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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26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후원_서울시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재)서울문화재단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GALLERY BODA CONTEMPORARY 서울 강남구 역삼로 북9길 47(역삼동 739-17번지) boda빌딩 Tel. +82.2.3474.0013 www.artcenterboda.com
내용을 다루는 형식의 탐구, 형식 안에서 빚어지는 내용의 심화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 윤명순의 새로운 작업을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에서 선보입니다. 형식의 완결성은 형식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이 이루어내는 조화의 완결에 있으며, 그녀가 선보이는 작품의 내용은 보다 풍성하게 관객과 교감하며 순간의 시적 언어를 그 찰나에 고정시킬 것입니다.
'흔들리는 풍경'을 통해 전해주는 생명의 이미지 ● 윤명순의 '풍경'작업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과, 이미 지나가 버렸거나 또는 아직 만날 수 없었던 시간을 순간적으로 환기시키면서, 용접된 동선과 구워진 흙의 물리적인 법칙들을 넘어, 현실을 투사한다. 작업에 투사된 풍경-현실은 그것이 우리가 즉각 알아차릴 수 있는 일상의 장 속에 놓여 있을지라도 순수하게 실질적인 현실-풍경은 아니다. 작품들은 객관적 현실을 재현하거나 또는 의식적 가공을 통해 어떤 가상현실을 그려 보여주는 대신, '여기-지금'의 현실에 나 있는 구멍, 균열, 모호함, 불연속성을 통해 부재하는 현실에 도달하고 있다. 즉 작가는 '보이는 현실'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들이 열어젖히는 틈새 사이로 그것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명순의 입체 작업에 등장하는 '풍경'은 단순히 대상으로 축소되거나, 작가와 분리된 채 작가의 바깥 세계 속에 놓여있는 풍경일 수 없다. 가늘고 굵은 동선으로 이어진 집이거나 작은 흙덩어리들로 둘러싸인 산과 나무, 그리고 평평히 펼쳐진 흙판과 동선으로 겹쳐진 그릇들 모두는 언제나 양가성을 함축하고 있다. '여기, 지금' 보이는 집과 산, 나무, 숲, 컵, 그릇들은 '여기-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너머, '저기, 이미'나 '그곳, 아직'이라는 시간이나 공간에서 존재할 수도 있고, 집과 산이나 그릇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완벽한 동일성의 연속적 고리가 빠져버린 '흔들리는 풍경'은(전체가 동일성의 고리로 이어진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결코 흔들림없이 정지되어 있다) 작가나 관람자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내밀한 소망의 변형된 표현인, '욕망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 현실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지각내용을 지니면서도 이 내용이 명확하게 표현의 형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표현의 미숙이나 불완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이 만족과 충족의 가능성을 초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흔들림은 멈추지 않고,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죽은 상태가 아니라면, 살아있는 것은 흔들거리며 움직인다. 흔들리고 욕망하는 풍경은 따라서 살아 움직인다. 그런데 죽어서 움직임을 멈춘 풍경과 관계하지 않고서는 살아 움직이는 풍경도 발견되지 않는다. 살아있어 움직이는 풍경은 죽어서 움직임을 멈춘 풍경과, 그리고 욕망하는 풍경은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물화된 풍경과 관계맺으면서 비로서 표현의 성질을 획득한다. 그러나 흔들림이 흔들리는 풍경으로 표현되면 표현내용은 충족될 수 없고, 흔들리는 풍경이 무한히 다른 것들로 전환되지 않으면 표현형식은 충족될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표현형식을 표현내용에 일치시키지 않으면서, 이 불일치의 순간에 표현대상을 현존이 아닌 부재의 이미지로서 선명히 드러내고, 충족되지 않는 표현의 세계를 무한히 돌아다니는 것이다.
표현의 열린 구조는 작가의 독특한 시간 사용이 드러나고 있는 '시간의 풍경' 시리즈들에서더욱 잘 보인다. 작가는 우리가 처해있는 역사적 현재에서 '지금-여기'의 존재를 상상력의 힘으로 가역성의 시간을 타고 과거나 미래일 수 있는 '언젠가'로 돌려 놓는다. 내가 너인가 했더니 너는 저기 너의 바깥에도 있어, 그때 너는 '지금, 이곳'에서가 아니라 우주 전체가 되어 나와 너의 대비와 구별은 사라진다. 시간을 무화시키는 '시간의 풍경' 이미지들은 작가의 작업정신을 이해하게 해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대치와 고착, 분리와 축출 대신에 온갖 것이 어우러지는 세계를 꿈꾸는 작가의 마음은 자연과 하나이다. 작가는 자연과 하나임을 믿으며 기다리되, 조용히 흔들리면서, 상처받은 것들을 치유하면서, 우리에게 생명에 대한 느낌과 예감을 따스하고 절절하게 전달한다. ■ 임정희
Vol.20091126j | 윤명순展 / YOUNMYONGSOON / 尹明順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