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온도

홍유경展 / HONGYOOKYUNG / 洪維卿 / installation.photography   2009_1106 ▶ 2009_1208

홍유경_새어나온 것들_헌양말, 합성섬유, 솜, 머리카락_가변설치_2008

초대일시_2009_1106_금요일_02:00pm

관람시간 / 10:00am~05:30pm

샘표스페이스_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샘표식품 이천공장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몸과 일상, 공간의 체감온도 ● 어제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익숙한 일상을 뒤로 하고 오늘 새로운 장소에 발을 딛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낯선 그곳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는 또다시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두 세계를 하나의 일상에 담게 될 때는 어떨까. 이러한 일상에서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동일한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다른 두 세계에서 자신은 당연하게 하나인가. 대부분은 이러한 물음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에 그럴 뿐, 누구나 그곳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또는 동일한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

홍유경_나의 달콤한 일상_40×50cm_2008

'거주지가 바뀐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다름'을 요구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같을 것'을 요구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을, 그리고 자신의 대답을 홍유경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 작업들은 어쩌면 작가가 자신을 확인하는, 스스로에게 자신을 확신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이것을 흔히 말하는 '정체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오히려 그 말에 담긴 외부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구체적인 내용이 상실되어 버린다. 자기 확신이라는 말도 너무 거창하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인 기억의 보존이며 자신의 일부와 시간을 담는 행위이다. 그리고 이 행위는 새로운 일상을 단절이 아닌 계속되는 일상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 자신의 일상이 달라졌다는 바로 그 점이 오히려 내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나라는 것을 확인하도록 요구한다. 홍유경의 작업은 이러한 총체적인 과정을 모두 담고 있는 행위이다. ● 거주지가 변경된다는 것은 당연히 달라진 일상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일상은 변하는 것이 없다. 따라서 작가는 노골적으로 바뀐 거주지를 이야기하지 않고 일련의 사진작업과 오브제를 통해 오히려 집안의 한정된 공간들을 보여준다. 이 공간들로만은 전혀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다른 공기를,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음을, 같지만 동시에 같지 않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는 오히려 일상적인 것들에 주목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나란히 놓인 순간에 기묘한 충돌을 통해 일상을 조금 다른 것을 만드는 순간이 그의 사진에는 고스란히 포착된다.

홍유경_새어나온 것들, 병, 합성섬유, 솜, 머리카락_가변설치_2009

또한 작가는 안과 밖을 뒤집어서, 즉 내부에서 작동하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보여준다. 외부적인 것으로서의 장소, 즉 거주지인 집을 우리의 신체 내부의 것과 연관시켜 드러내는 방식이다. 우리의 내장기관은 그 형태와 기능에서 거주하는 장소로서의 '집' 내부의 하수배관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구불구불한 파이프 모양, 인체와 집을 잘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흘러가는 통로로서의 기관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작가는 이러한 유사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면솜을 사용함으로써 이불의 안에 있던 것을 꺼내어 배치시킨다.

홍유경_체온_이불2채, 강낭콩, 합성섬유, 솜, 여러 종류의 배관 파이프_가변설치_2009
홍유경_체온_팥, 비닐, 작은 배관 파이프_5×17cm_가변설치_2009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머리카락이라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메타포이다. 너무나 친숙한 것으로 우리의 몸에 당연하게 붙어있던 대상이 몸으로부터 떨어지면서 어떤 낯선 것이 되는 것은 항상 무심히 바라봤던 자신의 공간이 어딘가 다르게 보이는 경험과 유사하다. 여기에 일상에 이상하게 끼어드는 낯섦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일상의 틈새를 주목하게 되었고 이를 일종의 자라나는 형상으로 표현해낸다. 일상의 평온함속에 불쑥 끼어드는 어떤 것을 장소의 변화와 함께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세계에 속하게 된 작가 자신은 이방인인 동시에 이전까지 친숙한 장소로부터도 스스로 미묘하게 낯선 존재가 된다. 두 세계에 동시에 속하면서 동시에 둘 모두로부터 떠도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홍유경_침투_철망, 라텍스, 거즈, 화분_130×45×25cm×15_가변설치_2009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가는 이러한 자신을 감지하고 서울과 파리, 이 떨어진 두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작업을 한다. 서울에서 구한 재료를 파리로 가져와 작품에 넣고 파리에서 소비한 병들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와 전시에 사용한다. 작가에게는 이러한 행위가 자신이 발을 딛고 숨을 쉬고 생활하는 일상속의 자신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찾는 행위일 것이다. 『체내온도』라는 타이틀에서 '온도'라는 표현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 변화된 온도를 체감하고 그 온도에 영향을 받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신의 최소의 온도를 지키는 것 말이다. ■ 김태은

Vol.20091207f | 홍유경展 / HONGYOOKYUNG / 洪維卿 / installation.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