는 어린 아이가 놀이하듯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 다른 문화생활도 즐기고 때론 작업에서 손 놓고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현실은 여유롭지 않다.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죄악이고 경제적 이익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스펙을 쌓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고용한 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을 겁주고 돈 버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와 내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만드는 사회에서 당장 코앞의 문제가 시급하고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떻고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를 논하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내가 어릴 적 보다 사회는 많이 발전했고 경제도 성장했지만 사람들은 더 어려워진 거 같고 대학은 많아졌지만 경쟁은 더 심해졌고 교실에 학생 수는 반으로 줄었지만 이제는 초등학교도 점점 '배틀 로열'화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삶을 지배하는 모든 것은 단 몇 개의 대기업에서 만들어내고 있고 나라에서는 젊은 노예들이 부지런히 새끼를 치지 않아 미래에 위기가 올 것을 경고한다. TV 광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신이 루저라는 걸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오직 승자가 되기 위한 삶을 강요하지만 어차피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사회라면 언젠가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로 대가를 치르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만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3부작 드라마였다면 지금 현재는 대략 2편 정도일 것이라고, "스타워즈"로 치면 '제국의 역습'이고 "반지의 제왕"이라면 '두 개의 탑' 까지 개봉한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 권재홍
Vol.20091208c | 권재홍展 / KWONJAYHONG / 權宰弘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