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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6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6:00pm
갤러리 피그 청담_GALLERY PIG 서울 강남구 청담동 93-11번지 KOON 빌딩 B1 Tel. +82.2.545.7082 www.gallerypig.com
범어(산스크리트어)로 [보리다르마]이기에 音寫해 [보리달마], 줄여서 [달마]라 한다. 인도 향지국 왕자로 인도 불교의 석가모니부터 28대 조사로 중국에 이주, 포교함. 중국 선종의 初祖로 9년 면벽 후 바로 2조 혜가에 전법하고 사망했다. ● 중국에서 활동한 인도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용모 덕분인지 달마에 얽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서역에서 중국으로 갈 때 갈댓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든지, 면벽수련 중에 졸음을 피하려 눈썹을 잘라냈는데 그것이 자라나서 차나무가 되어 스님들이 차를 즐겨마시기 시작했다는 등의 여러 일화가 있다. ● 이런 일화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달마의 용모에 얽힌 내력일 것이다. 달마도에서 보듯 달마는 무섭게 생긴 것이 특징이지만, 전설에 의하면 달마는 원래 아주 잘생긴 미남자였다고 한다.
달마는 젊은 나이에 이미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몸과 영혼을 자유자재로 분리할 수 있었는데, 한 번은 영혼이 빠져나간 달마의 몸을 발견한 아수라가 자신의 몸을 버리고 달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몸을 도둑맞은 달마는 하는 수 없이 아수라의 몸을 빌어 살게 되었고, 그 후로 달마는 악귀들이 보이는 족족 때려잡았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귀신들은 달마의 얼굴만 봐도 멀리 달아나기 때문에 달마도는 축귀의 효력이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달마는 악마의 몸에 깃든 성자인 것이다. 내가 달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나는 2007년부터 '다이달로스의 일생'이라는 큰 제목으로 다이달로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의 여러 일화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달 아래 이카로스'를 시작으로 '투우장의 미노타우로스'까지 두 가지 이야기를 끝냈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인 이카로스 세대의 이야기였고, 그 다음으로 할 이야기는 다이달로스 본인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자니 다이달로스의 모습을 형상화해야 했다.
내가 본 다이달로스는 '사람으로 살아남은 자'이다. 그는 신과 짐승의 사이에 인간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그것을 지켰다. 미노스, 파시파에, 아리아드네, 이카로스, 미노타우로스 등은 얼핏 다이달로스 때문에 변을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벗어난 때문에 파멸한 것이다.
신과 짐승, 선과 악,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 있는 것. 그것이 다이달로스라고 느꼈고, 그것을 그리려 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던 차에 달마도를 접하게 되었다. ● 미추와 선악이 공존하는, 악마의 몸에 깃든 성자. 나는 곧바로 이 주제에 빠져들었다. 달마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꽃, 바람, 보석 등의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그렸다. 달마의 얼굴이라는 종착점은 정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정하지 않은 채 그저 꽃밭으로, 숲으로, 강으로 의식을 옮겨 떠오르는 것들을 그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엄혹한 죽음의 얼굴을 한 달마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즐거운 그림 그리기를 끝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살고자 할수록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숙명을 지닌 인간처럼. 어쩌면 다이달로스의 얼굴이 달마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린 달마는 이렇게 생겨났다. ■ JINO
Vol.20091127b | JINO展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