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진작가_강영호 99 Variations

강영호展 / KANGYOUNGHO / 姜榮鎬 / photography   2009_1125 ▶ 2010_0124 / 월요일 휴관

강영호_턱을 기르는 왕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160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강영호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1124_화요일_06:00pm

관람료 / 일반 5,000원(대학생 포함) / 소인 4,000원(유아, 초, 중, 고교생) 단체일반(20인 이상) 4,000원, 학생 3,000원 본 관람료는 동기간 열리는 『마스크』展 관람료를 포함합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_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1관 Tel. +82.2.737.7650 www.sungkokmuseum.com

춤추는 사진작가_ 강영호 99 Variations展 ● 성곡미술관은 올해의 마지막 기획전시로,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1995년 11월 개관 이래 성곡미술관은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제공해왔습니다. 그 동안 다수의 영화 포스터, CF촬영을 통해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보여온 강영호 작가는 유명 인사들의 특별한 모습을 담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거울과 카메라를 통해 유명인사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존재해왔던 또 다른 자아의 모습들을 선보입니다. 이번 성곡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강영호 작가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Sec.1. Myth_신화의 장 / Sec.2. Legend_전설의 장 / Sec.3. History_역사의 장

강영호_99일째 23시 59분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225cm_2009

강영호_집혼(集魂) ● 상상(想像)사진관. 강영호가 거주하고 작업하는 공간이다. 요란한 주변 건물과 달리 노출 콘크리트에 같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을 지녔다. 어쩌면 강영호의 첫인상과 닮았다. 드라큐라 성(城)이라는 성주(城主)의 건물 소개가 이어졌다. 드라큐라 강영호. 우리가 이른바 '깨는' 사진이라고 알고 느끼고 있었던 이런저런 사진과 포스터를 찍은 주인공. 누차의 방문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건물의 속살을 살필 기회가 있었다.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기는 어려운 공간, 영락없는 드라큐라 성이다. 꼭대기에 오르면 주위 삶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강영호는 자신은 물론, 수많은 피사체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강영호. 사진 찍는 모습과 과정이 주목할 만한 사람.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춤을 춘다하여 춤추는 사진가라 불린다. 그의 애장품은 카메라가 아니라, 온갖 잡곡이 다 들어 있는 MP3다. 셔터를 끊어내기 직전까지 강영호는 크게 틀어 놓은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며 춤을 춘다. 최대한 몸을 푼 다음 셔터를 끊어 낸다. 작업 공간에 있는 모두의 영혼을 불러내고 집혼례를 벌인다. 강영호의 집혼의식(儀式), 그것은 신화 속 에피소드의 재연이기도 하고 상처받은 강영호 자신의 영혼에 대한 처절한 재활의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몸과 영혼을 최대한 풀어내고 강조한, 강영호의 독특한 사진 작업은 구상표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영호_가벼운 사형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160cm_2009 강영호_어부가 잡은 새는 교만하다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160cm_2009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강영호의 과거, 미래, 현재에 대한 각기 다른 전례의식을 만날 수 있다. 1층은 신화 공간으로,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장구한 스토리 텔링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마치 태초에 대기권과 지표면, 무덤을 뚫고 나온 듯한 전사들의 이미지들이 즐비하다. 강영호는 신화 속 에피소드를 나름의 시각으로 역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2층은 전설, 요정의 공간으로 미래적 과거를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프리미티브한 느낌을 풀어내고 있다. 3층은 인간, 역사의 장으로 1, 2층과는 확연히 다른 현대적 미감을 전달한다. 현재적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누구를 닮은 듯한 강영호의 분장과 몸동작은 사실 강영호 자신과 철저히 닮아 있다. 신화, 전설, 인간으로 이어지는 이번 성곡에서의 연출도 일종의 '트루먼 쇼'라 할 수 있다. 집혼을 위해 시공을 넘나드는 강영호는 실제에서도 사실과 현실, 전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에 드라큐라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강영호_뜨거운 집을 지키는 장녀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225cm_2009

사진 속 강영호는 릴리즈를 잡고 있거나 셔터에 손이 올라 있다. 아무리 현란하고 격한 표정과 동작을 보여도 그는 늘 카메라와 함께 있다. 카메라에는 거울이 숨겨져 있다. 강영호의 작업은 거울에서 비롯되었다. 넓고 높은 드라큐라성 작업 공간에는 4개의 거울과 하나의 눈이 있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대물렌즈와 자신을 향해 있는 대안렌즈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즉각적으로 실시간 받아주고, 자신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대형거울, 거기에 출몰하는 드라큐라 강영호의 집혼의식을 실시간 중계하는 액정모니터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강영호 작가 자신의 눈이 있다. 강영호는 이 모두를 카메라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을 통해 잡아내고 빨아들인다. 단순한 촬영이 아니고 집혼의식이다.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빨려 들어가고 다시 그것을 눈을 통해 빨아들인다. 그리고 건조하게 말라버린다. 강영호가 보여주는 이러한 과정과 제스처는 일상의 자연스런 모습이 결코 아니다. 마치 무당들이 그러하듯, 자신만의 개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굿'과도 같은 것이다. 상업 사진가로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내었던 조작된 환상을 사진적 성형이라는 어법을 통해 고백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영호 작가 자신의 몸과 작업 공간은 이들에 대한 고해의 장(場)에 다름 아니다.

강영호_어설픈 정의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160cm_2009 강영호_여섯개의 예의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225×150cm_2009

강영호는 이런저런 분장과 변장을 통해 자신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때론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으며 어쩌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99명의 인물들은 강영호의 영혼 속에 잠복되어 있는 수많은 욕망을 드러내는 자아분신이자, 숨겨왔던 가식과 위장을 던져버리는 '살풀이'다. 다시 말해 강영호에게 사진은 자신을 숨기는 도구이자 드러내는 도구인 것이다. 강영호는 사진 속 99명의 인물로 완벽한 분장과 연출을 소화하지만,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은폐, 엄폐시키지 않았다. 대신 강영호식으로 해석한 주체할 수 없는 내적 욕망을 자신에게 완벽하게 되돌려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영호_임신한 기러기는 돌아오지 않는다_pigment ink on fineart paper_150×225cm_2009

강영호는 99명의 누군가를 연출했다. 가수도 있고 문인도 있고 다양한 유명인사들이 등장한다. 강영호는 지금까지 수많은 유명인들을 상대했다. 일반인들이 결코 누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은 담을 수 없었다. 강영호는 언제나 사진 밖에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강영호는 자신을 피사체로 하여 그들을 찍은 모습을 선보인다. 그러나 그 모습은 자신의 진솔한 모습이 아니라, 위장된 모습이다. 짙은 화장에 요란한 분장을 했다. 마치 미래 전사처럼, 게임 속 전사처럼 연출했다. 대학원에서 패션을 공부한 적이 있는 강영호는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이 디자인하고 감독했다. 마치 원맨 밴드처럼 시나리오, 감독, 연출, 섭외, 연기, 조명, 촬영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담당했다. 대단한 열정이요, 욕심이다. 강영호는 인생은 한 방이라 말한다. 상업 사진작가로서는 드물게 단숨에 미술관에 입성했다. 내공을 바탕으로 몸을 던졌다. 다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강영호의 이번 작업은 합법적인 일탈의 장이자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나서는 반성적 노정에 다름 아니다. ■ 박천남

강영호_ⓒ2009 photographed by Lee Han Sol

작가퍼포먼스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04:00pm (12월 19일은 제외)

Vol.20091125g | 강영호展 / KANGYOUNGHO / 姜榮鎬 / photography

2025/01/01-03/30